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궤적에 물들어가는 신년의 밤! · 챕터 3
귀족다운 옷차림

루나
아세라- 좀만 천천히 가자니까~
아세라
한시가 급해! 무도회에서 돋보이려면 적어도 나랑 단장은 어울리는 옷이 있어야 한다구!
스마일
파티용 드레스라면 가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
아세라에게 충분한 예산이 있을지는 의문.
아세라
여차하면 할부를 쓰면 돼…!
루나
큰일났어 단장~ 아세라가 리사같이 변해버렸어~!
스칼렛
우, 우와앗?!
아야야! 우으… 캔들 내부에선 뛰면 안 된다고 말했지 않으냐!
이 몸에게 걸렸으니 망정이지, 클레어가 그 모습을 봤다면 엄청나게 혼났을 거다!
아세라
미, 미안…
스칼렛
그건 그렇고… 꽤나 바빠보이는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냐?
아세라
그게… 얼른 드레스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서 그만.
스칼렛
드레스? 드레스는 갑자기 왜 찾느냐?
아세라
응. 얼마 뒤 신년 축제 때 열릴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거든.
스칼렛
그래? 파티에서 입을만한 드레스를 찾는다는 거지…?
흐하하! 운이 좋은 인간들이로구나!
그런 문제라면…
이 몸이 특별히 너희들을 위해 도와줄 수도 있다!
아세라
아, 그러고보니!
스마일
스칼렛은 캔들 스퀘어에서 모든 의복의 수선을 전담 중임을 상기.
스칼렛
후후! 잘 알고 있구나!
그런 문제라면 나에게 맡겨라!
아세라
멋져, 스칼렛!!

…그렇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작업실에 도착한 우리에게 스칼렛은 자신이 만들었던 옷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하나같이 인간의 미적 감각을 아득히 뛰어넘은 난해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옷들이었다.
아세라
…
루나
…우와… 정말…? 아세라… 이걸… 입을거야…?
스마일
…쉽지 않음.
아세라
…쉽지 않겠네.
스칼렛
어떠냐! 이 몸의 걸작들을 눈에 담은 소감은!
눈부심에 눈을 못뜨겠지? 영광인줄 알거라 인간 녀석들! 흐하하하!
아, 걱정하지 말거라. 새로 만들 드레스도 이에 못지 않은 작품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스, 스칼렛! 조금 다른 걸 부탁하고 싶은데…!
용족의 패션은 너무 고귀하고 위대해서 인류에게는 너무 이르다
그러니 인간이 만드는 옷 가게를 추천해 달라
…라는 이야기로 겨우겨우 스칼렛의 작업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세라
…여기인가?
루나
뭔가 비싸보이는 옷들이 잔뜩…
종업원
어서오세요 손님. 무슨 일로 찾아주셨나요?
아세라
드레스를 한 벌 맞추고 싶어서 왔어요.
친구가 이리로 가보라고 추천했거든요.
종업원
친구…요?
아세라
아, 그리고 디자이너분께 이걸 보여주라고 했어요.
종업원
이건… 손수건이네요. 일단 선생님께 전달은 해보겠습니다만.
앗! 지금 갑니다 선생님~!
손님,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루나
엄청 바빠보이는데? 전시된 옷들도 괜찮아 보이고…
아세라
스칼렛이 가보라고 해서 오긴 왔는데…
…제대로 찾아온 것 맞겠지?
스마일
…스칼렛의 추천 가게.
그 말은 곧, 이 의상점의 디자이너도 스칼렛과 같은 센스를 가졌을 확률이… 높음.
아세라
이, 일단… 물어는 봐야겠지…?
에핀델
실례하겠습니-
…어라? 스트라니스 영애? 단장님?
아세라
엇, 에핀델이잖아? 아하하! 안녕~
에핀델
…안녕하세요. 너무 의외라서 조금 놀랐네요.
이런 곳에서 영애를 만날 거라곤 예상 못한지라.
아세라
이런 곳…?
에핀델
아, 오해하지 마세요.
…딱히 악의가 있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냥 스트라니스 영애는 옛날부터 그… 뭐랄까.
귀족적인 거랑은 거리가 먼 옷들만 좋아했으니까요.
…지금 입고 있는 옷처럼 말이에요.
아세라
이 옷이 뭐 어때서?
몸을 움직일 때도 편하고, 튼튼하고, 때를 덜 타서 자주 안 빨아도 되고-
…
…응?
아세라
그나저나 에핀델, 아무리 오랜만이라고 해도 말투가 그게 뭐야~. 우리끼리 있을때는 편하게 말해도 되잖아.
에핀델
하아, 스트라니스 영애. 역시 그 허술한 성격은 고쳐지지 않았군요.
이제 우리는 어린애가 아니예요.
다른 사람들은 물론 개인적인 사이에서도 격식과 예절을 갖추는게 당연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세라
하지만 분명 우린 어른이 되어도 서로 편하게 말하자라고 먼저 말했던건 에핀델 네가…
에핀델
그, 그건 8살때의 일이잖아요! 뭘 모르는 어린애의 얘기였다구요!
아세라
으음, 난 지금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에핀델
하아… 내가 말을 말죠.
분명…
뭔가를 자주 안 한다고…
에핀델
아무튼, 어쩐 일로 이런 고급 오트쿠튀르에 방문하신건가요?
영애의 수수한 옷 취향이 바뀐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데요.
아세라
그건 그렇지만… 역시 무도회라면 그럴듯한 드레스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해서.
