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썸머! 운명의 파라다이스 · 챕터 4
상어 주의

아일라의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해적왕의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루나
…
…
루나
…그러니까, 진짜 이런 곳에 보물이 있다고?
스마일
확실함. 지도에서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지도에 적힌 단서를 듣자마자 바로 어딘지 알겠다며 우리를 이곳으로 끌고 온 스마일이, 당당한 얼굴을 했다.
스마일
폐선 처리장임.
…그러니까 어째서?!
스마일
보물지도에는 아직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지도와, 2개의 문구가 쓰여 있음.
하나는 배들의 마지막 종착지. 그곳에 있는 달문양이 새겨진 돌덩이 아래를 파헤쳐 보라는 것.
아일라
네… 그리고 두 번째는 끝이 정해진 항로일지라도, 그럼에도 나아가기를 택한 자만이 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라고 적혀 있어요.
루나
아하! 알겠어, 그러니까 폐선 처리장이 배들의 마지막 종착지라는 거구나?
스마일
루나도 알아들을 만큼 간단하고 직관적인 논리.
그럼 두 번째 문구는…?
스마일
그건-
…
…아무래도 그건, 현재로선 추측 불가능.
하지만 이곳에서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를 찾아 그 아래를 파헤치면, 답을 알게 될지도 모름.
아일라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그럼, 얼른 찾아볼게요…!
째앵-
루나
후아~ 덥네…
꼬맹이들, 괜찮아?
철근 구조물 사이 사이를 살펴보던 루나가 구부렸던 허리를 펴며 땀을 닦아냈다.
스마일
…샌들을 신었는데도, 태양에 달궈진 바닥의 온도가 그대로 느껴지고 있음.
그 이후로 우리는 몇 시간째 이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지만…
유난히 뜨거운 플로라의 태양 아래에서 돌덩이 하나를 찾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탓에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스마일
확실히 플로라의 대기는 NOA와 비교했을 때… 평균 기온 10도 이상 높은 편…
정오가 되면 낮잠을 자는 플로라 문화의 기원을 추측할 수 있음…
아일라
네에… 아무래도,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서 야외 활동을 못하니까요.
루나
으으… 그럼 우린 남들 자고 있을 때 이 일대를 샅샅이 찾고 있는 거야?!
어쩌면 수영장 청소가 훨씬 나았을지도…
스마일
…이미 약해져 있는 아일라의 체력이 이런 땡볕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
…그리고, 나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
아일라
괘, 괜찮아요 저는…!
더 갈 수 있어요… 뒤쳐지지 않을 테니까, 제 걱정은 안 해주셔도 돼요…!
아일라가 파리하게 매마른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식은땀 범벅에 창백한 안색이, 말과는 달리 아일라의 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조금 쉬었다 다시 찾자.
아일라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아일라
무리하는 게 아니에요… 진짜 괜찮은걸요.
게다가 더 늦어지면… 해적단이 뒤를 쫓아올지도 모르구요…
그 말을 증명해야겠다는 듯, 아일라는 괜히 힘주어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휘청-
아일라
읏-
스마일
아일라…!
아일라
죄, 죄송합니다. 방금은 잠깐 긴장이 풀려서…
지금은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어요…
루나
…
스마일
아일라… 너무 무리하고 있음…
스마일이 앞서 나가는 아일라를 붙잡았다.
아일라의 안색은 이전보다 훨씬 더 창백해져 있었다.
스마일
나아가기 위해선 제대로 된 휴식도 필요…
아일라
콜록…!
콜록 콜록-!
그때, 다시 억지로 발걸음을 떼려던 아일라가 심한 기침을 연달아 하기 시작했다.
아일라
읏…!
스마일
아일라, 피가…!
루나
…이봐, 병약한 아가씨. 일단은 저 해변가라도 가서 손에 묻은 핏자국 좀 닦아내는 게 어때?
