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연구 · 챕터 1
마지막 사건

쏴아아아.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아니... 어쩌면 비가 아니라 폭포에서 흩날리는 물방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되었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회색일 테니까.
내가 가진 최초의 기억은 두 살 생일 때였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나와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꽤 시시했다.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으니까.
색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피가 붉다는 것도 바다가 푸르다는 것도 머리로는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회색빛이다. 지루하고 멍청한 회색.
물론 전부 다 회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단 하나, 색을 가졌던 것이 있었다.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소중했던, 너무나 부수고 싶었던 단 하나.
그리고…
이제 그 하나가 죽어가고 있다.
나는 발아래 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내가 쏜 총알에 맞은 누군가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아마 곧 숨이 멎을 것이다.
나도, 숨이 막힐 것만 같다.

교수
…이상하군.
꽤 즐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즐겁지 않네.
탐정
말했었잖아… 그럴 거라고.
교수
…어떻게 알았지?
탐정
그야… 너도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니까…
교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군.
탐정
쿨럭…
불쌍한 녀석…
교수
뭐가 불쌍하다는 거지?
지금 죽어가고 있는 것은 너다.
우리의 긴 싸움은 곧 나의 승리로 끝난다.
나는 전혀 불쌍하지 않아.
탐정
하지만… 즐겁지 않다며?
교수
…
탐정
평생 회색빛 세계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친 주제에…
이제 내가 없어지고 나면… 넌 완벽한 회색의 세계에 갇히게 되겠지.
그러니까... 얼마나 불쌍하냐고.
교수
이해가… 가지 않아.
네 말대로 너와 나는 같은 부류의 인간이다.
그런데 어째서 너는 나와 다르지?
어째서 넌 이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웃을 수 있는 거냐?
어째서 저 멍청한 인간이라는 것들과 어울릴 수 있는 거냐?
어째서 희망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거냐?
탐정
…무슨 사회부적응자 같은 소릴 하고 있어?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밥도 먹고… 멍청한 짓도 좀 하라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야… 자연스럽게…
교수
…끔찍한 제안이군.
죽기 전에 내 정신에 일격을 먹이고 싶었던 거라면 제법 훌륭한 시도였다고 해 주지.
탐정
클클…
뭐… 생각이 바뀌면…
이곳에서부터…
시작해… 보라고…
친구…

누군가는 내 손에 피에 젖은 무언가를 쥐여 주었다.
비가 내리고… 시간이 조금 흘렀다.
누군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손에 쥔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작은 열쇠였다.
그리고 열쇠의 고리에…
베이커가 221B라는 태그가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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