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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잔화의 메타바시스 · 챕터 7

왕궁의 화원에는 붉은 꽃이 핀다

크리스텔

우-후후후!

이거이거 정말 큰 실례를 범해버렸습니다.

저희는 저 동쪽 바다 건너 동대륙에 있는 찬란한 제국 NOA의 사절.

왕녀님의 병을 고칠 신비의 약재를 가지고 왔답니다.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건… 알지 못했군요.

그저 화장실을 다녀오려던 차였으나, 그만 길을 잃어버렸을 뿐.

근위기사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 왕국의 손님이군.

크리스텔

환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근위기사

하지만, 아무리 외국의 사절이라 해도 금지 구역은 지나다닐 수 없다.

특별히 이번 한 번은 눈감고 넘어가겠지만, 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날 시, 법도대로 처리하겠다.

크리스텔

물론입니다.

후우… 큰일 날 뻔했군.

에데

…어서 돌아가자. 전부 들통나기 전에 왕궁 밖으로 나가는 편이 좋겠어.

근위기사

…잠깐. 거기 당신.

크리스텔

으음? 무슨 일이신지?

근위기사

아니. 당신 말고. 당신 뒤에 있는 녀석.

에데

나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근위기사

뭔가… 익숙한데. 정말 동대륙의 사절이라면 내 눈에 익을 리 없지.

얼굴을 이쪽으로 제대로 보이도록.

크리스텔

…에데여. 그대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닌 거지?

에데

무슨 짓이라니, 내가 뭘 어쨌다고?

크리스텔

아니 이상하잖나. 밖에서는 알아보는 이 한 명 없었는데…

왕궁의 근위기사는 그대의 얼굴을 알아보는 눈치고.

에데

그냥 우연이겠지.

나:

베일에 싸인 범죄자라든가?

에데

누가 범죄자야…?!

크리스텔

어느 쪽이라고 해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네.

우린 이미 NOA라는 국가의 사절이라는 신분을 만들어버렸어.

단순히 저 기사가 에데를 알고 있는 사이라고 해도,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지.

에데

…그리고 어느 나라든, 신분을 속이고 왕궁에 들어오는 건 중죄야.

크리스텔

아무래도 이대로 가면 꼼짝없이 감옥행이겠어.

나:

이제 어쩔셈이야?

크리스텔

어쩔 수 없군.

근위기사

이봐. 거기서 뭐라고 속닥거리고 있는 거야?

얼른 얼굴을 보이라니까-

크리스텔

도망칠 수 밖에! 어서 업혀라 에데!

에데

읏…! 이번 한번만이니까!

근위기사

어, 어어?! 멈춰라!

침입자다! 궁내 침입자 발생!

크리스텔

치잇…! 일단 도망치기는 했다만,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나:

방금 코너에서 왼쪽 아니었어?

크리스텔

그랬었나?!

들어올 때 지나온 경로를 되짚어가려던 셈이었는데!

그럼 이미 우린 길을 잘못 들어버렸다는 건데…

나:

창문으로라도 뛰어내려야 하나?

크리스텔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창문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게 문제다, 단장이여!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지금 위치가 어디쯤인지 가늠도 어렵군!

나:

이 궁전, 너무 복잡하잖아…!!!

에데

…전방, 무거운 발소리가 여러 개 들려.

아마 근위기사들 일 거야.

크리스텔

큿… 어디로 가야…!

에데

오른쪽.

크리스텔

…에데여, 길을 알고 있는 건가?

에데

그럴 리가. 나도 확신은 못 해. 하지만…

왼쪽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아.

사람을 많이 만날 거야. 그 방향은.

나:

기억을 되찾은 건가?

에데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왠지 이리로 가면 될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어.

크리스텔

아마 그대의 오랜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모양이군.

나는 그대의 판단에 따르지. 에데여, 안내를 부탁하네.

에데

여기. 이쪽으로.

앞장서던 에데가 거침없이 열고 들어간 문 너머에는-

푸릇푸릇한 식생으로 가득한 정원이 있었다.