에핀델
무도회요? 설마 화합의 밤 자선 파티 행사 때 진행될 무도회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아세라
응! 맞아. 거기 참석하기로 했거든.
에핀델
영애가 직접이요…?
아세라
응. 그럴 생각이야. 여기 내 동료들이랑 같이.
에핀델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그런 행사는 그리 내켜하지 않았잖아요?
아세라
당연히 파티 그 자체에는 딱히 관심 없어.
내가 관심 있는 건 상품 뿐이거든.
에핀델
…아. 역시 그쪽이었나요.
별의 구원자라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건 여전하네요. 영애는.
슬슬 동화책 속 전설에 흥분할 나이는 넘겼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세라
단순한 전설이 아니야. 진짜 있었던 사람이라고!
에핀델
그 얘길 가지고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말이죠.
저나 영애 같은 위치에 선 사람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를 좇는 것이 아닌, 무릇 가문의 명예와-
…하아.
휴우! 아니에요. 제가 여기서 몇 마디 한다고 달라질 건 없겠죠.
아세라
응. 에핀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대충 알아.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는건 잘 알고 있으니까!
에핀델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군요.
아세라
그건 그렇고, 너도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거야?
에핀델
후후. 참석하기만 하는 게 아니랍니다.
금년 자선 파티의 메인 후원자는 저희 오를랑 가문이란 사실, 모르셨나보네요.
게다가 무려.
가문에서는 차기 가주인 제게 이번 행사의 전권을 맡겨주셨죠.
가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완벽한 파티를 책임지고 기획하고 있답니다.
아세라
우와~ 축하해! 에핀델은 역시 뭐랄까… 어른스럽네! 응.
에핀델
…스트라니스 영애. 이럴 땐 조금은 위기감을 느끼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세라
으응? 내가 왜? 친구가 잘 하고 있으니까 축하해주는 것뿐이잖아.
에핀델
그러니까- 오를랑 가문과 스트라니스 가문의 후계를 잇는 입장으로서-
…아무것도 아니에요. 영애랑 있으면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라니까요.
아세라
…?
그건 그렇고. 점원 분, 금방 돌아온다더니 좀 늦네.
에핀델
바쁠 시기니까요. 그러고보니 영애의 드레스는 어떤 스타일로 고르셨나요?
우아한 스타일? 아니면 과감한 스타일?
아세라
아니…? 아직 아무것도 고른 게 없는데?
루나
우린 오늘 처음 온 거거든. 이 의상점.
에핀델
어라라… 진심이신가요?
진짜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에핀델
…이 의상점, 어떤 곳인지 알고 찾아온 거 맞나요?
아세라
어떤 곳이냐니, 옷 만들어주는 곳이잖아?
에핀델
…이곳, 메종 델리제는 최근 사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트쿠튀르라구요.
NOA 뿐만 아니라 전 라비스타의 귀족 여인이라면 한벌쯤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맞춤 의상점이죠.
아세라
그렇게나 유명한 곳이었어, 여기?
루나
오오…! 스칼렛, 제대로 된 곳을 소개해 줬잖아…!
스마일
스칼렛의 안목에 대한 평가, 살짝 상승.
에핀델
스트라니스 영애,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되나 본데…
종업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손님!
드레스를 주문하고 싶다고 하셨죠?
아세라
네. 혹시 언제쯤 받아볼 수 있을까요?
에핀델
하아… 영애, 이번 파티 전까지는 무리인게 당연하잖아요.
잘 모르셔서 그런데 여긴 당장 대기 예약을 걸어도 옷을 받으려면 최소 일 년은 기다려야 한다구요.
아세라
읏, 그렇게나 오래 걸려?
그럼 어쩌지… 당장 어디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에핀델
흐음…! 영애가 정 그렇게 급하시면 저희 오를랑 가의 인맥을 동원해볼까요?
이곳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서두르면 시간을 맞출 수는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 물론 절대 공짜로 해드리는 건 아니랍니다.
오를랑이 미래의 스트라니스에 작은 빚을 지웠다고 생각하시면-
종업원
저기… 손님, 말씀을 도중에 끊어서 죄송합니다만.
선생님께서, 일주일 안에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에핀델
…에?
자, 잠시만요. 일주일 안이라구요?
종업원
네. 선생님께서 이르시길-
스칼렛님의 친구분이시라면 다른 모든 일정을 재쳐두고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어드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의상 제작에 앞서 신체 치수 먼저 측정하겠습니다.
루나
…스마일, 방금 스칼렛 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스마일
잡음 없이 선명한 소리였음.
스칼렛의 능력에 대한 평가, 수직 상승.
아세라
으음… 뭐가 어떻게 된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야! 아슬아슬하게 일정에 맞출 수 있겠어.
에핀델
…대체 뭐죠? 뭘 어떻게 했길래 그 콧대 높은 메종 델리제의 디자이너가…
아세라
구원단 활동을 하면서 이래저래 친해진 친구가 하나 있거든.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이너랑 친분이 있는 모양이네?
스칼렛, 사실은 엄청 인정받는 재단사였을지도…?
루나
패션의 세계는 어렵구나~
스마일
감성의 세계… 난해함.
아세라
아, 혹시 에핀델도 급해? 스칼렛한테 한 벌만 더 부탁해달라고 해볼까?
에핀델
으그윽….
돼, 됐어요! 오를랑의 사람은 아무리 작은 빚이라고 해도 절대 지지 않으니까요!
아세라
으음~ 빚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친구 사이에서는-
에핀델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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