아일라
하지만, 이 이상 지체되면 해적단이…
루나
이대로 못 쉰 채 억지로 걸어가는 게 훨씬 느려.
아일라
…
루나
그러니까 고집은 그만 부리고 일단은 잠깐 쉬었다가 가는 걸로 하자. 응?
그 이후는 차차 생각해 보는 걸로 하고!
아일라
…
스마일
아일라, 괜찮음?
아일라
네, 약도 먹고 기침도 멎었으니까, 금방 좋아질 거예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루나
그래, 그럼 여기서 좀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걸로 하면 되겠지?
아일라
…하지만 정말 이렇게 쉬어도 괜찮은 걸까요…?
처음에 의뢰를 받아주실까 고민했던 것도 일정이 길어질까봐 걱정하신 게 컸잖아요…
혹시, 저 때문에 괜히 기간이 더 길어지는 건…
딱콩-
아일라
아야…!
루나
이 쪼끄만한 머리에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있네!
병약한 아가씨, 내가 방금 전에 몰래 미래를 엿보고 왔거든?
내 예지에 따르면, 여기서 조금 쉬다가 가는 게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나왔다구!
아일라
…그, 그런가요…?
루나
그래. 그러니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좀 쉬었다가 갈 수밖에 없어.
가만히 있는 게 도저히 좀이 쑤셔서 안 되겠다면…
으음… 아, 그래!
바다 위로 올라오는 소라 껍질! 그걸 줍는 게 훨씬 이득이라구.
아일라
소라… 껍질이요?
루나
응응, 그 중에는 도움이 되는 마법의 소라 껍질이 섞여 있을 확률이 꽤 높은 편이거든~
스마일
거짓말. 마법의 소라 껍질 같은 건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미신에 불과.
분명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어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일 것임…!
루나
흐응~ 그래? 과연 그럴까?
조금만 기다리면 저 바다 위로 푸른색 소라 껍질이 떠오를 테니까, 두고 보라구!
스마일
지이…
아일라
지이이…
불신을 버리지 못한 스마일과 아일라는 바다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색 소라 껍질이 바다 한 가운데에 떠올랐다.
아일라
지, 진짜였어요…!
스마일
…이번에는 사기가 아닌 진실을 말한 듯함…!
아일라
그럼, 또 기다리면 다른 소라 껍질이 올라온다는 걸까요? 그 중에 마법의 소라 껍질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겠죠?
스마일
…확률을 생각하면 지금 올라온 저 소라 껍질도 좌시할 순 없음.
올라오는 대로 모아놓는 게 합리적인 판단.
아일라
좋아요, 그럼 저도 보이는 대로 주워 볼게요…!

들뜬 얼굴로 바닷속에 들어간 아일라와 스마일은 하나 둘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소라 껍질을 줍는 데에 집중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루나는 드디어 안심하겠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모래사장에 주저 앉는다.
루나
휴우~ 저 고집불통 아가씨를 달래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네.
그럼 우리도 여기 앉아서 좀 쉬고 있자구, 단장.
…마법의 소라 껍질 이야기는, 거짓말이야…?
루나
흐음~ 글쎄. 완전히 거짓이라고 하긴 힘들지.
예지를 봤던 건 진짜이기도 하고…
그 미래에선 저 두 사람이 바닷속에 들어가서 소라 껍질을 줍고 있긴 했으니까!
물론, 그게 마법의 소라 껍질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말이야~?
아마 아일라를 쉬게 해주기 위한 루나 나름의 배려였나 보다.
하얀 거짓말이었구나…
루나
하얀 거짓말이라… 글쎄.
…그런 것보다는… 좀 더 이기적인 이유긴 하지.
반드시 실패하는 결말로 열심히 전진하는 걸 보는 사람의 마음도, 편하기만 한 건 아니거든.
아무래도 이전에 봤던 아일라의 미래가 못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루나가 봤던 아일라의 미래는-
정확하게, 어떤 모습이었어?
