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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별빛 궤적에 물들어가는 신년의 밤! · 챕터 7

연회장에 이는 떨림

사회자

…금번 신년 자선 파티에 참석해주신 모든 귀빈 여러분.

오늘의 무도회는 실로 눈부신 장면들의 연속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름다운 신사 숙녀 분들의 빛나는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면…

먼 옛날, 별의 구원자와 뭇 명가의 자제들이 화합을 다짐하며 추었던 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한 커플!

그 주인공은…!

스트라니스 가문의 영애 아세라님과 그 파트너 플레이어 이름 여정 단장님입니다!

귀족 A

…놀랍군. 그 스트라니스의 철부지라고? 몰라볼 정도로 아름답군.

귀족 B

어딘지 모르게 엉성한 부분은 있었지만… 묘한 매력을 가진 춤을 추더군요.

아세라

됐다! 단장, 해냈어…! 우리가 가장 돋보이는 커플이었대!

나:

축하해!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더니 결국 해냈구나.

아세라

무슨 소리야 단장?

나 혼자 한 것처럼 이야기하네?

어디까지나 커플로 받는 상이라는 거, 알고 있지?

이건 내가 받는 상이 아니라고. 우리가 받을 상이지.

자, 얼른 따라와!

아세라는 내 손을 잡고 단상 위로 이끌었다.

에핀델

…축하해요 스트라니스 영애.

아세라

후후. 내가 말했지? 나도 연습하면 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모두 다 에핀델 덕분이야.

고마워, 에핀델.

에핀델

…그래요, 제가 가르쳐 드렸으니 당연한 결과죠.

그건 알겠는데… 단장님 손은 좀 놓으시죠.

이목이 쏠리는 자리에서 언제까지 그렇게 손을 꼭 맞잡고 계실건가요?

아세라

음? 앗?! 으응…!

에핀델

흠…! 흠. 자. 이게 영애가 그렇게 원하던 유물이에요.

후우… 전 아직도 잘 모르겠다니까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나 갖고 싶단 건지…

물론 이렇게 낡은 물건의 안쪽이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다는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그 뿐인걸요.

에핀델은 낡은 공책 하나를 조심스럽게 아세라에게 건넸다.

아세라가 헤실거리며 그것을 받아 펼치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새하얀 속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핀델

그렇게 기분이 좋으신가요? 원하던 걸 얻어서.

아세라

으응. 에핀델. 그게 아니야.

에핀델

…아니라니, 뭐가 말인가요?

아세라

단순히 유물을 얻어서 즐거운 게 아니야.

에핀델

그게 무슨 소리시죠? 영애가 이번 행사에 참가한 건 분명 유물 때문이었잖아요?

아세라

나도 긴가민가 했었는데, 이제 확실히 알겠어.

물론 내가 동경하는 사람의 유물을 얻어서 기뻐.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말이야…

어려워 보였던 일을, 우리가 함께, 결국 해냈다는 이 감각이 기쁜거야.

꼭, 별의 구원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에핀델

하아… 역시 스트라니스 영애의 사고 방식은, 영 이해하기 어렵다니까요.

아세라

후후! 너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

에핀델

칭찬으로 한말 아니거든요?

아세라는 공책의 텅 빈 페이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세라

…솔직히 처음엔, 이 유물 안에 뭔가 대단한 게 적혀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척 위장이 되어 있을 뿐, 사실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을거다-

그렇게 생각했었어. 아하하! 근데 막상 받아보니까 정말 아무것도 없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실망스럽지 않더라구.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두근거렸던 이유를 착각했던 거 아닐까?

유물을 기대했던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기대한 거야.

그래서, 지금 이렇게 즐거운 거고 말이야!

단장, 에핀델. 둘 다 너무 고마워. 두 사람이 도와줬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성과야.

에핀델

…전 딱히 공치사를 받으려고 도운 건 아니예요.

스트라니스 영애가 제 파티를 망칠까봐 도운거지.

그래서, 그 낡은 공책으로 뭘 할건가요? 박물관에라도 기부할 생각인가요?

아세라

글쎄…

나:

구원단 일지라도 쓰지 뭐.

빈 페이지는 우리 이야기로 채우자고.

아세라

엇…?! 단장, 방금 그 말, 너무 멋있었는데?

별의 구원자가 남긴 물건 위에, 그의 뒤를 이을 구원단의 모험이 기록되는 거야!

그럼, 이건 단장이 가지고 있는 게 맞겠네!

좋은 생각이라며 연신 손뼉을 치던 아세라는 유물을 내 품에 안겨주었다.

