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인 썸머! 운명의 파라다이스 · 챕터 5
무덤섬

스마일
단장, 일어나.
해가 중천임.
아일라
단장님과 루나 님은… 아침 잠이 많은 타입이시군요…?
스마일, 아일라.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에, 얼른 잠을 깨고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는데-
루나
우웅…
…루나.
간밤동안 추웠는지 내 팔을 껴안고 웅크린 채 잠들어 있던 루나가 딸려 올라왔다.
루나, 그만 일어나…
루나
으응… 5분만 더어…
5분만은 무슨…!
눈도 뜨지 않고 따개비처럼 팔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루나의 잠을 깨우려 붙잡힌 팔을 거칠게 흔들었다.
얼른 일어나!
루나
으아아- 흔들지 마아… 아침부터 너무 거칠다구…
스마일
루나, 추함. 그만 일어나.
아일라
헤헤… 루나 님, 아침이에요…!
루나
으으… 벌써 아침이라니 거짓말이야아… 난 더 자야 한단 말이야…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내 팔에서 떨어진 루나가, 바닥을 짚으려 손을 뻗는다.
루나
헛…
컥…!
루나
…
…………
…응, 아침 맞네. 잠이 확 깼어.
…루나아아…
루나
아니 아니! 오해야, 단장! 난 그냥 딱딱한 게 바닥인 줄 알고 짚었을 뿐-
조용히 해애애!!
아일라
헤헤… 두 분, 사이가 좋으시네요…

아일라
으음… 도대체 왜 안 보이는 걸까요…
해적단이나 그 이상한 돼지 상어가 쫓아오기 전에 찾아야 할 텐데…
다시 폐선 처리장에 들린 우리는, 몇 시간 동안이나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를 찿아보았지만, 전부 허사였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뜨거운 태양 아래를 헤매는 것만으로도 체력적으로 벅찼지만…
거기에 해적단이나 돼지상어가 언제든 뒤쫓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우리의 체력은 더욱 빠르게 깎여 나가고 있었다.
루나
으아아- 그만 그만!
더는 못 찾겠어! 있는지도 모를 돌덩이나 찾고 있어야 된다니…
스마일
도저히… 나올 기미가 안 보임…!
풀썩-
모래 사장을 기어다니며 돌덩이를 찾던 루나가, 결국 지쳤다는 얼굴로 엎어졌다.
루나
이러다 정말 열사병에 걸릴지도 모른다구…
스마일
아이스크림…
풀썩-
엎어진 루나 옆으로 스마일도 쓰러졌다.
머리 위로는 무섭게 내리쬐는 태양, 발 아래로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 위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몇 시간동안 달 문양이 새겨진 돌덩이 찾아다녔으니…
열사병에 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일라
이상해요… 분명 샅샅이 뒤진 것 같은데, 전혀 안 보여서…
두 사람 곁에 주저앉은 아일라가 지도를 다시 한번 펼쳤다.
루나
아니면 스마일, 혹시 두 번째 문구를 더해야 되는 거 아닐까?
그 외, 어제 그랬잖아. 무슨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새로운 시작!이었던가?
스마일
…틀렸지만, 어쩐지 의미가 통하는 느낌.
끝이 정해진 항로일지라도, 그럼에도 나아가기를 택한 자만이 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문은 이거임.
아일라
새로운 길…
만약 두 번째 문구를 따라가야 하는 거라면, 지금까지 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으음…
그 말에 우리는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꼬르륵-
루나
으으… 그런데 배가 고파서 머리가 안 굴러 가…
스마일
동감… 체내 에너지 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 식량 조달이 시급…
바스락-
아일라
…!
근처에서 작은 소리가 나자 눈에 띄게 놀란 아일라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아일라
설마, 벌써 해적단이…!
???
음? 이런 곳까지 웬 외지인이…
하지만 긴장한 것이 무색하게,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낚싯대를 든 노인이었다.

