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썸머! 운명의 파라다이스 · 챕터 12
다시, 바캉스!

째앵-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과…
사락사락-
발가락 사이로 기분 좋게 감기는 모래알.
그리고…
철썩-
루나
와, 바다다…
스마일
응, 바다임…
지겨운 바다…
바다다…
루나
…푸하하하-!
난데없이 루나가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루나
아하하… 미안 미안! 다들 너무 그러지 말고 기운을 좀 내자, 응~?
지금이라도 바캉스를 실~컷 즐기는 일만 남은 거잖아!
스마일
응. 아세라는 오늘 밤 기차로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음.
게다가 아일라가 의뢰비도 넉넉하게 챙겨줬으므로, 지금이라도 여름 휴가를 즐기기에는 충분.

해적선을 타고 돌아오는 길, 아일라는 포박한 해적단을 시청에 넘긴 뒤, 우릴 플로라의 해변에 내려주었다.
루나
그럼 아일라는…
아일라
…저희 부모님 역시, 무덤섬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을 거라고 믿어요.
지금의 저처럼, 운명을 이겨 내셨을 거라고.
무사히 탈출했지만 다른 무인도에 표류하셨을 수도, 아니면 너무 머나먼 곳까지 가서 연락이 힘드신 걸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아니라 부모님을 위해서, 다시 모험을 떠나보려 해요.
일전에 배를 빌려주셨던 할아버지께 선장을 부탁드리려 갈 거예요.
루나
…응. 그래.
후후, 분명…
…좋은 미래를 찾을 수 있을거야.
아일라
앗, 그건 루나님의 예언인가요?
루나
아하하, 글쎄~?
어쨌든 천재 예언가님의 이야기니까, 믿어도 좋아!
그렇게 작별하기 전 자신의 저주를 풀어준 대가라며 큰돈을 건넨 아일라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내기에서 걸었던 만큼이라며 웃돈까지 얹어주었고, 그 바람에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굉장히 넉넉한 편이었다.
…잠깐, 넉넉한 주머니라면…!

…루나…!
루나
?
스마일
루나, 이젠 도둑질까지 하는 거야?
…예상대로, 루나가 넉넉한 공금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당장 그만 둬.
스마일
그새를 못 참고 카지노에 갈 승부자금을 챙기고 있는 걸로 추정…
루나
뭐어어-?! 그런 게 아니야!
대체 두 사람 다 날 뭘로 보는 거야?
이대로 전부 들고 다니기보단, 당장 써도 괜찮을 만큼만 따로 빼두고 있었던 거라구!
…정말이야?
스마일
…거짓말. 사기꾼의 입 발린 소리에 넘어가면 안 돼, 단장.
루나
거짓말이 아니야~! 아세라가 왔을 때를 대비해야 하려구 그런 거란 말이야…
아, 그렇구나. 아세라가 합류했을 때를 대비해서 오늘 쓸 돈만 따로 빼놓는…
…응?
스마일
…단장, 방금 루나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단어가 나왔음.
평소 같으면 아세라가 도착했을 때의 미래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을 것…!
루나
후후… 평소라면 그랬겠지만, 무덤섬에서 돌아올 때 아일라와 했던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으윽…
돌아가는 건 좋지만, 선상 안에만 있으려니 파도가 너무 센 탓에 멀미가 났다.
바닷바람이라도 맞으면서 멀미도 달랠 겸, 갑판 위로 나가보니…
아일라
후후… 그렇군요…
뱃머리 갑판 위, 바다 쪽을 보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일라와 루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뱃머리 위에서 담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꽤 즐거워 보여, 나도 굳이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아래쪽에 앉아 멀미를 가라앉혔다.
루나
응, 아일라. 네가 그때 방에서 봤던 창밖의 풍경들이 널 살고 싶게 해준 것처럼 나도…
…다는 걸 깨달았거든!
이따금씩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탓에,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실례가 될까 자리를 피해주려 했지만…
으으윽…
…움직이려 할수록 멀미가 심해지는 탓에, 꼼짝없이 앉은 자리에서 늘어져야 했다.
아일라
루나 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선박 표면을 때리는 파도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간간이 섞여들어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어쩐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아일라
으음… 하지만…
루나
그치만, 우린 경험했잖아?
…다는 걸.
…그렇게 차분해지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던 것 같다…

