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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는 끝나야한다 · 챕터 3

마왕

스토리 일러스트

공허체A

크오, 오오오…! (제시카, 내 사랑을 받아 주겠소?)

공허체B

크오오, 오… (아아, 찰스. 얼마든지요.)

공허체A

크오오…? (그렇다면 남편과는…?)

공허체C

크오오오오! (찾았다! 이 연놈들!)

공허체B

크, 크오! (여, 여보!)

공허체A

크오! 크오오! (물러서시오! 제시카!)

로자리아

컷! 커엇!!

너희들, 내가 분명 연기할 때는 심혈을 기울이라고 했을 텐데?

설마 이 몸이 쓴 대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게으름 피우는 건 아니겠지?

공허체A

크오?!

공허체B

크오! 크오!

로자리아

그리고 이 대본은 치정극이란 말이다, 치정극!

필멸자들이 애정에 휘둘리면서 엉망진창으로 얽히고 설키는 진흙탕 싸움!

내 지루함을 달래 주는 유일한 수단인데…

너희들이 크오 크오 거리면 괴수물이랑 다를 게 없잖아!

공허체A & 공허체B & 공허체C

크오오… (미안하게 됐습니다…)

로자리아

하아… 됐다.

이래서야 연극을 시키는 건 포기해야겠어.

괴물들을 길들여도 내가 쓴 맛깔난 대사를 못 읊어서야 쓸모가 없단 말이지.

텔레비전도 없어서 지루하던 참에 이 몸의 작품을 시연해 보려고 했는데…

이이이익!

심심해! 심심해! 심심하다고!

치잇… 이럴 줄 알았으면 시종이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흐응? 방금 그건 뭐지?

호오… 외부에서의 불청객인가.

후훗, 재미있구나.

하고 많은 세계선 중에 이런 잿더미 같은 세계에 구태여 머리를 들이밀다니 말이야.

심심한데 마침 잘됐어.

어디, 어떤 녀석들인지 확인하러 가 보실까?

아하하하하!

오메가

무서워, 세상을 불태워 버리다니…

아세라

설마 바깥이 저렇게 된 게…

그 로자리아란 사람 혼자서 저지른 짓이라는 거야?

힐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이다.

오히려 죄다 불태우지 않게 힘대중을 하는 쪽이 번거롭겠지.

아세라

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사람이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잖아!

힐데

우선, 녀석은 네가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다.

침식체라는 괴물 중에서도 [클리포트의 마왕]으로 분류되는 악성 개체지.

오메가

[클리포트의 마왕]…?

나:

왜 그래, 오메가?

오메가

으,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오빠.

방금 저 말을 들으니까… 왠지 오싹해져서.

힐데

…겉모습만 인간이지, 하나하나가 단독으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들이다.

상식으로 접근해 봐야 의미가 없어.

아세라

그렇다는 건…

그 로자리아라는 사람이… [공허의 별] 같은 존재란 말이야…?

힐데

글쎄. 오히려 나에게는 [공허의 별]이란 이름이 생소하군.

나:

바깥에 있는 괴물들의 보스라고 생각하면 돼.

나:

세계 멸망에 목을 매고 있는 녀석… 이라고 해야 하나.

힐데

멸망에 목을 맨다, 라…

그 부분만 제외하면, 비슷한 존재라고 봐도 되겠군.

마왕들에게 멸망은 수단일 뿐, 목적은 제각각이니까.

오메가

세상을 파괴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거야?

힐데

…당연히 정상적인 목적은 아니다.

지식을 얻겠다는 이유로 세상 전부를 집어삼키려 들거나.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라면서 자기 기준에 안 맞는 인간은 몰살시키거나.

어느 쪽이든 전부 정신 나간 녀석들뿐이다.

오메가

우으… 오늘 잘 때 무서운 꿈 꿀 거 같아…

나: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세라

나도…

[공허의 별] 같은 존재라니…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어 버린 기분이야…

힐데

터무니없기는 이쪽도 마찬가지다.

로자리아는 예전부터 즉흥적이긴 해도, 이런 식으로 날뛰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덕분에 녀석이 세계를 불태운 시점에서, 우리 측 전력은 증발했다.