루나
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잘 먹었습니다~!
식사까지 대접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노인
신경쓰지 말게. 적적한 하루하루였는데 손님들이 많으니 내가 더 기쁘구먼.
그래서, 선원을 은퇴한 후에는 이렇게 외딴 곳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아가고 있지.
지금보다 젊을 때야 심심하면 항해도 나가고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힘들어서 이렇게 낚시나 하면서 지내고 있네.
루나
항해도 나갔다구? 그럼 아저씨, 배도 갖고 있는 거야?!
노인
그럼. 안 쓴 지 한참 돼서 저 근처에 폐선 처리장에 대기 중이지.
뭐, 그래도 내가 한 때는 말이다…
루나가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발휘해준 덕에, 식탁에서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오가고 있었다.
아일라
잘 먹었습니다…
아일라가 소심하게 인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나에게 다가왔다.
아일라
그럼 단장님, 저는 배도 채웠으니… 먼저 가서 새로운 길이 뭘 뜻하는지를 찾아볼게요.
단장님은 쉬시다가 루나 님과 스마일 님 두 분과 함께 천천히 오세요.
그런 거라면 같이…
아일라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못 쉬시고 나오는 건 싫으니까요…
무리하시다가 몸이 안 좋아지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천천히 나오세요…!
루나
…
한 번 더 붙잡을 새도 없이 돌아선 아일라가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루나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얼굴로 아일라를 보고 있었다.
아일라
앗…!
휘청-
걸어나가던 아일라가 의자 다리에 걸려 휘청거리자, 계속 아일라를 보고 있던 루나가 얼른 손을 뻗어 부축해줬다.
루나
하아… 몸이 안 좋아지면이라니, 누가 할 소리냐구…
아일라
가, 감사합니다, 루나 님…
루나
…으으…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제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였다.
루나
이 정도 고생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 보구나.
알겠어. 알겠다구…
아일라
…?
루나
솔직히 아직도 바보 같은 생각이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모르는 척하기도 그렇고 말이야…
아일라
네에…?
루나
…
생각에 빠진 루나가 알 수 없는 결심을 하듯 짐짓 엄한 표정을 했다.
루나
그러니까~
답답해서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으니까, 이 천재 예언자 루나님이 좀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해 주겠다는 거야!
아일라
네, 네…!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루나
당연히~ 좋은 생각이라면 있지.
아저씨, 선원이었으면 지도 보는 것도 능숙하겠네?
노인
그렇구만… 배들의 마지막 종착지라…
루나
그래서 폐선 처리장에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도저히 못 찾아서 말이야.
노인
아아, 그래서 거기 있었던 거였구만.
하지만 보통 배들의 마지막 종착지라고 하면…
흐음…
루나
으음~? 혹시, 다른 곳이 있는 거야?
노인
…옛말에, 플로라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기묘한 해류에 잡아먹힌…
오래된 난파섬들이 모여 있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고 하지.
배들의 마지막 정착지란 소문이 무성한 그 섬을, 우리 뱃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네.
무덤섬.
무덤섬…?
노인
옛 전설에 따르면, 무덤섬은 해적왕이 플로라에 정착할 때 처음으로 배를 댔던 곳이라고 하는데…
뭐, 전부 오래된 이야기일 뿐일세.
잠깐, 섬이라는 건…
스마일
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함.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배가 없어.
루나
으으… 그렇네. 바닷길을 타야 한다니, 어떻게 가라는 거야?
노인
으음… 어디 쓸만한 배 한 척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아일라
쓰, 쓸만한 배 한 척이라면…
…저어…
스마일
…오.
루나
응…?
…응.
노인
으음…
우리의 시선이 여전히 고민에 빠진 노인에게로 몰렸다.
노인
응? 나… 말인가?