루나
우와아아-! 스마일, 저기 저기!
스마일
두근…! 또 마법의 소라껍질로 추정되는 개체가 나타났음?
루나
에잇!
풍덩!
스마일
어푸푸…! 사, 사기꾼…!
루나
아하하! 또 속은 스마일이 바보라구!
그 후 호화스러운 바캉스라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은 우리는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시작했다.
스마일은 물놀이가 아님. 마법의 소라 껍질을 찾는 새로운 연구 활동이라고 했지만…
스마일
…에잇.
첨벙-!
루나
어푸-!!
스, 스마일 너어-!!
스마일
또 속은 루나가 바보임.
저 광경을 보면, 누가 뭐라고 해도 확실한 물놀이였다.
스마일
…어라…
루나
응? 왜 그래, 스마일?
스마일
아까 주웠던 분홍색 소라 껍질이 없어졌음.
우우… 실수로 바닷속에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
루나
분홍색 소라 껍질이라면… 주운 것 중에 제일 예쁘다고 좋아했던 그거?
스마일
예뻐서 좋아한 게 아님.
자연에서 발생하기 힘든 신비로운 색채이므로, 마법의 소라 껍질에 가장 가까운 개체일 것으로 추정했던 것뿐…
루나
흐음~ 그럼 내가 찾아줄까?
미녀는 수영만 잘하는 게 아니라, 잠수도 잘 하는 법이거든.
스마일
정정. 첫번째, 루나가 미녀라는 객관적인 판단 지표 부정.
두번째, 저번에도 말했지만… 권장되지 않음. 잃어버린 소라 껍질을 찾는다는 건 아주 낮은 가능성…
루나
그래도, 우리 계속 이 근처에서 놀았으니까… 여기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은걸!
기다려봐, 금방 찾아올 테니까!
풍덩-!
그 말을 끝으로 루나가 시원하게 물속으로 들어간다.

루나
응, 아일라. 네가 그때 방에서 봤던 창밖의 풍경들이, 널 살고 싶게 해줬던 것처럼 나도…
…
나도, 다시 살아보고 싶어졌어.
아하하, 표정이 이상하네. 괜찮아 괜찮아! 죽으려고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모습을 살아있다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
나는 그냥, 정해진 끝을 기다리면서… 남은 삶을 낭비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런데 이번에 운명이 뒤틀리는 기적을 경험하면서, 깨달았거든.
조용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사실은 귀를 멀게 할 정도로 재밌고 시끄러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아일라
루나 님…
루나
…
한 번 관측한 운명의 결과는 결코 바꿀 수 없다.
그게 지독할 정도로 잔인한 이 세상의 진리.
하지만…
아일라
하지만…?
루나
모든 결과는, 그 다음이 있기 마련.
그렇게 결과는 원인이 되고, 원인이 다시 또 결과를 부르는 것이 이 세계의 섭리.
아일라
…
루나
그러니까, 내가 바라본 끝에도, 분명 다음이 있을 거야.
아일라
으음… 하지만, 다음이 없는 게 끝이지 않나요…?
루나
그치만, 우린 이미 이미 경험했잖아?
아일라
…!
루나
끝에 다음 페이지가 없다면, 직접 써가면 된다는 걸.
…
지금도 우리를 위해, 끝의 다음을 써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걸 믿고 다시 한번 살아볼 거야.
그러니까, 아일라 너도…