현재로서 남은 생존자는 나와 신입 두 명이군.

나:

그럼 유미나가 저런 식으로 구는 건…

힐데

…자기가 아무것도 못해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더군.

한가하게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러니 요즘 애들은 못 써먹는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지.

나:

너도 요즘 애들 아니야?

힐데

못난 제자만큼 괘씸한 녀석이군.

살아 온 세월만 따지면 네 곱절은 한참 전에 넘었다.

오메가

오…!

그럼 앞으로 힐데 언니는 할머니라고 불러야 돼?

힐데

…아까 신입 애송이가 쏘게 놔둘 걸 그랬군.

잘 들어라, 꼬마 깡통.

아직 싸울 수 있는 전사는 절대로 할머니가 아니다. 알겠나?

오메가

아, 알겠어! 음… 아주머니…?

아세라

응? 이 소리는…?

오메가

유미나 언니! 어서 와!

유미나

젠장…!

다들 엎드려!!

유미나의 경고에 반사적으로 몸을 숙인 순간.

자줏빛의 섬광이 내리꽂히면서 시야를 뒤덮었다.

무너진 잔해 속에 순식간에 파묻히는 바람에,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나가려고 하는데─

아세라

나가면 위험해, 단장.

나:

아세라!

나:

다행이야, 무사해서.

아세라

응. 오메가가 도와 줬어.

오메가

밖에 무서운 언니가 있어, 오빠. 마주치면 큰일날 거야.

나:

밖에?

오메가의 말을 듣고 실낱 같은 빛이 들어오는 틈새로 밖을 내다봤다.

그 곳에, 있었다.

스토리 일러스트

로자리아

들리느냐, [바깥]에서 온 불청객들아?

너희에게 이 몸의 명대본으로 연기할 기회를 주도록 하마.

무려 각본도, 감독도, 연출도 전부 이 몸이 맡은 작품이란 말이지.

후훗, 듣기만 해도 참가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느냐?

흐응… 이상하구나.

지금쯤이면 맨발로라도 뛰쳐 나와서 제발 시켜 달라고 빌어야 정상이건만.

분명 자취는 이쪽으로 이어졌는데 말이지…

설마 이 몸이 오기 전에 잔챙이들에게 당한 건가?

흥, 시시하게.

아세라

…이제 괜찮아. 갔나 봐.

오메가

오, 오메가 아직도 두근두근해!

나:

고마워. 하마터면 당할 뻔했어.

유미나

…딱히. 너희들을 생각해서 경고한 건 아니야.

힐데

신입, 네 검은 확실히 사용하지 않은 거겠지?

유미나

응. 소대장 말대로 한 번도 뽑지 않았어.

힐데

녀석은 아까 [바깥]에서 온 불청객이라고 했지.

다른 세계에서 온 너희들의 자취를 추격해 온 모양이군.

나:

하지만 오늘 초면인 사이인데?

힐데

글쎄, 정말 배우로 쓰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

나:

완전히 제멋대로야…

아세라

그치만… 정말 강해 보였어.

[공허의 별]도 저 사람처럼 강하겠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유미나

이긴다니, 너 설마 싸울 생각이야?

포기해. 불가능하니까.

아세라

하지만…

유미나

시끄러워.

저런 거한테 달려들어 봐야 개죽음밖에 더 돼?

그 꼴을 옆에서 봐야 하는 사람도 생각하라고!

아세라

마, 말이 너무 지나치잖아! 너!

오메가

그치만 아세라 언니는 이길 방법을 찾고 싶은 거인 걸.

오메가도… 그러면 좋겠어.

유미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비숍 말대로 하는 게 아니었어.

오메가

유미나 언니, 가 버렸어…

아세라

그래도 너무하잖아. 사정을 안다고 해도.

힐데

내버려 둬라. 저러다 화가 풀리면 돌아올 거다.

나:

그래서 정말 방법이 없는 거야?

힐데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나:

왠지 알고 있을 것 같아서.

힐데

…하아.

방법은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세라

정말?! 그럼 바로 말해 주지 그랬어!