루나
…말했던 대로야.
그러니까…
…
루나의 시선이 바닷속에서 즐겁게 소라 껍질을 줍고 있는 아일라를 향한다.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아일라의 가냘픈 등을 바라보고 있던 루나는, 금방 안색을 바꿔 내 쪽을 보며 웃음 지었다.
루나
그러니까, 실패가 정해져 있는 결말이라면… 이런 순간들이라도 최대한 즐겨 놓는 게 좋지 않겠어?
평소처럼 천연덕스럽게 웃는 루나를 바라보았다.
루나가 봤다는 미래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우리의 모험이 실패가 확정된 미래로 나아갈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믿어버리는 순간, 앞으로 나아갈 이유조차 잃어버릴 것 같았다.
실패하지 않는 결말을 찾아서 싸울 수도 있는 거잖아.
루나
우와아… 단장, 의외로 순수한 소리를 하네…
음음.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관측된 미래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품었던 때가 말이야.
아아, 어쩐지 그리워지는걸~ 순수했던 그때의 내가?
그리고는 진짜 과거를 회상이라도 하듯,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본다.
루나
하하…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의뢰를 맡겠다고 했던 게 어쩐지 바보 같은 선택이란 느낌이 드는 것도 같고…
그동안 변경되지 않은 미래와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 봤을 루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엿본 아일라의 미래가 단순히 의뢰 실패로 끝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슬그머니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아일라
와아, 스마일 님… 여기도 푸른색 소라 껍질이 떠올라 있어요…!
스마일
…역시 좌시할 수 없음. 모아놓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
아일라
네, 그럼 제가 주워놓을게요…!
스마일에게 확인받은 아일라가 바다 한 가운데에 동동 떠올라 있는 푸른색 소라 껍질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아일라
스마일 님, 여기 잡았…
…으응?
소라 껍질을 잡고 그대로 들어올리려고 했던 아일라가 멈칫거렸다.
스마일
무슨 문제가 발생했어, 아일라?
아일라
그, 그게… 읏…
이게 왜 이렇게 안 떨어지지… 흐읍!
스마일
나도 돕겠음…!
뾱!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애를 쓰고 있는 아일라와 함께 스마일이 힘을 보태주자, 여태껏 미동 없던 소라 껍질이 소리를 내며 뽑혔다.
아일라
후아… 해냈어요…! 엄청난 힘…
어쩌면, 이게 마법의 소라 껍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스마일 님…?
스마일
아직 확신은 일러.
내부와 대기의 압력 차이, 혹은 물 아래에 걸려있던 산호초 등,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하지만 분명 마법의 소라 껍질일 가능성도 존재.
그러니 일단 내 주머니에 넣어두겠-
스마일이 아일라에게서 소라 껍질을 받아가려 손을 내민 순간이었다.
철썩-!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치며 스마일과 아일라를 덮쳤다.
스마일 & 아일라
어푸…!
파도 아래에서 바닷물을 한껏 뒤집어쓴 스마일과 아일라가 숨을 뱉으며 물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눈앞에는…
스마일 & 아일라
…?
하얗고 말랑해 보이는, 동그란 물체가 서서히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드드드-
빙산 일각의 아랫부분이 드러나듯, 수면에 감춰져 있던 커다란 형체가 드러나며 두 사람의 눈 앞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스마일 & 아일라
…
그렇게 전부 올라온 정체모를 거대한 물체가 서서히 회전하자, 까만 눈동자가 스마일과 아일라 두 사람을 향했다.
???
…그으으…
아일라
앗…
목 울음 소리를 낸 그것이, 짧은 팔을 움직여 아일라의 손에 들려 있던 소라 껍질을 가져가서 다시 자신의 배 위에 올려둔다.
만족했다는 듯 눈웃음을 치던 그것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일라를 노려보았다.
???
크륵…
아일라
미, 미안해… 네 소라 껍질인 줄 몰랐어…
???
