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PR

로스트 인 썸머! 운명의 파라다이스 · 챕터 3

동료 모집

째앵-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과…

사락사락-

빗자루 끝에 자꾸만 걸리는 모래알들.

그리고…

철썩-

루나

으아아-! 못 해먹겠다아―!!

스마일

동의. 열기가 너무 뜨거움…!

벌러덩-

손에 들고 있던 걸레를 수영장 바닥에 내려친 루나가 타일 위로 냅다 드러눕자, 스마일도 빗자루를 놓고 루나를 따라 누워서 퍼지기 시작한다.

나:

하지만 이렇게라도 일하지 않으면…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금액이야…

스마일

루나, 다시 생각해서 아일라의 의뢰를…

루나

…읏…

스마일

…아니, 아무것도 아님.

아일라의 의뢰를 받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소일거리 중 가장 시급이 센 수영장 청소라도 시작해 봤지만…

이렇게 해서 과연 언제 전부 갚을 수 있을까…?

타일에서 올라오는 플로라 특유의 열기와 높은 노동 강도에 모두가 지쳐갈 즈음…

점원

거기 세 분!

휴게 시간도 아닌데 수영장 한복판에서 누워서 쉬고 있는 건가요?!

여정 단장이시라기에 흔쾌히 믿고 맡겼는데,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시면 안 되죠!

나:

죄, 죄송합니다!

스마일

우우… 다시 청소 모드 돌입…

시간 내 타일에 묻은 얼룩과 흘러 들어온 모래알을 제거해야 해…

루나

…

스마일

루나?

루나

…아, 응. 그렇네. 일을 하러 가야지… 응.

생각에 빠져있던 루나가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타일에 묻은 정체불명의 얼룩을 지우러 갔다.

스마일

…?

덩그러니 남겨진 나와 스마일만이 이상하다는 듯 의아한 눈빛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스마일

…루나가 이상함.

방금 일을 하러 가야겠다고 말함. 이건 평소에 절대 하지 않는 말.

루나

…

멀찍이서 묵묵히 얼룩을 지우고 있는 루나는, 어딘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스마일

드디어… 쉬는 시간…!

합법적으로 엎어져 쉴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

풀썩-

루나

…

썬배드에 그대로 엎어진 스마일과 다르게, 루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루나

단장, 괜찮으면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할까?

스마일

…

나:

무슨 일이야?

루나

그 아가씨가 했던 의뢰, 확실히 거절한 것 맞지?

나:

…그건 왜?

나:

엿봤던 미래가… 많이 안 좋아? 어땠길래?

루나

…하아. 그게 말이지. 엿본 의뢰인의 결과가…

으으음…

그러니까 결과가 말이야…

나:

어땠길래 그렇게 뜸을 들여?

루나

아하하… 간단하게 말하면 뭐랄까.

대흉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할까…? 아주 나쁜 미래가 펼쳐진다고 할까…

나:

잘못 본 거 아니고?

루나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봤는데…

틀림없어. 이번 의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결과야. 장난 같은 게 아니라고.

그런데도 단장은… 의뢰를 받고 싶어?

의뢰인의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 말고도 보물찾기 도와줄 사람은 있을 건데도?

나:

하지만 그러기엔…

간절히 도움을 구하던 아일라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여태껏 좁은 방안에서 홀로 고통을 견디던 아일라의 심정을 자꾸만 헤아리게 되었다.

나: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

나는 의뢰를 받고 싶어.

루나

…흠, 단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어.

단장은 내 예언을… 못 믿는 거야?

나:

못 믿는다기보다는…

예언을 통해 실패하는 미래를 본 거라면, 예언의 내용을 참고해서 실패를 피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루나

단장, 내가 엿보는 미래라는 건… 그런 게 아냐.

이건 확정되고 절대적으로 정해진 운명이야.

피하거나 도망치거나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도…

결국은 정해진 곳에 도착하도록 되어버리는, 그런 최악의 룰을 가진 보드게임이지.

우리가 아무리 거기서 벗어나려고 주사위를 굴려도 결국 마지막에 도착할 칸은 정해져 있어.

그러니 차라리…

…

스마일

루나. 안 오길래 찾으러 왔어.

루나

앗, 스마일까지…?

스마일

본의 아니게 단장과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음.

루나

…스마일의 생각은 어때?

사실 생각해 보면 스마일도, 해적왕의 전설이니 숨겨진 보물이니 저주니…

정해진 운명이니 미래라느니…

그런 거, 비과학적인 미신이라고 하면서 믿지도 않는 편 아니야?

