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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잿빛 잔화의 메타바시스 · 챕터 1

고대 유적의 비밀

크리스텔

콜록- 콜록콜록-!

푸후… 돌먼지가 불쾌하군. 에데여, 조금 살살 하는 편이 좋지 않았겠나?

아무리 돌무더기로 입구가 막혀 있다 해도 그렇지, 예고도 없이 박살 내버리다니.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썼지 않나!

에데

…말은 쉽게 하네. 불평만 할 거면 네가 좀 거들지 그랬어?

크리스텔

우우… 그대는 언제나처럼 매정하구나.

이 크리스텔, 그대의 차가운 마음에 상처를 받고 말지도…

에데

시끄러워. 입은 웃고 있는 주제에.

크리스텔

우-후후후! 그야 웃을 수밖에 없지 않나.

에데여. 운이 좋다면 오늘 우리는 모르세르가 남긴 결정적인 흔적을 찾아낼지도 몰라.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에데

…흥. 아직 확정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잖아.

너무 들떠있지 마. 괜히 나중에 별것 아니었다는 결론이면 어쩌려고.

크리스텔

…그리운 풍경이로군. 퀴퀴한 흙먼지 냄새와 지하수에 축축하게 젖은 돌이끼의 냄새까지.

에데

오랜만이네. 여기에 온 건.

크리스텔

후후. 그렇군 에데여. 내가 그대를 주웠을 때가 마지막이었으니 말이지.

그나저나… 이상하군.

에데

이상하다니, 뭐가?

크리스텔

저 성문 말일세. 분명 그대를 구했을 당시에는 활짝 열려있었지 않나?

에데

…확실히. 우리가 떠난 뒤로 누군가 왔다 간 걸까?

크리스텔

아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네.

내가 알기로 이 유적으로 향하는 통로는 방금 우리가 지나온 길뿐.

그리고 그 통로는 내가 돌무더기를 이용해 단단히 봉인해 두었지.

그대가 직접 부수어버린 바로 그 돌무더기 말이야!

에데

…네가 해둔 짓이었어?

크리스텔

우-후후후! 아무나 이곳에 드나들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나!

에데

어쨌든. 그럼 저 문이 저절로 닫혔다는 소리인데… 어째서지?

크리스텔

글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더욱 기대가 되기 시작했네.

에데

기대? 어째서?

크리스텔

드나든 사람도 없는데 저 커다란 성문이 저절로 닫혔다는 말은…

이곳에 뭔가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어쩌면… 그 녀석이 무언가 숨겨놓은 것일지도 모르겠어.

에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심하는 게 좋겠네.

어떤 악의 어린 장치가 있을지 모르니까.

크리스텔

…명심하도록 하지.

그럼 에데여, 예의 석판을 꺼내보게나.

에데

…응.

크리스텔

에데여. 재차 물어보겠네만…

그 석판이 이 유적에 관련되어 있다는 건 확실하겠지?

물론 허블, 그 자도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이곳에서 만들어진 걸로 추정된다 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에데

그건… 확실해.

이 석판에 손을 대고 있으면, 어쩐지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내가 알고 있는 물건이라는 직감이 들거든.

내 예상이 맞다면 분명 이쪽에…

크리스텔

오오…! 뭔가 기억해 낸 건가! 함께 가게나 에데여!

에데

…여기. 이게 있어야 할 곳은 여기 어딘가임이 틀림없어.

크리스텔

이렇게 거대한 석상들이 한데 모여있는 모습은 장관이군. 생김새는… 기사인가?

성문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의미인가 본데.

이것들을 보고 뭔가 기억나는 건 없나, 에데?

에데

…글쎄. 딱히. 그렇게 쉽게 돌아올 기억이었다면 진작에 뭐라도 떠올랐겠지.

크리스텔

그것도 그런가.

호오… 에데여, 그대가 말한 대로야. 여길 한번 보게

여기, 가장 큰 석상의 발치에 딱 그 석판이 들어갈 만한 자리가 있어.

에데

…하아? 이거, 이상한 느낌이야.

크리스텔

이상한 느낌이라니?

에데

이 석상에 가까이 갈수록… 석판이 웅웅거리고 있어. 들리지 않는 거야?

