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는 끝나야한다 · 챕터 8
생존의 기술

로자리아
치잇…
힐데는 왜 아직도 안 나타나지?
네 녀석, 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치근덕거리기라도 했던 거냐?
또 중상모략이냐?!
로자리아
흐음… 그럼 이렇게 잠잠할 리가 없는데…
살살 긁어 주기만 해도 격하게 반응하는 성질머리거든.
어째 내가 본 힐데랑은 많이 다른데.
혹시 동명이인 아니야?
로자리아
호오, 네 눈에는 그래 보였나?
하긴 요새는 본성을 감추고 성인군자 행세를 하기 바쁘더군.
그런 어설픈 연기가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잘 아는 사이처럼 말하네.
로자리아
후훗, 잘 알고 말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따위는 없을 정도지.
그보다 걸음이 꽤나 느려지지 않았느냐?
당연하게도, 사람 한 명을 짊어지고 황무지를 걷는 짓은 상당한 중노동이었다…
꽤 오래 걸어 온 것 같은데…
로자리아
벌써 지친 거냐?
좋다. 쉬었다 가자꾸나, 임시 시종.
이러다 어깨가 뭉치겠어…
하다 못해 임시라는 딱지는 떼 주지.
로자리아
호오, 정식으로 이 몸의 시종이 되긴 쉽지 않을 텐데?
자고로 시종이라 함은 언제 어디서든 갓 튀긴 팝콘을 대령할 수 있어야 한다.
뭐, 네가 원한다면 특훈을 받게 해 주지 못할 것도 없긴 하다만.
엄청 편협한 기준이다…!
그 순간, 로자리아의 칼 끝이 나를 향해 겨눠졌다.
아니, 잠깐!
그렇게나 듣기 싫은 말이었어?!
로자리아
가만히 있거라, 임시 시종.
로자리아가 휘두른 검의 궤적이 등 뒤로 날아갔다.
동시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공허체가 허물어졌다.
고마워. 도와 줘서.
로자리아
됐다. 필멸자에게 감사를 받아 봤자 엎드려 절 받기인 것을.
바퀴벌레처럼 살금살금 기어오길래 치워 버렸을 뿐이니라.
그런데 아무래도… 너를 노리는 눈빛이더구나.
나를?
로자리아
뭐야, 못 알아챘느냐?
아까 대화하던 중에 성가시게 굴던 것들도 그렇고…
네 녀석, 저것들과 악연으로 엮여 있나 보구나.
라비스타에서는 주적이니까.
아마 그래서일지도.
로자리아
흐응… 그래. 어느 세계에나 분란은 끊이지 않는 법이지.
그쪽도 매일 시끄럽나 보네.
로자리아
지금 머물고 있는 세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세상이 똑같았지.
결국 필멸자들이란 투쟁하는 자들이다.
힐데… 그 녀석과 처음 마주쳤을 때도 세상은 온통 죽고 죽일 뿐.
그 한복판에서 녀석을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챘다.
그리고 탐내게 되었지. 녀석이 가진 힘을.
그 날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르긴 했지만…
내 갈증을 채워 줄 상대는 오직 한 명밖에 없어.
안 그래, 힐데?
이 장면에서 시네마틱이 재생됩니다.

하늘에서 내려꽂힌 하얀 그림자가, 먼지 구름 속에서 걸어 나왔다.
힐데
미안하군, 단장. 주위를 수색하느라 조금 늦었다.
괜찮아! 전혀 안 늦었어!
로자리아
아하하하핫!
역시, 미끼를 준비해 둔 게 정답이었구나. 힐데.
그동안 많이 서운했어. 날 못 본 척 생쥐처럼 숨어 다니던 너한테.
힐데
…로자리아.
마지막으로 묻겠지만, 이제 와서 멈출 생각은 없겠지?
로자리아
물러터진 소리는 집어치워, 힐데.
모처럼 서로 전력을 다해 맞부딪칠 수 있는 기회잖아?
자, 예전처럼 날 즐겁게 해 줘.
힐데.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