스마일

긍정. 나는 의뢰인이 받았다는 저주와 해적왕의 보물 같은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루나

응응. 그러니까 그냥 곤란한 척 거절하는 게 어때?

스마일

…하지만 나도 의뢰를 받아들이고 싶음.

루나

어? 어째서…? 반드시 실패하는 의뢰라니까?

우리가 돕는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다구!

스마일

첫째, 루나가 말한대로 정해진 운명과 미래라는 개념을 과학적인 견지에서 부정.

세상은 확정적으로 관측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의 확률로만 존재한다는 최신 논문을 추천.

루나

하아… 이래서 난 과학쟁이들하고는 상극이라니까.

스마일

둘째.

…이건 분명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욕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적 충동 발생. 이걸 무시하는 건 불가능.

나도… 비슷했음.

단장과 아세라, 루나를 만나기 전의 나는…

…

…나는, 언니가 사라진 것을 내 탓이라고 생각함.

내가 웃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언니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래서 실망해버린 언니가 멀리 떠나버렸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지금은 다름.

이제 내가 언니를 찾는 이유는 죄책감이 아니라 나의 의지.

의뢰인도… 과거의 나와 비슷함.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함.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도와줄 차례.

단장, 아세라, 루나가 날 도운 것처럼.

루나

스마일…

스마일

어쩌면 루나의 말대로 의뢰를 완수할 수 없을지도 모름.

하지만 그게 아무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

단장도 도울 테니 한층 더 안심…!

루나

으으… 이 문제는 단장이라고 뚝딱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단장이 있다고 해서 확정된 미래가 바뀌는 일은…

스토리 일러스트

루나

아니, 잠깐…

어쩌면…

아니 아니, 어쩌면이라는 가정법은 이제…

…

아일라

여기 계셨군요…!

아일라

허억… 허억…!

루나

으윽, 이젠 그 아가씨잖아…? 대체 여긴 어떻게…

아일라

단장님과 보이저 구원단 여러분을 이렇게 그냥 보내드리기는 싫어서… 찾아다녔어요…

어쩌면… 제게도 일생일대의, 마지막 기회가 왔는데…

저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또… 그런 큰 기회를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루나

…잠깐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린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큰 기회 같은 게 아니야.

…

좋아. 솔직히 말할게.

내가 엿본 미래에… 이 의뢰가 성공하는 경우는 없었어.

그러니까 일생일대의 기회라느니, 그런 건… 전부 네 착각에 불과해.

아일라

…그렇군요. 이번에도 결국… 안 좋은 결과가 예정되어 있다는 거네요…

루나

그래, 그러니까 우리랑 함께 하면 무조건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아일라

…

제가 처음… 이 저주에 걸렸을 때는, 열이 펄펄 끓어서 눈을 못 뜰 정도였어요…

그때 저를 본 의사 선생님이 부모님께 그러셨죠.

아이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어 보이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요.

…

…하지만 저는 그날 밤을 이겨냈어요. 물론…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처음보다는 좋아졌어도…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아픈 건 여전했었죠…

그러니까 하시는 말씀이, 이번주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그러시더군요.

2주가 지나자 그 다음에는 한 달, 세 달이 지나자 그 다음에는 한 해…

그리고 이번에는 그러셨어요. 성인을 넘기지 못할 게 분명하다라구요…

나:

…아일라.

아일라

지금까지 저에게 좋은 미래가 허락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전 여전히… 이렇게 살아있잖아요?

루나

…

스마일

…루나.

…

나는 역시…

…아일라의 의뢰를 맡아주고 싶어.

나:

응. 나도, 아일라의 의뢰를 받았으면 좋겠어.

루나

…

으으… 어쩔 수 없나.

그래 뭐…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번 해 보지 뭐.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니까.

아일라

…네,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함께 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각오했던 바니까요.

폐가 되진 않을게요. 그러니까…

루나

하아… 알겠어, 알겠다구~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바보가 많은 거야?

나:

그럼 의뢰는 받는 걸로 하는 거지?

루나

…그래. 뭐… 여기서 뭐라고 해도 돌아갈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아일라

…!

스마일

…!

탁월한 선택…! 분명히 말할 수 있음…!

아일라

네, 잘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할게요…!

아일라가 기쁜 얼굴로 스마일의 손을 잡고, 어린 아이처럼 가볍게 방방 뛰기 시작했다.

루나

…

…하아.

뭐가 그렇게 기쁘다는 건지…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