크리스텔

나에겐 들리지 않는다만…

에데

그럴 리가… 이렇게나 선명하게 들리는데…

크리스텔

흐음… 아마 그대에게만 들리는 소리인 것 같은걸.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얼른 석판을 제자리에 놓아보게.

에데

…알았어. 알았으니까 재촉하지 마.

그러니까 석판을 이쪽에…

…어라?

크리스텔

석판이… 열렸다…?

아, 역시 그대의 말이 맞았나 보군. 저길 보게! 성문이 흔들리고 있지 않나!

자아, 어서 석판을 마저 꽂아보게 에데여!

에데

…자, 잠깐만… 입 좀 다물어 주겠어?

…으으읏…!

크리스텔

…에데여?

에데

지금… 뭔가…

머릿속이 뒤죽박죽처럼… 크윽…

큿… 크으읏… 머리가… 아파서…

크리스텔

에데여! 괜찮나?

으읏?! 누, 눈이…! 뜨거워…!

후우… 후우… 만지기만 했을 뿐인데…

이 석판은 대체…?

에데

아흐읏!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아팟…!

크리스텔

…?!

저 석상, 분명 방금 움직였…?

…잘못 본 게 아니었군.

에데

크으으읏…!

크리스텔

…상태가 영 좋지 못하군. 일단 물러나자고.

이 석판은 그대가 들고 있게. 나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은 최악이니까.

일단은 그대가 내게 업히는 편이 좋겠-

…크읏?!

크윽…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에데

흐으으윽…!

크리스텔

치잇…! 이래서야 대응이 전혀 되질 않아.

명백히 적대적으로 구는 걸 보면 강행 돌파를 할 수밖에 없는데…

역시 나 혼자서 저걸 쓰러뜨리는 건 무리일 터.

에데

…후욱… 흐읏…!

크리스텔

에데는 어떻게 봐도 전투가 가능한 상황은 아니군.

…에데여, 조금만 버티게. 전력으로 이곳을 빠져나갈 테니.

허블

이런… 곤란하군요.

혼자서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문지기의 등장… 그리고 두 분 모두 석판과 접촉하면 전투 불능에 빠진다라…

저희 쪽에서 조사한 바로는, 석판이 공허를 품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크리스텔

아아. 그건 나도 확인했네. 오히려 공허를 빨아들이는 쪽에 가까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상하지 않나?

평범한 고대 유적의 유물이 공허에 반응할 리가 없으니.

허블

그것도… 일리 있는 의견이군요.

크리스텔

분명… 뭔가 남겨져 있는 거야. 그 유적에.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야만 해.

허블

그렇다는 말은, 추가 인원이 필요하시겠네요.

크리스텔

그래. 지금 상황에서 우리 둘만으로 유적 안으로 진입하는 건 무리지.

허블

단순히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십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실력의 구원자라면 큰 어려움 없이 조달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 봤자 석상을 피해 석판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역할일 뿐일 테니까요.

크리스텔

아아, 인원만 충분하다면 우리가 성문으로 들어갈 때까지 발만 잡아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이렇게 그대에게 찾아와 도움을 구할 필요도 없지.

에데

…아무나 조력자로 고를 수는 없어.

잊었을까 봐 다시 말해두겠는데, 우리의 상대는-

허블

압니다. 그의 눈과 손발이 어디까지 뻗쳐 있을지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지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적에게 이쪽의 손 패를 훤히 드러내 보이는 꼴이나 다름없네요.

크리스텔

그러니 허블이여. 우리의 조력자는 완벽히 믿을 수 있는 자여야만 하네.

놈이 뿌려놓은 끄나풀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는 자 말이야.

허블

흐음… 쉽지 않은 조건이군요.

아직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미지의 적과 연관이 없으면서도, 전력이 될만한 인물이라…

크리스텔

역시, 그런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군.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우-후후후! 허나, 우리 모렐 해운상회와 그대의 정보력을 총 동원하면 머지않아 한 명쯤은-

허블

한 사람, 이라면 떠오를 것도 같습니다만.

크리스텔

으, 으응? 있는 건가 그런 인물이?

허블

그렇습니다.

에데

…좋아. 하지만 그 사람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는 보장은 어떻게 할 건데?

허블

흠. 글쎄요. 그런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요. 무조건이라는 건 세상에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하지만 다행인 건…

그분을 설득해 볼 만한 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닐 것 같군요.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