그 순간, 기분 나쁜 진동이 몸줄기를 타고 흘렀다.

나:

아세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온다.

보안요원

그렇게 마음대로 들어가시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요-!

로베르타

귀하신 분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실례 좀 하겠습니다!

루그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로베르타

시급한 일이라 어쩔 수 없었던 점, 부디 양해해주시길 바라면서…!

이번 행사의 주최 측 책임자 분이 어떻게 되십니까?

에핀델

…접니다. 무슨 일이시죠?

로베르타

다른 게 아니라 별의 구원자가 남긴 유물이라는 물건, 보관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긴급 격리 및 정밀 조사를 위해 저희 궤도 수색대가 잠시 회수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물건은 어디에 있죠?

아세라

어… 그게…

로베르타

음? 단장님이랑 아세라? 평소랑 옷차림이 너무 달라서 못 알아봤네.

한창 파티 중이었나 본데, 방해해서 미안.

찾고 있는 것만 금방 회수해서 돌아갈 테니까 양해 좀 해줘.

아세라

아니, 그게 아니라…

로베르타가 찾고 있는 거, 이거 아니야…?

로베르타

…!

아세라

다, 단장…! 뭔가 이상해!

나:

이거 왜 이래…?!

손에 들린 유물이 미친듯이 떨리고 있었다.

엄청난 충격파가 연회장을 휩쓸었다.

유물이 검붉은 색 기운에 휩싸여 공중으로 떠올랐다.

루나

아세라! 단장! 무사한 거지?!

스마일

충격파에서 익숙한 에너지의 흔적이 검출. 이건…

아세라

…공허…?

공간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균열 너머로 덜그럭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쇠사슬들이 유물을 거칠게 옥죄어 당겼다.

로베르타

모두 비켜엇-!

섬광과 같이 쏘아져 나간 로베르타가 공중에 떠오른 유물을 낚아챘다.

그것의 표면에서는 아직도 불길한 기운이 일렁거리고 있다.

로베르타

하아… 이거 이거, 한발 늦어버렸네.

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로베르타

칫, 유물에 관해서는 이미 우리쪽에서도 자세히 조사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로베르타

아아, 별 건 아니고. 축제와 관련된 부분들을 전반적으로 점검중인데…

조금 특별히 확인해 봐야 하는 물건이 있어서 말야.

나루

후후! 그게 말이죠! 무려… 별의 구원자와 관련된-

루그

견습, 그건 대외비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로베르타

아무 특이사항도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골동품으로 확인을 마쳤었어.

그런데 우리 팀의 견습… 나루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는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좀 더 조사를 해본 모양이야.

유물과 관련된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하길래, 폴라리스 측에 다시 한번 확인을 맡겼는데…

알리시아님에게서 빠르게 회수해 오라는 이야기가 온거야.

알리시아

그 안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무언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로베르타

…고대의 위험한 존재가 봉인된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어.

아세라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그 봉인이 풀린건데?

로베르타

잘은 몰라도, 아마 우리가 알지 못했던 트리거가 있었던 모양이야.

그게 우연히 작동된 것 같아.

…만약 로베르타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 그 트리거는…

…나?

로베르타

골치 아프구만… 일단, 민간인 대피가 우선이겠네.

루그는 나랑 같이 대피로 확보와 위험 반경 내의 민간인 소개를 우선시.

본부에 대기시켜 둔 나루에게는 당장 증원을 요청하도록 연락해줘.

단장, 너희들도 위험하니까 피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이 유물은…

로베르타는 손에 들고 있던 유물을 옆에 있던 에핀델에게 넘겼다.

에핀델

…

로베르타

상황이 정리될 때 까지는 파티의 책임자 분이 맡아줘.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최대한 저 균열로부터 떨어뜨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중간에 끊어내긴 했지만… 명백히 유물을 원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세라

저 균열, 너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어.

…저 속도라면 사람들이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안에서 공허체들이 튀어나올지도…!

로베르타

크으읏…! 균열이 커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이대로라면 곧 공허체들이 빠져나올거야! 루그,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면서 요격한다!

루그

알겠습니다…!

아세라

두 사람으로 그걸 전부 하는건 무리야.

균열은 우리가 맡을게!

로베르타

!

아세라

괜찮겠지, 모두들?

나:

물론이지.

루나

에엣~ 다들 그렇게 멋있게 말해버리면…

이제 와서 내가 빨리 도망치자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잖아!

뭐, 좋아! 공짜 저녁 값은 해주도록 하지!

