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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궤적에 물들어가는 신년의 밤! · 챕터 9

채워져 가는 빈 페이지

정신을 차린 건, 시야를 가득 비추는 하얀 빛 때문이었다.

눈 앞의 유물에서 눈부신 광채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아세라

단장! 정신차려!

나:

아… 세라?

아세라

설명할 시간 없어! 저 유물을 잡아!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손을 뻗어 빛을 뿜어내는 유물을 잡았다.

아세라

지금이야…!

눈을 뜬 곳은… 아까의 연회장이었다.

에핀델

아세라! 단장님!

아세라

큿…! 나는 괜찮아. 단장은?

나:

나도 괜찮은 것 같아...

균열에 빨려 들어간 후의 기억이 살짝 날아가 있어서 정신은 없었지만, 몸을 움직이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나:

이 하얀 빛은… 어떻게 된 거야?

아마 유물의 잔해일, 빛나는 파편들이 우리 주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금세 사라질 듯 희미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빛.

그 빛이 몸에 닿자, 상처입은 부분이 말끔하게 치유되었다.

아세라

설명하자면 긴데…

아무래도, 별의 구원자를 만난 것 같아.

에핀델

…뭐?

아세라

물론 직접 만났다는 소리는 아니야. 다만-

유물을 통해서… 잠깐 기억을 훔쳐본 것 같아.

나:

훔쳐봤다고?

아세라

…자세한 내용은 싸움이 끝나고 해줄게.

우선, 저 녀석 먼저 처리하자고.

빛나는 파편을 맞은 붉은 눈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아세라

봉인이 불완전하게 해제된 탓일 거야.

제 힘을 온전히 찾기도 전에 유물이 터져나갔으니까.

에핀델

설령 그렇다고는 해도, 얼마나 강력할지는 아직 장담 못해요.

아세라

…별의 구원자가 직접 봉인했을 정도이니 보통내기는 아니겠지.

하지만 맡긴다라고 했어.

그 기대에… 반드시 부응해야겠지!

아세라

후아… 해치웠다…

에핀델

아세라…!

아세라

에핀델!

에핀델

우리가 정말 해냈-

아세라를 껴안으려던 에핀델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멈춰섰다.

나:

…?

에핀델

아, 흠…! 흠흠!

스, 스트라니스 영애, 그리고 여정단장 귀하.

두 분의 도움 덕택에 금일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오를랑 가문을 대표하여, 감사 인사를 올리죠.

아세라

너, 아까까지는 편하게 불렀으면서-!

다시 편하게 얘기해줘!

에핀델

…못된 습관이 들 수 있는 행동은, 아예 지양하는 것이 옳은 법.

고로, 그 제안은 사양할게요. 스트라니스 영애.

나:

그래서 대체 정체가 뭐였던 거야?

그 유물 말이야.

에핀델

아까 영애가 그랬죠? 별의 구원자를 만났다고.

단순히 봉인을 위해 쓰였던 물건은 아니었던 거죠?

아세라

응. 에핀델 말이 맞아.

내 생각엔 이건…

별의 구원자가 쓰던 일기장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에핀델

일기장이요…?

아세라

내가 봤던 건, 아마도 그 일기에 쓰여진 기억.

나:

그게 사실이라면

왜 하필 봉인에 일기장을 쓴 거지?

아세라

흐음… 그러게. 그 일기장,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는데.

에핀델

그랬다니. 누구한테 들은 것처럼 말하시네요?

영애가 봤다는 기억, 좀 더 들려줄 수 있나요?

아세라

…뭐야? 에핀델, 드디어 별의 구원자 이야기에 호기심이 조금 생긴 거야?

에핀델

그, 그런 게 아니라 전 그냥-

루나

아세라-! 단장-!

스마일

정체불명의 장막 소멸 확인. 즉시 달려왔음.

엄청난 위력의 에너지가 충돌하는 것을 감지. 위협은 어디? 모두 무사함?

아세라

응. 봉인되어 있던 녀석은 우리가 날려버렸으니까 걱정마! 다친 사람도 없어.

로베르타

당장 아픈 곳이 없어 보이더라도, 내상이 남았을 수 있으니 안정을 취하는 게 좋아.

나:

바깥은 무사해?

로베르타

덕분에. 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본의 아니게 신세를 졌네. 고마워 모두들.

오를랑 가의 영애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에핀델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예요.

루나

으아…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아세라

이렇게 멀쩡하니까 이제 괜찮아!

스마일

단장도 무사한 것을 확인. 안심함.

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스마일.

에핀델

…후우.

바빠 보이니 자리를 비워주는 게 좋을까요?

아세라

에핀델…! 어디 가?

로베르타가 그랬잖아? 아프지 않아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에핀델

…영애와 달리, 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 오를랑의 NOA 별저가 엉망이 된지라.

본가에 보고도 올려야 하고, 뒷처리를 해야-

에핀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세라가 그녀를 가볍게 포옹했다.

에핀델

아, 아세라?!

자, 잠깐- 무슨-

아세라

우리가 무사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에핀델 덕분이야.

에핀델이 유물을 가지고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거야.

우리가 함께 해냈어.

에핀델

어… 읏…!

나:

고마워. 에핀델.

에핀델

…읏… 그… 그러니까…

…호, 혹시나 할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이번에 도와드린 건 무상이 아니랍니다!

이, 이건 그러니까…

오를랑이 여러분에게 씌우는 빚이죠!

어떤 방법으로든, 꼭 갚으셔야 해요. 나중에 모른 척하면 가만 안 둘 거니까!

노신사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가씨.

에핀델

…운이 좋았어요.

노신사

그렇군요.

에핀델

가문에 보고할 문서는, 몸 상태만 추스린 다음 바로 작성하겠어요.

피해 상황을 비롯한 보고 준비를 부탁해요.

노신사

알겠습니다.

아가씨.

에핀델

뭔가 남았나요?

노신사

오를랑의 보라매는, 태풍을 이겨냈습니까?

에핀델

뭐, 보다시피요.

노신사

…

성장하셨군요.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