힐데

천방지축이군. 어른이 말을 할 때는 끝까지 듣도록.

아세라

어른이라니, 누가?

힐데

…말을 하는 건 다시 생각해 봐야겠군.

아세라

자, 잠깐만! 그럼 힐데가 우리보다 연장자야?!

나:

이렇게 가르침을 청합니다, 어르신!

힐데

호오…

이제 보니 못난 제자 놈이랑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녀석이로구나.

나:

그 제자 분도 애정으로 대해 주셨겠죠?

힐데

걱정 마라. 어땠는지 직접 겪게 해 줄 테니.

결국, 싹싹 빌어서 어떻게든 넘어갔다…

힐데

그래서… 로자리아에게 대항할 수단이었나.

내 무장을 수복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생긴다.

나:

무장이라면…

등에 떠 있는 그거야?

힐데

그래. 녀석과 전투 중에 손상되었지.

자가 수복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쪽도 작동하지 않더군.

아세라

으음, 하지만…

단장, 저런 기계를 고치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역시 대장간을 찾아야 할까?

오메가

하나, 둘- 하나, 둘-

나:

대장간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런 허허벌판에 있을 리도 없고.

오메가

후우읍!

아세라

역시 그렇겠지… 어떡한담…

...그런데 오메가? 뭐하니?

나:

거대한 망치를 만들고...

...잠깐. 망치?

힐데

...망치?

오메가

응! 고장난 거잖아? 그러면 때리면 되잖아?

그럼 오메가가 고쳐줄 수 있어!

이렇게~

나:

잠깐만?!

오메가

갱생 해머!!

오메가가 커다란 망치를 만들어 내리쳤다!

힐데

뭐 하는 짓이지, 지금?

나:

화, 확실히...

큐브 팰리스도 저런 식으로 고치긴 했는데...?!

오메가

에잇! 에잇! 에이잇!

아세라

됐다! 뭔가 반응이 있어!

힐데

정말 이걸로 고칠 수 있다고…?

시스템

상급 권한 확인. 인증 절차 생략.

중단된 자가 수복을 재개합니다.

중요 소체의 수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십시오.

힐데

상급 권한이라는 건…

역시 그 녀석이 준비해 둔 게 맞나 보군.

나:

그 녀석이라니?

힐데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이 있다.

아니, 악연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하겠지만.

남들 몰래 일을 꾸며 놓고, 뒤늦게 나타나서 전부 자기 계획대로라고 하는 녀석이지.

이 장비도 녀석이 준비해 둔 물건이다.

나:

수상쩍은 사람이네…

스마일처럼 기술자인가?

힐데

마음에 안 들지만…

아니, 하는 짓만 놓고 보면 원수가 따로 없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

어쨌든, 수복이 끝나는 대로 로자리아를 추격한다.

아세라

좋아! 우리도 최선을 다할게!

시스템

경고.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자가 수복을 중단하고 대기 상태로 전환합니다.

아세라

어, 어라? 갑자기 멈췄어?

오메가

우으으…

오메가, 지쳤어…

아세라

아차… 그렇네. 여기 온 뒤에도 한참 돌아다녔으니까.

힐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했나 보군. 손상 정도가 예상보다 더 심한 모양이다.

이 애의 에너지는 어떻게 회복하지?

나:

에너지를 보충하려면…

많이 먹어야 해.

힐데

…그렇군.

나:

[순 얼렁뚱땅이군] 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힐데

…크흠. 식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군.

하지만 우리가 확보해 둔 식량은 방금 전 공격으로 못 쓰게 됐을 거다.

나:

쑥대밭이 됐으니까 말이지…

아세라

큰일이네. 가뜩이나 오메가는 많이 먹는 편인데.

밖에서 찾으려고 해도 뭔가 나올 것 같진 않고…

오메가

우으, 배가 계속 꼬르륵거려…

나:

혹시 이런 곳이 더 없어?

여기 계속 머무를 수도 없잖아.

힐데

음. 일전에 봐 둔 은신처가 한 곳 있다.

식량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쪽으로 이동하지.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