크리스텔

왕궁 한가운데에 이 정도 규모의 정원이라…

적잖은 공을 들였겠는걸.

에데

…지금 그런 걸 감상할 때야?

쓸데없는 소리는 접어두고 얼른 따라와.

여기, 수풀이 많은 데다가 상주하는 사람도 없어서 숨기 좋으니까.

크리스텔

단장. 그대도 얼른 이쪽으로 몸을 숨기게.

나:

그럼 사양 않고…!

에데

조, 조금 떨어져…! 너무 붙었잖아! 몸을 숨길 수풀은 충분하다고!

크리스텔

쉿…! 온다!

다행히 발소리가 멀어지는군.

에데

일단 따돌리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네.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에 숨어있을 수는 없어.

점점 우리를 찾는 병력이 늘어날 거야.

분명 이쪽으로 가면 뒷문이…

크리스텔

화원…?

꽃이 아름답게 피었군그래.

에데여, 마침 그대도 꽃을 좋아하지 않나?

가는 길이 바쁜 건 알지만 잠시라도 구경하는 건 어떤가-

…?!

나:

에데…!

에데

흐읏…!

크리스텔

치잇…! 그러게 무리하지 말고 업히라고 하지 않았나!

에데

하아… 하아…

크으으읏…!

나:

에, 에데 몸에서 빛이…?!

크리스텔

핫…?!

어린 소녀의 목소리

아하핫! 이것 봐! 꽃이 활짝 피었어!

여기! 여기 내가 심었던 꽃도 있어!

와아-! 아바마마랑 어마마마한테도 보여드릴래!

젊은 청년의 목소리

왕녀님, 그렇게 뛰어다니시다가 넘어지십니다!

어린 소녀의 목소리

에에- 페르세스는 너무 딱딱하게 굴어!

그러지 말고 나랑 좀 놀아주라~ 응?

젊은 청년의 목소리

…저는 왕녀님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어린 소녀의 목소리

에잇! 받아라 꽃 폭탄이다!

크리스텔

방금 그건… 환상인가…?

…아니, 그것보다 에데!

정신 좀 차려보게. 에데여!

에데

아아앗…!!!

흐으으읏-!!!

크리스텔

에데여, 진정하게!

이렇게 큰 소리를 냈다가는 분명 밖에서 듣고-

근위기사

여기다! 화원에서 소리가 들린다!

시종장님, 이쪽입니다!

시종장

왕녀님! 아아! 왕녀님!

에데

아… 아아… 아아아…

시종장

왕녀님! 무사하십니까?

갑자기 방에서 사라지셔서 깜짝 놀랐는데, 여기 계셨습니까?

병세가 위중하니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여봐라! 얼른 왕녀님을 방으로 모셔라!

나:

왕녀님이라고…?

크리스텔

하하… 이거 아무래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나 보군.

설마 에데가…

그럼 그것들도 전부… 그래서 그랬던 거였나…

시종장

근위대장! 여기 납치범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으세요!

나: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나:

우리는 납치범이 아니라-

근위대장

저 자들인가?

시종장

네! 저 자들이 바로 감히 왕녀님을 납치하려던 자들이에요.

근위대장이 돌아와 귀띔해 주시지 않으셨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근위대장

…구경꾼들 중에 우연히, 왕녀님과 닮은 뒷모습을 발견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쥐새끼들이 있었을 줄이야.

나:

그러니까 일단 대화로-

크리스텔

아서게 단장이여. 지금 우리가 뭐라고 한들, 닿지 않을 것 같으니.

그나저나 저 근위대장이라는 자, 낯이 익군.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저 자는 분명 유적에서 보았던 석상과…

근위대장

문답무용. 왕국의 법도에 따라 무도한 이들을 징치하겠다.

감히 왕궁에 숨어들어 왕녀님에게 손을 대다니.

근위대!

근위기사

예!

근위대장

이 죄인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모든 길을 막아라.

크리스텔

적은 총 스무 명의 정예 기사인가.

…싸워서 이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군.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크리스텔

그렇다면…

나: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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