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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썸머! 운명의 파라다이스 · 챕터 7

표류

…귀가 먹먹하다.

시끄러운 주변에 비해, 고요한 물속에서 마냥 부유하는 기분.

나쁘지만은 않아서, 어쩌면 이대로 흘러가기만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물거리는 시야 너머로 지긋지긋한 해변가가 보인다.

여태 봐왔던 해변과 약간이나마 다른 점은…

해안선을 따라 군데 군데 부서진 흔적이나 뼈대만 겨우 남은 난파선들의 잔해가 뒤섞여 굴러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

루나

흐읍!

나:

푸핫!

스마일

스톱. 단장이 눈을 떴어.

아일라

괜찮으세요, 단장님…?

나:

콜록, 콜록!

기침을 몇 번 반복하자, 미쳐 넘어가지 못했던 바닷물들이 입밖으로 빠져나왔다.

내 가슴팍을 눌러대던 루나가 연신 등을 두드려주자, 심하게 터지던 기침이 그제야 서서히 멎기 시작한다.

루나

좀 괜찮아, 단장?

나:

응… 고마워, 루나.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루나

그, 그게 말이지…

아하하…

…하아~

스마일

…우우…

아일라

으음…

모두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졌다.

나:

왜 그래…?

스마일

…단장,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하나씩 있음.

단장은, 뭐부터 듣고 싶어?

루나

아니 아니, 그런 것보다 그냥 좋은 소식을 먼저 말해주는 걸로 하자!

단장, 잘 들어. 좋은 소식은, 우리가 드디어 무덤섬에 도착한 것 같다는 거야.

나:

…!

정말?!

스마일

응. 우리가 진입한 해류가 상당히 거칠고 빨랐던 것과, 여기저기 부서진 난파선들이 모여있다는 점 등…

이 섬의 모든 특징이 오두막에 살던 노인이 말해준 무덤섬의 설명과 완벽히 일치.

그렇다면 해적왕의 보물을 찾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쁜 얼굴로 아일라를 보았다.

아일라

…

…하지만, 아일라는 난감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루나

아하하… 단장, 눈치 못 챘구나.

뭐, 잠깐이라도 좋은 기분을 즐겼다면 된 거지만~

나:

…?

스마일

…단장, 그때 들었던 무덤섬의 정보를 떠올려봐.

그러고보니, 그때 그 노인이 분명히…

노인

…옛말에, 플로라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기묘한 해류에 잡아먹힌…

오래된 난파섬들이 모여 있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고 하지.

무덤섬은 무인도라고 했었다…!

나:

무인도라는 건…!

아일라

해적왕의 보물을 찾는다고 해도,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건데요…!

나:

안 돼애애!!

정신이 아찔해진다.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표류라니.

항해를 하면서 가장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버렸다.

나:

…정말,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거야?

루나

그게… 아까, 단장이 기절했을 때 아일라에게 맡겨 두고 스마일과 내가 이 근처를 좀 둘러봤거든.

혹시나 타고 돌아갈만한, 멀쩡한 배가 있을까 해서 말이지?

스마일

응. 하지만 그럴만한 배는 찾을 수 없었어.

결론. 현재로써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전무.

물론, 식량 확보나 식수 관리, 체온 유지 같은 기본적인 생존 문제 또한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 함.

게다가 직전까지 이어졌던 돼지 상어와 해적단의 습격, 그에 더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한 것까지.

이곳에 표류하기 전 일련의 사건들을 연달아 겪고 난 우리의 모습은 차마 말로 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루나

아야야…

스마일

우우…

아일라

…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지 막막한 건 말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나 또한 한숨을 따라 쉰 후 상황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에 마냥 한탄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일라

마, 맞아요…! 찾아보면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아, 단장님 덕에 되찾은 이 지도…!

생각해보면 물에 빠지면서 잃어버리거나 더 찢어졌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잘 갖고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 활기를 찾으려는 듯, 애써 씩씩하게 말한 아일라가 품에서 찢어진 반절짜리 지도를 꺼냈다.

확실히… 지도는 해적단원 때문에 절반이 찢어진 이후, 더 손상된 곳 없이 멀쩡해 보였다.

아일라

이거 하나 정도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어쨌든 저희… 해적왕의 보물을 찾으러 여기까지 왔잖아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모든 배들의 마지막 종착점이라는 무덤섬에 도착했으니까,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만 찾으면 돼요.

그 뒤로는 지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함께 이 상황을 헤쳐 나가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아일라는 애써 우리를 격려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것 같았다.

루나 & 스마일

…

루나

…하긴. 이렇게 낙담하고 있는다고 달라질 건 없지.

스마일

응. 섬의 크기가 크지 않으니,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도 금방 찾게 될 가능성이 높음.

그렇게 지도를 따라 보물을 찾고 난 후, 빠져나갈 걱정을 해도 늦지 않음.

방법이야 찾으면 그만이니까.

아일라의 격려 덕분인지, 침체되어 있던 루나와 스마일 또한 다시금 기운을 되찾고 의지를 다잡았다.

루나

그럼 단장도 일어났으니까 다시 해적왕의 보물을 찾으러 갈까?

아일라

네, 저는 지금이라도 다시 출발할 수 있어요…!

루나

좋아.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서 보물을 찾으러 가보는 거야!

아자, 아자-!!

스마일

우오오…!

아일라

파, 파이팅이에요…!