스마일

루나의 의견에 동의.

이번 기회에 공허 에너지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에핀델

…아뇨,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아세라

에핀델…?

에핀델

모두 대피하세요. 저 균열은 제가 단독으로 상대할테니까요.

아세라

그러지 말고 함께-

에핀델

이 파티의 주선자는 오를랑 가문이예요!

이유가 어찌되었든, 파티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오를랑의 책임입니다.

…완벽해야 했을 파티라구요…! 그런데 감히… 더러운 공허체가 파티를 이렇게 망쳐놓다니…

그 죄는 백번 죽어 마땅하며, 그 벌을 내리는 건 오를랑 가문의 손으로 내려야 합니다!

루나

(우와- 역시, 무서워 무서워-.)

스마일

(…동감)

에핀델

당신들은 이 파티의 손님이예요. 그러니 나서지 말고-

노신사

안됩니다 아가씨.

에핀델

…뭐라구요?!

노신사

지금 파티의 책임자가 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은… 저 균열과 맞서는 것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손님들의 빠른 대피와 안전 보장이 우선입니다.

감정적인 결단으로 제일 중요한 책임을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에핀델

…큭!

아세라

…저 분의 말이 맞아, 에핀델.

이 곳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에핀델은 손님들의 대피를 지휘해 줘.

에핀델

…

로베르타

…! 균열이 팽창한다! 이제 곧 나올거야!

아세라

에핀델!

에핀델

…알았어요!

…이 곳의 상황은… 영애님께… 맡기겠습니다.

손님들의 안전부터 확보하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노신사

가시죠, 아가씨.

로베르타

단장, 그리고 보이저 구원단. 놈들이 연회장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

다들 미안하지만, 조금만 힘을 빌릴게.

이쪽도 대피가 완료되는 대로 즉각 합류할 테니까!

아세라

잔뜩 쏟아져 나올 거야. 단장과 나는 중앙 홀을 맡을게.

루나, 스마일! 복도 쪽을 맡아줘. 하나라도 나가는 녀석이 있어서는 안 돼!

루나

알았어!

스마일

해피엔드, 예열 완료.

아세라

…단장.

나:

…응.

아세라

온다…!

아세라

하앗…!

칫…! 이것들, 쓰러뜨리면 쓰러뜨리는 대로 다시 뱉어내잖아!

이렇게 막는 걸로는 우리 체력이 먼저 고갈되겠어!

뭔가 방법을 찾지 않으면…

나:

일단 이걸로 마지막 한 놈…!

아세라

방심하지마! 한 번 더 온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균열을 노려보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아세라

끝난…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이쪽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멈출리가-

…!

찢겨나간 공간의 균열 사이로, 세로로 쭉 찢긴 붉은 눈이 뒤룩거리며 열렸다.

그것은 차가운 시선으로 쓰러진 공허체들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우리를 헤집듯 훑었다.

아세라

저게 로베르타가 말한… 고대의 위험한 존재…?

…단장. 저게 밖으로 나온다면, 상대할 자신 있어?

나:

밖으로 나오기 전에 해결하는 게 최선이야.

아세라

역시, 그렇겠지…?

그래도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그때, 또 한 차례의 진동이 덮쳐왔다.

아세라

…? 뭐지? 방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나:

빨리 처리해야겠어.

모두 불러서 한 번에 치자!

아세라

루나! 스마일!

아세라가 복도 쪽을 향해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나 인기척은 없었다.

아세라

얘들아?

복도 쪽을 향해 걸어가던 아세라가 갑작스레 멈춰섰다.

아세라

…단장. 여기 좀 봐.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가 여길 가로막고 있어.

손을 대어보니, 투명한 벽이라도 세워진 것처럼 저항감이 느껴진다.

검을 힘껏 휘둘러도 봤지만, 베어질 것 같지 않다.

아세라

아까 그 진동, 이걸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

큰일이야. 이래서는 이 안에 완전히 갇혀버린 거잖아…!

앗, 루나! 스마일!

루나

■■, ■■■! ■■ ■■■?

스마일

■■, ■■■■■■■■.

루나

■■■, ■■■■?

로베르타

…■■■■. ■■■■■!

스마일

■■. ■■■■.

아세라

뭐야…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나:

결계같은 건가...?

찢어진 균열 사이의 그것은 점점 더 격한 움직임으로 균열을 조금씩 찢으며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귀족 A

어째서 나갈 수 없는 것이오…!