은퇴하여 폐선 처리장에서 처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노인의 배 한 척을, 아일라가 값을 치르고…
우리는 순조롭게 근처의 해변으로 가서 그 배를 띄워보았다.
루나
우오오…
군데군데 약간 오래돼 보이는 것 빼곤 이 정도면 완전 괜찮잖아?
스마일
응. 이 상태면 항해하는 데 큰 무리가 되지 않을 것.
아일라
대단해요, 루나 님…! 루나 님의 활약으로 제대로 된 길을 찾게 됐어요…!
루나
엣헴~! 이 정도쯤이야!
원래 이런 건 바다 사람한테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 법이라구!
스마일
어쩌다가 얻어걸린 상황을 활약이라고 치하하는 건 과대평가임.
게다가 너무 뽐내니까 칭찬해 주고 싶지 않은 심리적 반발이 발생.
루나
아하하! 스마일 요 녀석, 어서 나를 칭찬하지 못할까!
또 다시 장난스럽게 투닥거리는 루나와 스마일을 보는 아일라의 표정도 한시름 놓은 듯 편해 보였다.
아일라
아무튼 다행이에요. 이대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라면… 해적단도 쉽게 쫓아오지는 못할 거니까요…!
루나
후후, 그렇네. 아일라, 이제 한숨 덜겠어!
스마일
응. 바다와 육지 수륙양용 동물인 돼지 상어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해적단에 대한 걱정을 덜어놓는 것만으로 심적 부담감이 완화되는 효과.
출항을 앞둔 것이 새로운 모험처럼 느껴지는 건지, 세 사람의 표정이 밝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
이 근처로 간 것 같습니다! 여기 발자국이…
꽤나 멀리까지 왔군. 생긴 건 비실비실해 보이더니 말이야.
젠장… 지도를 갖고 어디까지 간 거냐, 그 꼬맹이!
아일라
해, 해적단이 왔나 봐요…! 어느새 여기까지…
루나
뭐어, 벌써-?! 대체 뭐가 이렇게 끈질긴 거야?
해적 C
저쪽에, 정착하고 있는 배가 한 척 있습니다!
아일라
…!
스마일
내려서 숨을 곳을 찾아야 해. 여기 있다간 그대로 발각될 위험이 높음.
루나
그, 그럼 어디로 가게?!

아일라
네,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동굴이라면… 해적단도 쉽게 찾지 못할 거예요.

그 동굴로 가자!
해안가 외진 곳, 수풀에 가려진 이 동굴은 근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있는 줄도 모른 채 그대로 지나치기 쉬웠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잽싸게 그 동굴로 들어가 몸을 피했다.

해적 C
아무도 없습니다!
해적 A
쥐새끼 같은 것들, 분명 이 배 안에 숨어있을 거다! 샅샅이 찾아!
우리가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해적단이 배 위로 올라타 이곳저곳을 뒤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마일 & 루나 & 아일라
…휴우…
…조용히 움직이자.
해적단이 정신없이 빈 배를 뒤지는 틈을 타, 우리는 조용히 동굴에서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를 선두로 조심히 걸음을 떼며 동굴 속을 이동하던 순간이었다.
해적 A
…어디들을 가시나?
루나
으와아아앗-?!
아일라
꺄…!
뒤편에서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해적단원이 아일라를 포박하며 손에 들려 있던 지도를 거칠게 낚아채 갔다.
루나
어, 어떻게…!
해적 A
낄낄낄. 배를 타는 뱃사람이라면 근방의 지리 정도는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게 기본이라고.
배에 없으면 당연히 이곳으로 도망칠 줄 알았지.
아일라를 놓고 지도를 돌려줘!
해적 B
헹. 애초에 그렇게 쉽게 돌려줄 거였으면, 우리가 죽어라 너희들을 쫓아다녔을 리가 없잖아?
아일라
하지만 그 지도가 없으면 저는-
콜록, 콜록…!
루나
아일라!
아일라가 연달아 심한 기침을 쏟아냈다.
루나
…너희들 자꾸 그러면, 저번처럼 또 무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구?
스마일
상대는 이미 한 번 패배한 전적이 있음.
우리가 또 다시 이길 가능성이 높아.
해적 B
이것들이… 누굴 바보로 알아?
나와라, 얘들아!
해적단원이 칼을 한 번 휘둘러 신호하자, 어느새 다른 해적들이 몰려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해적 B
저번에는 인원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 말이야.
섭섭치 않게 데려왔으니, 어디 한 번 뚫고 가보시라고.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