…크극.
잠시동안 새침한 눈초리로 아일라를 흘겨본 그것은 관심을 끄겠다는 것처럼 뒤를 돌아 천천히 멀어졌다.
아일라
…조, 조심히 가…
스마일
큰일날 뻔했음…
아일라
네, 깜짝 놀랐네요… 온몸이 다 젖었어요…
스마일
응. 나 또한 구석구석 다 젖은 상태. 지도는 괜찮아?
???
…꾸룩?
스마일
종이는 물에 쉽게 젖어서 찢어짐. 물에 빠진 지도의 상태가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
아일라
아, 지도라면…
아일라가 웃으며 품에 안고 있던 지도를 꺼냈다.
스마일의 걱정과는 다르게, 지도는 젖은 곳 하나 없이 버석거렸다.
아일라
이 지도, 저주가 봉인돼 있던 양피지라 그런지 물에 젖지 않더라구요.
???
?!
…킹…
아일라
응? 다시 왔네…?
뒤를 돌아 멀어지고 있던 그것이 눈을 크게 뜨고 어느새 아일라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그것은 아일라의 손에 있는 지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두 사람의 주변을 천천히 맴돌고 있었다.
???
킹킹…
아일라
왜, 왜 그래…?
???
크오…
크오오오-!!
아일라
꺅?!
갑자기 물 위로 튀어오른 그것이 입을 쩍 벌린 채 아일라에게 달려 들었다.
아일라!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으나,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드득-
스마일
…아일라, 위험했음.
…스마일이 가까이에 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재빠르게 그것의 입안으로 해피엔드를 꽂아 넣은 스마일이 아일라의 앞으로 나섰다.
스마일
일단은 뒤로 물러나.
까드드드득-!
???
크어어!
아일라
스, 스마일 님…
스마일
읏… 상당히 날카로운… 이빨임…
치악력과 치열 구조를 봤을 때… 해안의 상위 포식자인, 상어가 분명…!
상어
크아아아-!!
스마일의 말이 끝나자 상어가 크게 표효하며 턱에 힘을 주었다.
빠르게 나선 스마일 덕에 두 사람 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철이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위력은, 해피엔드의 표면을 금방이라도 가를 수있을 것 같았다.
루나
스마일, 아일라!
루나 넌 여기에 있어!
타앗-
나는 전력으로 달려 아직 물속에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루나
다, 단장?! 어쩌려구!
두 사람에게 가까워질수록, 상어의 압도적인 체구가 시야를 가득 채우며 그 거대함이 더욱 실감 났다.
스마일!
나는 스마일이 들고 있는 해피엔드에 힘을 더해 상어 쪽으로 밀었다.
쩍 벌리고 있는 아귀와 보기만 해도 손이 베일 것 같은 날카롭고 튼튼한 이빨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상어
크어어어-!!
흥분한 녀석이 내지르는 포효가 높아지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루나
잠깐… 이럴 리가 없는데…
해변가의 루나가 놀란 채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스마일
하지만… 분명, 플로라의 해안에 서식하는 상어들은 인간에게 공격성을 띠지 않는 개체밖에 없어…
상어의 특성과 구분되는 새로운 개체를 발견…
스마일의 당황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상어의 특성이라면…
그러고 보니…!
상어의 약점은 코라고, 쫓기면 주저하지 말고 세게 쳐서 틈을 만들고 도망가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상어
크어어어어-!!
스마일, 아일라…
뛰어-!!
퍼억―!!
상어
큐옥!!
첨벙-!
코를 맞은 상어가 뒤로 넘어지며 크게 물 튀는 소리를 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마일과 아일라의 손을 잡고 전력으로 달려 물밖으로 대피했다.
뜨겁고 마른 모래가 다시 발바닥에 닿을 때쯤, 정신이 들어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다.
루나
단장, 스마일, 아일라! 괜찮아?!