분명히 본관으로 향하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집사

자,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 같은게…

귀족 A

에이, 그렇다면 반대쪽 쪽문이라도-

에핀델

소용없습니다. 제가 확인하고 왔으니까요.

귀족 A

오를랑 영애…!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에핀델

…저도 아직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공허균열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해서 저택 부지 전체를 감싸는 모종의 마력 장막이 생겨났다는 점입니다.

안으로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벽과 같은 것이군요.

귀족 A

…역시 연회장에 나타났던 그 균열 때문에…

귀족 B

그, 그럼 우리는 여기 갇혔단 말인가?

귀족 C

하, 하지만 들어올 수도, 나갈수도 없는거라면…

여기 계속 있으면 일단은… 안전 하다는 얘기겠죠?

에핀델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내빈 여러분의 안전은, 오를랑 가문이 이름을 걸고 반드시 지켜드릴테니까요.

귀족 A

그, 그렇다면 안심이군.

에핀델

네, 이제 곧 폴라리스에서 대응을 나설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노신사

…신경쓰이십니까.

에핀델

…뭐가 말인가요?

노신사

아까부터 연회장쪽만 무섭게 노려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에핀델

…

장막이 생긴 이후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군요.

노신사

…아가씨와 스트라니스 영애께서는 어릴 적부터 우정이 깊으셨지요.

아가씨께서는 장차 오를랑 가문을 이끄셔야 할 분.

사사로운 정이 아니라 냉철한 사리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아가씨께서 지켜야 할 오를랑의 명예는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에핀델

…이렇게 숨어서 언제 올지도 모를 위협을 기다리는 게 가문의 명예를 위하는 길인가요?

오를랑의 보라매라면, 결연한 의지로 적에 맞서 분쇄하는 것이 되려 명예로운 게-

노신사

불의의 사고이나, 호스트로서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 법.

오를랑의 보라매가 직접 현장에서 상황을 통제하고 안전을 보장한다면…

추후 가문을 향할 부당한 불만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을 터입니다.

에핀델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유물을 마지막까지 관리하던 게 우리이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우리 오를랑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하지만-

아세라

아직은 그 꿈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그의 방식대로 행동해서 노력해 보는것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의 하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거야.

아세라

어려워 보였던 일을, 우리가 함께, 결국 해냈다는 이 감각이 기쁜거야.

꼭, 별의 구원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에핀델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은 남에게 맡겨두고…

뒤로 빠져서 일이 잘 풀리기 만을 기대하는 거.

…그건 제 방식이 아니라서요.

노신사

아가씨. 중요한 건 아가씨의 방식 같은 게 아니라 오를랑 가문의 뜻-

아가씨…?!

에핀델

이 유물을 가지고 있는 저는 이 보이지 않는 장벽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모양이네요.

만약 이 유물이 봉인의 매개라면-

봉인된 존재를 억누를 힘 또한 유물에 깃들어 있을 수 있어요.

만에 하나라도 그렇다면… 이게 없이는 스트라니스 영애도, 단장님도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노신사

그건… 어디까지나 아가씨의 추측일 뿐이지 않습니까…!

된바람을 거슬러 나는 매는… 오래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에핀델

맞아요. 하지만 만에 제 추측이 맞다면, 지금 저기서 위협에 맞서는 이들에게만 이 상황을 맡길 수는 없어요.

된바람이 아니라, 태풍이라도 마땅히 날아들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옳다고 판단했다면.

노신사

…

노복이 충언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무릇 보라매는 고고하게 하늘을 나는 법.

충동이나 감정에 휘둘려 시야를 흐리는 순간, 추락하고 말지요.

고작 한 사람에 대한 감정 때문에 판단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에핀델

…맞아요. 보라매는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며 홀로 고고히 날죠.

거친 바람에도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높이 날며 앞을 꿰뚫어보아야 해요.

노신사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러니-

에핀델

그렇기에, 가려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 물러나세요. 이건, 설득이 아닌 명령입니다.

이곳에는 아버님이 계시지 않죠. 이는 즉-

가문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리에 있는 저, 에핀델 드 오를랑.

제 뜻이 곧 가문의 뜻이라는 의미. 이게 보라매의 의지이고, 곧 오를랑의 뜻입니다.

노신사

아가씨의 판단이 옳을 거라 확신하십니까?

에핀델

확신은 하지 못해도, 후회는 없겠죠.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어요. 더는 제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마시길.

보라매가 날아갈 길은, 보라매가 정하는 법이니까요.

노신사

…아가씨의 뜻이 그러하다면, 따르겠습니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