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는 끝나야한다 · 챕터 7
납치당한 공주님

아세라
오메가, 그쪽에도 없어?
오메가
응! 아무리 찾아도 오빠가 안 보여!
유미나
이 녀석…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아세라
어쩌지? 혹시 혼자 있다가 습격이라도 당했던 거라면…
힐데
침착해라. 호들갑 떤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야.
아세라
그, 그래도…!
유미나
걱정될 만도 하지, 소대장.
이 이면세계에 우리 말고는 로자리아랑 그 괴물뿐이잖아.
힐데
전날 밤에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어.
습격을 목적으로 침입했다면 바로 알아차렸겠지.
단장도 맥없이 당하기만 하진 않았을 텐데.
아세라
그건 확실히…
오메가
그럼 오빠 유괴된 거야?!
힐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왜 하필 단장인지는 짐작도 안 가지만.
아세라
그, 그래도 단장이 위험에 처했다는 건 마찬가지잖아.
늦기 전에 어서 찾으러 가야지.
유미나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여긴 사막이나 마찬가지야.
무작정 다니다가 길을 잃으면 곧바로 조난당할걸.
아세라
으으으…
오메가
길은 오메가가 찾을 수 있어!
아세라
맞아, 오메가! 깜빡 잊고 있었어!
유미나
응? 어떻게?
오메가
오메가는 오빠가 가지고 다니는 검이랑 이어져 있거든.
이렇게 눈을 꾸욱 감고 집중하면…
어느 쪽에 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어!
유미나
그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의외로 유능한 거 아니야, 너?
오메가
헤헤, 그치? 오메가 도움이 되지?!
시스템
자가 수복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버스터 코어], 기동 준비 완료.
힐데
마침 이쪽도 수복이 끝났군.
좋아. 안내를 부탁한다.
오메가
알겠어! 오메가한테 맡겨 줘!
아세라
뭐 때문에 단장을 데려갔는지는 몰라도, 잡히면 누구든 가만 안 둘 거야!
유미나
…괜찮겠어, 소대장?
힐데
뭐가 말이냐, 신입.
유미나
이거, 로자리아 짓 아니야?
공허체란 괴물들이 굳이 이런 짓을 벌일 것 같지는 않고.
소대장은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힐데
잠이 덜 깼군, 신입. 뜬눈으로 잠꼬대도 하고.
애초에 너한테 걱정이나 살 만큼 약해진 적은 없다.
그리고…
유미나
…그리고?
힐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가자, 신입.