스마일
위험했지만 괜찮음.
플로라 연안에는 인간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상어 개체가 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어.
아일라
네, 단장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상어
낑… 끼이잉…!
끼이잉…!
…어쩐지 이쪽을 노려보는 것 같은데.
아일라
그, 그렇다고 물밖으로 나오진 못하겠죠?
루나
그리고 노려봐봤자 어쩌겠어? 물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텐데.
상어
끼잉…!!
버둥버둥-
상어
끼이이잉―!!!
루나
으왓, 뭐야 저거!!
스마일
상어는 원래 수중 생물… 물밖으로 나오면 살 수 없음…
하지만 상어는 약이 잔뜩 올랐는지, 우리 쪽을 노려보며 등으로 엉금엉금 모래 사장을 기어왔다.
스마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음…!
아일라
마, 말도 안 돼요…!
루나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야…
상어
크어어…!
달려!
상어는 모래사장이 익숙해졌는지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여서 우리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달려어어…
…
루나
…아하하… 생각보다 그렇게 빠르진 않네?
아무래도 물밖이라 그런가~
루나의 말대로 물밖으로 나온 상어는 무거운 무게만큼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지, 우리를 빠르게 쫓아오지는 못했다.
오히려 슬금슬금 물러나도 여유로울 정도였다.
상어
키익… 키이익…
상어가 열심히 다가올 때마다 하늘을 향해 솟은 하얀 뱃살이 출렁거렸다.
그 광경을 스마일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다.
스마일
…인간에게 공격성을 띄는 점과 물밖에서도 호흡하며 활동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반적인 상어와 다르게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무게라는 점을 고려한 결과.
결론. 이 개체는 미확인된 새로운 상어 종일 것으로 추측.
무게와 크기, 육지에서도 생존 가능한 사실에 기인하여…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해당 개체종을 돼지 상어로 임시 명명.
돼지 상어(?)
키익?!
아일라
그렇네요…! 어쩐지, 일반 상어보다 팔이 짧은 것 같았는데…
돼지 상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돼지 상어
…꾸륵…
자, 잠깐만…
어쩐지 저 상어, 자극받고 있는 것 같은데…
루나
잠깐. 두 사람 다 그만두지 못해? 돼지 상어라니!
드디어 루나가 어른스럽게 한 마디 하려는 건지, 엄한 얼굴로 달랬다.
응응, 그렇게 돼지라고 놀리면…
루나
스마일의 설명을 들어보면~ 바다 속에서 움직일 때나 상어지, 물밖에서는 돼지라는 거잖아?
그럼 제대로 불러야지. 돼지라고!
…
돼지
……
…………………………
저기… 그…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까, 기분 풀…
돼지(상어)
크아아아아아―! 크어어어!!
달려어어어!
한껏 열받은 듯한 돼지 상어가 전속으로 몸을 비틀며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우리 뒤를 바짝 쫓아왔다.
루나
으아아-! 뭐가 저렇게 빠른 거야?!
스마일
따지고 보면 돼지도… 생각만큼 느리지 않음…!
돼지의 특성을 정확하게 가지고 있는 상어가 확실…!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야!
뒤에서 큰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드는 돼지 상어를 피하기 위해, 우리 또한 전속력으로 달려 돼지 상어와의 거리를 벌려야 했다.
돼지 상어
캬아악-
아일라
히익…!
아일라!
돼지 상어의 속도가 상당히 빨랐기에, 뒤쳐진 아일라가 금방이라도 붙잡힐만한 거리까지 좁혀졌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니, 스마일의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소라 껍질이 눈에 들어왔다.
…!
나는 재빨리 스마일의 주머니에서 소라 껍질을 꺼내 반대 방향으로 던졌다.
햄버거다!!
돼지 상어
캬아악… 뀨웅?!
입을 벌리고 뒤쳐지는 아일라를 쫓아오던 돼지 상어가 본능적으로 소라 껍질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돼지 상어
크오오-!!
