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는 끝나야한다 · 챕터 1
침식잔흔
힐데
…도망쳤나?
다른 녀석들도 더 이상 부활하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불멸체 코어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나 보군.
남은 건… 신입 애송이가 직접 극복해야 할 일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미래는 없을 테니까.

???
못 보던 사이에 성인군자가 다 되셨군. 힐데.
다들 스승이라고 떠받들어 줘서 그런가… 그 짓거리도 꽤 어울리는걸?
물론 네 본성을 아무도 모를 때의 이야기지만.

힐데
언제쯤 나타날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무거운 엉덩이를 뗐나 보군.
???
아니? 난 지금도 앉아 있는데?

???
내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싶으면 좀 더 분발해야 할 거야, 힐데.
사실 조금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
그 반편이를 상대로 헉헉대는 네 꼴사나운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거든.
좋아하던 스타가 영락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네가 전력을 개방했다면 불멸체 코어 같은 장난감이 재생 같은 귀여운 짓을 하진 못했을 텐데…
단말을 넘어 본체까지 인과 연결의 타격이 갔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
힐데
…누구 좋으라고 내가 그런 짓을 하지?
???
하하, 하긴 그렇지.
네가 전력을 개방할 정도의 클리포트 인자가 활성화 됐으면 벌써 클리포트의 마왕들이 모두 깨어났을 테니까.
힐데
…지금 깨어난 건 누구지?
???
글쎄? 나와… 가짜 구세주 정도?
그 외에도 한두 명 더 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네.
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깨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하니까.
당분간은 조용히 죽어 지낼 거야.
다시 보는 건 아마도…
…호오?
힐데
저건… 설마 양자 터널인가?
어째서 여기에?

유미나
여긴……?
뭐야? 소대장이 왜 여기 있어?
힐데
내가 물을 소리다, 신입.
테라사이드 시스템의 중추를 파괴하라고 보냈을 텐데?
어떻게 거기서 돌아온 거냐?
유미나
돌아오다니! 분명 선배랑 같이 가서 싸우기까지 했다고!
그러다, 분명 리플레이서 킹을 쫓아서 양자 터널이란 데로 들어갔는데…
???
흐음…
어린 늑대가 나를 만나는 건 아직 예정에 없던 일일 텐데…
아아, 그런 건가…
이건 이것 나름대로 재미있겠는걸?
유미나
뭐야, 쟤는…? 공중에 떠 있잖아?
소대장, 저 애는 또 뭐야?
힐데
…아직 미적거리고 있었나, 아스모데우스.
물러서라, 신입. 너한테는 아직 벅찬 상대다.
아스모데우스
저런, 그렇게 싸고 돌면서 키우면 안 되지. 힐데.
그래서야 어엿한 늑대로 자라나겠어?
유미나
윽……?!
뭐, 뭐야…! 이 불길…!
아스모데우스
영광으로 알아라. 어린 늑대야.
네 변덕에 맞춰서, 이 몸이 조금 어울려 줄 테니까.
레나
펜릴 소대장님! 현재 소대장님 위치에서 미상의 거대한 에너지가 출몰했습니다!
열량 계측 결과로는…!
계, 계측 불가…?
말도 안 돼…! 이대로 가면 현 좌표상의 공간이 붕괴되어 버려요!
힐데
아스모데우스! 뭘 할 작정이지?
설마 여기서 승부를 내기라도 할 셈이냐?
아스모데우스
상황 파악이 느리구나, 나의 힐데.
봉인을 푼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잘 모른다면 가르쳐 주지.
여기서부터는…
즉흥 연기의 시간이라는 뜻이야.
힐데
이런…!
멈춰!! 로자리아!
아스모데우스
─늦었어. 힐데.

얼마 전, 알리시아에게서 아스트로 생텀으로 초대하는 서신을 받았다.
문제는…
루나
단장과 아세라만 오라고 했다고?
너무해~ 우리도 엄연히 [여정]에 참여한 사람이라구.
스마일
루나는 불성실한 면이 감점될 수 있다고 추정.
하지만 내가 제외된 것은 이해불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
그런 문제는 아닐 거야.
아세라
편지에도 초대를 한다는 말만 있지 이유는 안 적혀 있었으니까.
그렇지! 열심히 한다고 상을 주신다거나?
루나
상장 같은 걸 받는 아세라는 상상이 안 되는데…
스마일
훈계는 가능성 있음.
루나
앗! 그거다!
아세라
너희들 정말!