나:

가자!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몇 시간 후-

루나

더워어…

스마일

높은 온도에 적절치 않은 외부 활동으로 인한 체내 수분량 급감…

수분을 보충하지 않은 채 반나절이 지나면 집중력 저하와 두통, 어지러움 증상이 발현될 예정…

현 시점에서 권장되는 것은 체온까지 낮춰주는 아이스크림…

나:

이거라도 마셔, 스마일…

스마일

우부붑… 미지근함…

나는 앉은 채로, 내 발치에 힘없이 누워있는 스마일의 입에 코코넛 워터를 흘려 넣어주었다.

다 함께 지친 몸으로 몇 시간동안 해변을 뒤졌으나,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했다.

아일라

콜록, 콜록…

루나

그나저나 아일라, 아까부터 기침이 더 심해졌네… 약도 먹었는데…

자, 이걸로 목이라도 좀 축여.

아일라

감사해요, 루나 님…

따라앉은 아일라가 루나가 건넨 코코넛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

루나

응? 잠깐만. 아일라 너, 손이…

코코넛을 받아들던 아일라의 손을 덥석 잡은 루나가, 놀란 표정으로 굳었다.

루나의 시선을 따라 아일라의 손끝을 보자, 군데군데 벌어진 손톱에 피가 맺혀 있었고, 까진 살갗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아일라

아, 혹시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가 모래 사장 안에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구 파헤치다 보니…

괘, 괜찮아요…!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하나도 안 아프니까요… 콜록…

들키면 안 될 것을 들킨 사람처럼, 아일라가 잡혀 있던 손을 빼서 뒤로 숨겼다.

루나

안 아프긴 뭘 안 아파? 아까부터 기침도 더 심해졌는데.

스마일

동감. 이대로라면 탈진 상태까지 도달하는 데 더 가속화될 우려.

아일라, 무리하지 않기를 제안.

아일라

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도 힘들지 않은걸요…

몇 년동안이나 방안에서 살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보다…

이렇게 밖으로 나와, 모두와 함께 보물을 찾고 있는 지금이…

훨씬, 살아있다는 기분이 드는걸요…!

루나

…

아일라

콜록… 게다가, 신경 써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져서요… 저는 다시 지도에 적힌 그 돌덩이를 찾아볼게요.

그러니까, 다들 조금 더 쉬시다가 천천히 오세요!

얕게 기침한 아일라가 웃으며 다시 뜨거운 땡볕 아래로 몸을 돌려 힘차게 달려나갔다.

루나

…하여튼, 고집 센 꼬맹이라니까.

아까도 우리 모두가 기절해서 누워있을 때, 혼자서 무리하고 있었던 거 알아?

정신 차리기도 전에 누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겨우 눈을 뜨니까, 아일라가 있는 거야.

그래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폐에 잘못 들이켠 바닷물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거 있지?

정작 본인은 더 심하게 기침하고 있던 주제에.

스마일

루나…

루나

몸도 약하면서, 눈물 나게 열심히란 말이야.

…으으. 저 아가씨 때문에 괜히 신경 쓸 게 늘어났잖아.

장난스럽게 툴툴거린 루나가 표정을 바꿔 웃음 지었다.

루나

그러니까 우리도 질 수 없어!

가자, 단장, 스마일! 저 아가씨에게 지지 않으려면, 꽤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구!

스마일

오오…!

환하게 웃음 짓는 루나의 머리 위에 떠있는 태양도, 지지 않겠다는 듯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나 또한 힘을 내서 다시 그 돌덩이를 찾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루나

…응?

스마일

왜 그래, 루나?

루나

아니, 스마일… 단장이 앉아있는 자리 아래에…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

스마일

…!

루나, 어쩌면…

루나

응. 우리가 너무 땡볕 아래만 찾아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 아일라!

나:

…?

아일라

루나 님, 스마일 님…! 무슨 일이세요…?

루나의 부름에 근처에서 모래사장을 파헤치던 아일라가 다시 돌아왔다.

스마일

놀라지 말고 듣길 권유.

어쩌면 우리가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를 찾은 것 같음.

아일라

정말이에요…?!

으응? 그런데 근처엔 안 보이는걸요…? 대체 어디에…

스마일

바로 저기.

스마일과 루나가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허공에서 멈춘 두 사람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나:

…

…나…?

루나

저기! 단장이 앉은 자리야!

저 아래로 파묻힌 달 문양의 돌덩이가 슬쩍 보인 것 같았다구!

스마일

단장, 엉덩이를 들어주길 바람. 우린 그 밑을 파야 해.

아일라

그, 그런 거라면 부탁드려요…!

나:

자, 잠깐만…!

우당탕-

무섭게 달려든 세 사람이 나를 밀치고 내가 앉아있던 자리를 마구잡이로 파헤쳤다.

루나

흐아압! 으럇! 으럇으럇!!

스마일

지름 50cm의 구멍 생성에 성공…! 이후 내부 확인을 위해 주변에서 획득한 나뭇가지를 활용할 예정이야.

아일라

여기에, 조금만 더 파면…!

…세 사람은 그렇게, 무아지경이 되어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각자 파고 있던 세 개의 구멍은 점점 넓어지며 서로 이어졌고, 어느덧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마일의 키를 거의 따라잡을 만큼 그 구멍이 깊어졌을 때.

툭-

아일라

콜록… 여, 기…! 뭔가 있어요…!

우리는 드디어, 그 깊숙한 구덩이에서 천으로 만들어진 두둑한 주머니와 주인 모를 수첩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