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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바람, 달, 그리고 검 · 챕터 9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언덕을 올라가자 달을 올려다보고 있던 린과 마주쳤다.

린

…단장님? 어째서 이곳에?

달을 보러 나오셨나요? 후후.

…참 근사한 달이네요.

동대륙에서 보던 것만큼이나 아름다워요.

…아까 저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워졌죠?

죄송합니다,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 아니에요.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죠. 전부 제 탓입니다.

나:

지금 많이 바빠?

린

네…? 아니요, 잠깐 달을 구경하다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걱정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늦지 않게 들어갈게요.

…후후. 묘하네요.

평소에 아이들한테 듣던 말을 제가 할 줄이야…

나:

괜찮다면 같이 산책하지 않을래?

린

…네?

린

단장님은 평소에도 산책을 즐겨 하시나요?

나: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린

후후, 그렇군요.

여정 단장님이시니까. 많이 바쁘시겠죠.

…감사합니다, 단장님. 그리고 죄송합니다.

성심성의껏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또 그런 단장님 앞에서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나:

신경 쓰지 마. 완벽한 사람은 없어.

나: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린

……

나:

왜 그래?

린

…단장님이 하신 말씀.

당주님께서도 하시는 말씀이라… 놀랐어요.

당주님이 단장님에게 지명 의뢰를 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제가 모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세르팡과 토토는 자고 있나요?

나:

푹 잠들었어.

린

그리고…

나:

페이는 안 보였어.

린

그런가요…

……

제 기억의 시작은 눈 내리던 날, 풍월당의 정문에서 시작돼요.

문 앞에 버려져 있던 저를 당주님이 거두셨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주님은 다른 아이도 데려오셨어요.

뒷골목에서 어린 늑대를 주워 왔다고 말씀하셨던 게 지금도 기억나네요… 후후.

나:

……

린

…친하게 지냈어요.

서로가 자매라고 생각하며 항상 붙어 다녔죠. 세르팡, 토토도 함께요.

그때는 정말…

만약…

만약 단 한 번만.

단 한 번만… 그때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후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전부 지난 일인데.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단장님.

…밤바람이 차네요.

슬슬 돌아갈까요?

나:

요리를 좋아하는 동료가 있는데.

린

…네?

나:

요리를 정말 못해.

린

후후, 단장님이 혹평하시는 건 처음 듣네요.

나:

참다 참다가 내가 요리하겠다고 했어.

나:

돌려 말해 그만하라는 소리잖아?

린

네… 그렇죠…

나:

그런데도 본심은 전해지지 않더라고.

린

…본심.

나:

돌아가면 솔직하게 말해보려고.

나:

말하지 않으면 마음은 전해지지 않아.

린

말하지 않으면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나:

린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나: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보는 게 어때?

린

전하고 싶은 마음…

…그렇군요.

하지만… 이미 먼 길을…

……

산책하자고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장님.

…아.

정말 근사한 달이네요…

린이 말한 것처럼 하늘에 뜬 달은 어느 때보다 훤히 빛나고 있었다.

달빛을 맞으며 린과 함께 야영지로 돌아갔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