아일라
…네, 지지 않고 살아갈게요!
그렇게 누군가를 살아가고 싶게 만들기도 하던, 지지 않을 것만 같던 그날의 태양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마일
어느새 해가 지고 있음.
아직도 물에서 안 나오는 루나가 대단.
그러게. 불러도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우리는 슬슬 정리할까?
루나는 조금만 더 찾아보겠다면서, 여전히 바다속을 뒤지고 있었다.
스마일이 잃어버린 소라 껍질을 조금 더 찾아보겠다면서, 여전히 바다속을 뒤지고 있는 루나를 뒤로 하고 나와 스마일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스마일
단장, 나는 마법의 소라 껍질도 그렇지만…
두 개의 달 현상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했음.
본인 몸보다 세 배는 큰 돗자리를 접고 있던 스마일이 입을 뗐다.
두 개의 달이라면…
스마일
…
아무리 생각해도 기이한 풍경.
풀리지 않는 의문은 사절. 어떻게든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원리를 찾아야 해.
그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스마일
…플로라에는 드물지만 신기루 현상이 일어나.
보통 이런 연안에 나타난 건 우연히 유입된 비활성 개체, 혹은 플로라에서 드물게 일어난다는 신기루 현상일 가능성이-
응. 신기루는 공기의 온도 차이 때문에 빛이 휘어지면서 실제와 다른 위치에 물체가 보이는 현상.
…그러니까…
신기루 현상이었다는 건가…
스마일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신기루 현상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음.
그날은 온도차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굴절되어 떠오른 달빛의 조도도…
으으… 이전의 결론을 철회… 신기루 현상으로 어제의 기적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
그럼 그건 대체 뭐였던 걸까…
스마일
…일단은,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으로 남겨두기로 했음.
모르겠다는 거구나.
스마일
마법의 소라 껍질처럼 연구할 수 있는 다른 개체나 현상이 나타나면 풀릴지도 모르는 의문.
생각에 빠져 잠시 멈춰있던 스마일이 다시 끙끙대며 돗자리를 접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
단장! 스마일!!
드디어 나왔어?!
여태 바닷속에서 마법의 소라 껍질을 찾고 있던 루나가 드디어 물밖으로 나왔다.
두 손에는 스마일이 잃어버렸다던 분홍색 소라 껍질에 더해…
스마일
다른 색을 띤 마법의 소라 껍질…!
루나
후후, 예쁘지? 오로라 색 소라 껍질이야!
스마일
오오…! 확실히, 마법의 소라 껍질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외관…
스마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루나
스마일이 잃어버린 걸 찾다가, 이렇게 예쁜 소라 껍질을 발견했지 뭐야?
좋아할 것 같아서 바로 가져왔지!
스마일
…고마움, 루나…
솔직히, 되찾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음.
바다 속에 빠뜨린 걸 되찾을 가능성은 낮으니까…
루나
후후. 가능성이 낮다고 포기할 순 없지!
봐, 덕분에 이렇게 예쁜 소라 껍질도 새로 얻을 수 있었잖아?
스마일
…루나…!
스마일이 감동받은 눈으로 루나를 올려다보았다.
루나
후후! 좋아 좋아, 고맙다며 내 품에 안겨도 좋다구, 꼬맹이!
???
얘-들-아-
스마일
흠칫…
루나
응? 왜 그래, 스마일?
스마일
이유 불명… 하지만 뒷골이 서늘해지는 감각…
루나
뭐?! 설마 벌써 감기 기운이 찾아온 건가?!
스마일
우우… 감기는 사양. 분명 내일 훈련에 지장이 간다고 아세라가…
…아.
루나
아.
잊고 있던 얼굴이 떠올랐다.
???
그래도 내일 훈련을 해야 한다는 자각은 있구나?
오메가도 물놀이 하고 싶어! 하지만 훈련해야 해… 하지만 물놀이하고 싶어!
…잊고 있던 목소리도 들려왔다.
아, 아세라…
오메가, 이제 다 나았어?
오메가
응! 성녀 언니들이 다 나았댔어!
아세라
와아, 이게 얼마만이야 모두들!
루나
아, 아세라…!
아세라
내가 없는 동안 실컷 놀고 있었어?
그럼 모자란 만큼의 혹독한 보충 훈련을 실시할 준비도 되었겠지-!!
스마일
…딸꾹.
루나
으아아-! 살려줘 단장!
미안해애애!!
…그렇게, 유난히 뜨거웠던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었다.

…뭐? 이제 괜찮아진 게 아니었어?
큐브 팰리스
부정. 오메가 컨트롤의 업데이트는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본 기의 커펌 업데이트 도중 아주 사소한 기술적 문제가 발생.
업데이트 도중 모노리스 교단의 116번과 117번에게 알려준 주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음.
제 발 저 장 중 이 라 고 말 할 때 는 본 기 의 전 원 을 끄 지 마 십 시 오.
…대충 짐작 가는 군.
큐브 팰리스
새로운 커펌 업데이트 까지는 본기의 이상 작동이 간헐적으로 있을 수 있으며, 대량의 정보가 업데이트 되면 특히 발생확률이 높아집니다.
본 기는 보이저 구원단의 행적을 주기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백업하고 있습니다. 해당 동작 시 이상 작동 발생 가능.
어떻게 하면 되지?
큐브 팰리스
데이터베이스 재구축을 위한 가상 공간 시뮬레이터의 개방. 그 안에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주시길 요청합니다.
…해당 시뮬레이터 안에서 발생하는 훈련 중의 사고에 대해 본 기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해당 약관의 철회는 불가하오니…
…얌마!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