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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썸머! 운명의 파라다이스 · 챕터 9

변하지 않는 것

아일라

하아… 하아…

스마일을 따라 급하게 동굴로 돌아온 우리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아일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마일

잠깐 생각을 정리하겠다며, 나갔다 오겠다고 했었음.

그런데 금방 돌아오질 않아서 찾으러 나가봤더니…

스마일이 손을 펴서 들고 있던 찢어진 약봉지를 보여주었다.

아무렇게나 구겨져 찢어진 봉지 속에는, 아일라가 꾸준히 챙겨먹던 알약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스마일

바다 앞에서 쓰러져 있던 아일라 옆에 흩어져 있던 알약을 모아온 것.

약봉지는 찢어져 있고, 그 주변으로 알약들이 떨어져 있던 채 발견되었다면…

스마일

응. 마치… 일부러 버리려고 하는 것 같았어.

루나

…그렇다는 건 설마, 아일라가…

아일라

콜록…

콜록 콜록…!

정신이 든 건지, 심하게 기침한 아일라가 몸을 일으켰다.

곁에 있던 스마일이 얼른 아일라의 약을 건넸지만, 아일라는 약을 먹는 것을 거부했다.

아일라

콜록… 필요 없어요…

이제 와서, 굳이 더 버텨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스마일

아일라, 체온이 계속 내려가고 있음. 이대로는 위험…!

아일라

괜찮아요… 어차피 다… 끝났는걸요.

아일라는 기침이 잠깐 멈춘 듯, 숨을 가다듬는다.

아일라

어쩌면 전부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전부 헛된 일인 걸 알면서도…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자만하고, 살고 싶다고 주제 넘은 욕심을 부렸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노력하지 말 걸 그랬어요.

루나

…하지만, 아일라…

아일라

…루나 님…

…

죄송해요, 억지 부려서…

오늘 밤까지라는 걸, 저는 몰랐어요…

루나

뭐…?

슬픈 눈을 한 아일라가, 눈물을 떨구는 것 대신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아일라

죄송해요.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엿들어버려서…

전부 괜한 노력이었다는 걸… 제가 너무 늦게 알아서…

스마일

아일라, 포기하면 안-

아일라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운명… 이라고 하셨죠.

저는… 어쩌면, 운명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봐요.

그 속에 담긴 것은 흔들림 하나 없는 담담한 문장.

이미 전부 알고, 겪고, 체념한 사람들 특유의…

아일라

정말 볼품없는 말로네요…

슬픈 미소.

루나

…!

아일라

이제 남은 건 오늘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뿐…

그러니까 정말로, 괜찮아요.

끝을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루나

…하긴.

끝을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지.

스마일

…루나…!

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루나가 덤덤한 표정으로 아일라가 내내 쥐고 있던 반쪽짜리 보물 지도의 구김을 하나하나 펴면서 말을 잇는다.

루나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그 외 모든 것은 무의미.

그렇다면 나도… 바꿀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이번엔 다를 거란 기대도 전부 버리면 돼.

절망은 당연한 거니까. 당연한 절망을 마주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잖아.

지도를 내려다보는 루나의 푸른 눈은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루나

희망도 기대도, 전부 버리고, 덧없고 지루한 인생을 낭비하면서…

그저 정해진 결말만을 기다리면 되는 거야.

…

그러면 됐는데-

계속해서 손으로 지도의 주름을 펴던 루나가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루나

하필이면, 라비스타 최고의 도박사를 만나버렸어.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웃음 짓는다.

루나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인생 최대의 도박을 하기로 결정했지.

지루하고 덧없는, 내 남은 미래 전부를 걸고 말이야!

체념한 사람들의 슬픈 미소가 아니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루나

어때, 너도 걸어보고 싶지 않아?

빳빳하게 펼친 지도를, 아일라에게 건넨다.

아일라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

아뇨.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오늘밤이 지나면 저는 끝인걸요.

전 이제 확신 없는 일을… 더는 기대하고 싶지 않아요…

루나

흐음~ 그렇구나.

좋아, 그럼 내가 오늘밤이 쉽게 지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게 해줄게! 가자!

아일라

앗…? 루, 루나 님… 갑자기…!

아일라의 손을 잡고 동굴 밖으로 이끄는 루나를 따라, 우리도 발걸음을 옮겼다.

아일라

루, 루나 님… 저, 더 이상은…

루나

봐봐, 아일라!

이 정도 하늘이라면, 오늘밤은 어쩌면 영영 지나가지 않을지도 몰라!

루나의 말에 그제야 오늘 밤 달빛이 유난히 밝다는 걸 깨달은 아일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일라

…!

아일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일라

어떻게… 달이…!

루나

내가 엿보고 온 미래에는 없던, 완벽한 기적이야.

아일라

…!

루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운명은 이것보다도 더 커다란 기적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지.

간발의 차로 이번에도 틀릴지 모르고 말이야.

…

하지만, 저 하늘을 봐.

이런 광경을 보고도 올인하지 않는 건 승부사라고 할 수 없잖아?

루나가 다시 한번 빳빳하게 펼친 보물지도를 아일라에게 건넸다.

루나

그러니까 아일라! 너도 우리와 함께 운명을 거스르지 않을래?

아일라

…루나 님…

루나

네 운명이 오늘밤을 넘기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지지 않을 밤을 만들자.

네 결말이 저주를 풀 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번엔 오래 살아갈 축복을 품은 보물을 찾아서 모험을 떠나자!

루나의 손끝에서 팔랑이는 보물지도를 바라보는 아일라의 눈빛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루나

그렇게 억지로 운명의 틈을 조금씩 비틀어보자.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결말까지, 같이 가보자!

아일라

…

…네, 저도…! 살아보고 싶어요…!

흐윽… 흑…

그리고 그렇게 모든 빛을 잃었던 아일라의 눈동자가,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달빛을 받아 다시금 반짝인다.

루나

응. 그거면 됐어.

아일라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루나의 눈동자 또한, 오늘 밤의 달빛 못지않게 반짝이고 있었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