로자리아
흐음…
흐으으음…
늦어! 소중한 동료가 사라졌으면 재깍재깍 쫓아와야 하는 거 아냐?
늦을 만하지.
한참을 날아왔는데.
로자리아
크으으…
흥, 어쩔 수 없지.
좋다, 필멸자. 너에게 세상에 다시 없을 기회를 주마.
기회라고?
로자리아
그래. 나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자격을 주마.
평범한 필멸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영광이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로자리아
뭐야?
일을 벌인 건 너잖아.
이쪽은 피해자라고.
로자리아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좋다. 그 배짱을 높이 사서…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한 수 가르쳐 주지.
예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요.
로자리아
에이잇! 어떻게 들어도 빈말이잖아!
하아… 모처럼 잡아 온 게 이런 불민한 녀석이라니…
내 지루함을 키운 대가는 대대손손 갚도록 해라. 알았느냐?
순 제멋대로다, 이 녀석…
협박해 놓고 적반하장이야…
뭐가 그렇게 지루한데?
로자리아
흥, 백 년도 못 채우고 죽기 일쑤인 너희 필멸자들은 모르겠지.
원래 수명이 의미가 없어지면 세상 만사가 따분해지는 법이야.
그건…
조금 이해될지도.
쓸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해지면 무슨 일에도 감흥을 얻기 힘들다.
같은 캐릭터도 상시 픽 업보다 한정 픽 업으로 출시됐을 때 더 끌리는 것처럼.
로자리아
흐음… 겉보기랑 다르게 눈치는 있는 녀석이었군.
이해했다면 네 이야기라도 해 봐라.
내 이야기를?
로자리아
그래, 시시한 이야기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힐데가 올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심심풀이에 불과하니까.
그렇다면야…
따분해하는 로자리아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말했다.
귀갓길에 아세라와 마주치고 라비스타로 가게 되었던 이야기.
NOA 한복판에서 아세라를 다시 만나, [여정]을 시작한 이야기.
루나와 스마일을 만나고, 오메가가 깨어난 이야기까지.
…이상이야.
로자리아
[여정]이라…
힘을 얻기 위해 그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하는 거냐?
힘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닐까?
로자리아
꿈이란 말이지.
하긴, 그런 얄팍한 이유에 인생을 바치는 것도 필멸자의 특권이긴 하지.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어.
모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분명 즐거우니까.
로자리아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래서 누구랑 사귀고 있느냐?
갑자기 음해를?!
감성적인 대화 중인 거 아니었어?
로자리아
흥, 시치미를 떼도 소용없다.
인간들의 치정극은 텔레비전으로 봐 왔으니까.
레퍼런스가 너무 극단적이야!
로자리아
네 얘기에 얼굴을 비추는 것들은 죄다 여자아이들 아니냐?
너도 내가 아는 누구처럼 여난의 상이라는 것이겠지.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로자리아
하지만 연륜도 부족한 주제에 벌써부터 문어발이라니, 조숙하구나.
사각 관계… 아니지, 장래의 꼬마까지 합치면 오각관계인가?
역시 아직까지는 같이 온 여자와 가장 깊은 관계겠지?
으음, 아니면 동료들을 속이고 온 불륜 여행이어도 흥미진진하겠구나.
절대 아냐!
다들 소중한 단원이라고!
로자리아
글쎄? 너만 모르는 것 아니냐?
하긴 둔감한 남자에게 매달리는 여자들도 구경하는 맛이 있지.
하아, 팝콘도 감자칩도 없다는 게 아쉽구나.
만사가 따분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
로자리아
뭐, 유일하게 남은 취미라는 거지.
그나마 질리지가 않는 것이 너희 필멸자들의 치정극이더구나.
공허체인가?
말을 한 동시에, 바로 옆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왜?!
로자리아
이 몸이 한창 대화를 즐기고 있는데 방해하지 않았느냐?
내 심기를 거슬렀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아하하! 겁먹지 않고 달려드는 꼴은 칭찬해 주마!
그럼 어디…
힘껏 발버둥쳐 봐라.
로자리아
뭐야? 내 차례에 한 번만 움직이라고?
흥, 시시한 조연들한테나 적용되는 규칙에 내가 따를 줄 알고?

로자리아
흥을 깨길래 조금은 기대했더니…
발가락 하나로도 상대했겠구나. 시시하긴.
굉장한 화력이네…
로자리아
후훗. 칭송은 아껴 두어라.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거늘.
자, 그러니 어서 목마를 태워라. 임시 시종.
…………
왜?
로자리아
왜라니? 힐데가 미적거리지 않느냐.
너그러운 이 몸이 친히 맞이해 주러 나가야지.
그럼 임시 시종인 네가 시중을 드는 것이 상식 아니더냐?
원래 쓰던 의자는 불타 없어졌거든.
무슨 맥락으로 나온 결론이야, 그게?!
애초에 날아다닐 수 있으면서!
로자리아
에잇! 그 말은 지금 나더러 널 데리고 직접 행차하란 거냐?
생긴 것답지 않게 제멋대로인 놈이군.
가장 제멋대로일 것 같은 사람한테 제멋대로라는 말을 들어 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실랑이를 하는 것보다는, 한 시라도 빨리 일행과 합류하는 편이 이득이다.
어쩔 수 없지.
태워 줄게.
로자리아
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왜 하필 목마야?
로자리아
흐흥, 방금 재미있는 각본이 떠올랐거든.
너와 같이 온 활달한 처녀… 이름이 아세라라고 했나?
네가 이 몸을 어깨에 태운 모습을 보면 질투심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흥미진진하지 않느냐?
하나도 안 흥미진진해!
당장 내려!
로자리아
아하하하! 꽤 독특한 승차감이구나!
아무리 흔들어도 로자리아는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모두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