…그리고는 우리를 쫓아오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루나
후아… 단장 덕에 살았어! 어떻게 한 거야?!
돼지라면…
당연히 햄버거를 싫어할 리 없다고 생각했어.
스마일
…어쩌면 상어의 모습을 한 돼지였는지도 모르겠음. 연구 필요…

루나
으으… 대체 여기가 어디야…
돼지 상어의 모습이 멀어지고 난 후에도 우리는 혹시 몰라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도 한참을 더 걸었다.
돼지 상어뿐만 아니라 아일라의 지도를 노리는 해적단이 언제 우리의 뒤를 쫓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 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걷다보니 해가 져서, 지친 몸을 누이고 간단히 잠을 청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로 했다.
아일라는 쉬는 동안 해적단이 따라잡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했지만…
가로등도 하나 없어 어두컴컴한 곳을 함부로 누비기에는 우리 또한 자칫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루나
단장, 이쪽이야 이쪽!

루나가 찾아낸 곳은 해안가 외진 곳에 수풀더미로 숨겨진 동굴이었다.
동굴의 끝이 바다로 이어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바닷바람과 새벽 이슬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테니 하룻밤 묵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아일라
네,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동굴이라면… 해적단도 쉽게 찾지 못할 거예요.
스마일
역시 노숙 경험이 풍부한 루나임.
숙소 선택에 일가견이 있음.
루나
후후, 그렇지?
자자, 모두들 편하게 내 집이다~ 생각하고 누워서 푹 쉬라구. 내일도 열심히 움직여야 하니까!
그렇게 루나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험한 돌바닥을 침대 삼아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일라
…다들…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스마일
우린 의뢰를 수행하는 것뿐. 너무 감사할 것 없음.
아일라
하지만…
루나
됐어. 그런 것보단 일찍 자는 게 나으니까, 꼬맹이들은 얼른 자.
스마일
응… 나도 슬슬 졸려…
아일라
그, 그런가요… 알겠어요, 일찍 잘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졸음기가 잔뜩 묻은 스마일과 아일라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루나
…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지자, 곤히 잠든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시원하게 뚫린 동굴 입구에 달빛이 아스라이 내려앉자, 시원하고 눅눅한 바닷바람이 느껴진다.
여름밤의 풀벌레 우는 소리와, 밤바다의 파도가 부딪는 소리가 고단했던 몸을 수마로 이끌기 시작했다.
루나
…단장, 자?
까맣게 가물거리는 정신 사이로 들릴 듯 말 듯한 루나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온다.
간신히 목에 힘을 주자 잠긴 목소리가 겨우 작은 소리를 낼 뿐이다.
루나
…그렇구나.
…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건지, 길어지는 루나의 침묵 사이로 파도 소리만이 잔잔하게 반복되었다.
반복되는 파도 소리에 눈꺼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겁게 내려 앉기 시작했다.
루나
…
있잖아… 아까, 아일라가 그 소라 껍질을 주운 후엔…
원래 평범하게 해변에서 쉬다가, 근처의 숙소를 잡아 밤을 지내야 했어. 그럴 운명이었거든.
하지만 영문 모를 상어가 튀어나와서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는 바람에…
우린 지금, 예정에도 없던 이 동굴에서 노숙을 하게 됐잖아?
…물론, 기적 같은 확률로 일어난 예외의 상황일지도 몰라.
그래도 단장…
…
…이번에도 바보 같은 생각일까?
하지만 저렇게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나라도 믿고 싶어진다구.
그리고 이번에는, 단장도 있잖아.
그러니까 어쩌면…
동굴 안에는 눅눅하고 시원한 바다 바람, 잔잔한 파도 소리와 찌르르 풀벌레 우는 소리.
루나
…응. 어쩌면…
…그리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듯, 뒤척이는 소리가 밤새 이어졌던 것 같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