그런 이유로…
알리시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단장님. 아세라 양.
그런데, 한 분이 더 오셨군요.
한 분 더?
오메가
앗! 들켰다!
아세라
오메가?!
어쩐지 둘이 투덜거릴 때 조용하더라니…
아세라
흠, 흠. 안 되지, 오메가. 말없이 몰래 따라오면.
오메가
응… 잘못했어요… 그치만 오메가 같이 가고 싶어서…
아세라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알리시아님이 곤란하시잖아.
알리시아
괜찮습니다. 아세라 양.
오메가 양이 오는 건 예상했어요.
아세라
네? 정말요?
오메가
그럼 오메가가 있어도 괜찮아?
고맙습니다! 언니 좋은 사람이구나!
알리시아
후후, 역시 아이는 활기찬 편이 좋네요.
여정의 경과는 전해 들었습니다. 순조롭게 나아가고 계시더군요.
아세라
최선을 다해야죠.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알리시아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단장님께서도 분발하셔야겠네요. 의욕 넘치는 단원을 두셨으니 말이죠.
어깨가 무거워지는데.
알리시아
후후, 겸손하시네요.
오메가
그럼 오메가네는 이제 뭐 하면 돼?
아세라
그러게. 초대장에도 이유는 안 적혀 있었지, 참.
알리시아님이 격려차 부르실 리는 없고…
알리시아
네. 실은 여러분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알리시아가 손을 휘젓자, 하늘에 드리워 있던 구름이 걷혔다.

하늘이 갈라져 있어…?!
아세라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저게?
알리시아
저것은 [흉터] 입니다.
아주 먼 과거에 이 세계를 삼킬 뻔했던 거대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위기에 맞서 싸우는 자들이 있었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지나 승리했지요.
하지만 그 싸움의 과정은 이 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 세계에 큰 충격이 닥치면 때때로 그때의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기도 하죠.
그것이 바로 저 [흉터].
다른 말로는 [침식재난] 이라고도 합니다.

아세라
무,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오메가
으음…
오메가는 알 것 같아!
아세라
어? 정말?
오메가
응! 옛날에 기다리면서 있지? 데이터베이스에 읽었어!
[사람의 의지가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아세라
그게 무슨 뜻이야?
오메가
응! 이게 무슨 뜻이냐면~
사실 잘 모르겠어!
알리시아
과거 세계를 위협했던, 혹은 세계를 지켰던 자들인 남긴 강력한 의지, 아쉬움, 번뇌.
그런것들이 새로운 법칙과 가능성을 만들어 이 세상을 교란하는 것입니다.
저 상처가 계속 커지게 둔다면 그 의지가 세상을 덮어써버릴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아세라 양이 단장님과 마주치지 않은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린다거나.
아세라
네?! 안 돼요! 그러면!
알리시아
괜찮아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희박하더라도 [파국의 가능성]은 존재하니까요.
몸이 약한 사람에겐 가벼운 감기도 위험한 것처럼?
알리시아
맞습니다. 좋은 비유네요, 단장님.
아세라
오오, 그런 식이구나…
오메가
그럼 오메가는 간호사가 되는 거네?
오빠랑 아세라 언니는 의사고!
알리시아
정확히 이해하셨어요.
늦으면 손을 쓸 수 없다는 점도 질병과 비슷하죠.
저대로 내버려 두면, [파국의 가능성]이 라비스타에서도 실현되고 말 겁니다.
아세라
가벼운 마음으로 온 건데… 엄청 중요한 일이었네요.
저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알리시아
[파국의 가능성]을 초래한 존재… 여기서는 [침식핵]이라고 해 둘까요.
여러분이 직접 저 곳에 가서, [침식핵]을 쓰러뜨리면 됩니다.
아세라
간다고요?
오메가
하지만 엄청 높은데… 사다리 백 개를 붙여도 안 닿을 텐데...
알리시아
후후, 직접 올라가지 않아도 돼요.
여기서는 공간에 생긴 상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가능성이 실현된 하나의 세계선이니까요.
우리만으로 충분할까?
알리시아
걱정 마세요.
저 세계선에도 파국에 저항하는 분들이 계실 테니까요.
그 분들도 파국의 결말을 막기 위해, 여러분처럼 [침식핵]을 쓰러뜨리려 하고 있을 겁니다.
그 분들과 힘을 합친다면, 여러분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그렇더라도…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알리시아
안타깝지만, 현재 NOA가 가진 역량으로는 여기 모신 분들이 최선이라고 해야겠군요.
다른 세계선과 인위적으로 접촉하는 일은, 인과율에 큰 영향을 끼치니까요.
아세라
인과율이 뭔지 잘은 몰라도, 지금 우리 인원만 갈 수 있다는 뜻이죠?
염려 마세요, 알리시아님! 꼭 저 상처를 해결하고 돌아올게요!
알리시아
감사합니다, 아세라 양.
시간이 다소 지체되었군요. 그럼 전송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알리시아의 손이 연주를 지휘하듯 춤췄다.
그러자 아스트로 생텀 한가운데 있는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계침들이 돌아가면서, 눈앞에 새하얀 빛의 흐름이 펼쳐졌다.
그럼……
가 볼까?
아세라
응! 꼭 성공하고 돌아오자! 이것도 구원단으로서 받은 의뢰니까!
오메가
킁킁… 왠지 그리운 냄새가 나…
그렇게, 우리는 빛의 흐름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성운 기준점 재정렬
제1차 침식잔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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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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