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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바람, 달, 그리고 검 · 챕터 8

입장 정리

페이

정권 지르기! 하나!

연합원들

하나!

페이

기합 넣어라! 둘!

연합원들

둘!

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쫓아왔던 추격자들의 수는 굉장히 많았지만 어떻게든 전부 제압해 냈고…

어째서인지 지금은 페이의 구령에 맞춰 정권을 지르고 있다.

세르팡

깊게 생각하지 마, 단장~ 포기하면 편해.

옛날에도 종종 이랬거든.

아무리 페이 사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대련이 끝나면 친한 사이가 됐어.

토토

꾸룩!

세르팡

왜, 토토? 너도 수련하게?

귀찮은 건 질색이지만… 으음~

오랜만이니까 나도 같이 수련해 볼까? 에헤헤~

린

세르팡? 토토?

세르팡

헉!?

토토

삐약?!

세르팡

린 사저…?! 언제부터… 아니, 나는…!

토토가! 토토가 먼저 수련 받고 싶다 그랬어!

토토

꾸룩!? 꾸루루룩~!?

린

…후후.

다녀오세요.

세르팡

어…? 정말? 그래도 돼?

린

수련하고 싶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죠.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세르팡

…에헤헤~ 가자, 토토!

토토

꾸룩~

나:

…괜찮아?

린

이번 일이 해결되면 다시 페이와 검을 맞대야 하지만…

세르팡과 토토에게 그것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보다 저를 걱정해 주신 건가요? 감동이에요…

착하다 착해~ 후후.

어째서인지 또 린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

…그렇군.

티엔

정말 페이를 잡으러 온 거였군.

린

티엔, 시엔…

시엔

긴장하지 마세요. 여러분과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은요.

페이

다시 하나!

세르팡 & 토토 & 연합원들

하나!

티엔

…수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세르팡

당 떨어졌다~ 못 움직이겠어…

토토

꾸룩…

페이

엄살 부리기는.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잖나.

그것보다…

오래 기다렸나?

티엔

…흥.

세르팡

어?! 얘들이 왜 여기 있어?

린 사저? 단장!? 어떻게 된 일이야?

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나:

대화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페이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찾아왔지?

시엔

페이, 당신에게 제안하겠습니다.

페이

제안…? 요즘 들어 제안을 많이 받는군.

린

……

페이

그래서? 내용은?

티엔

무공을 포기해라. 평생.

시엔

그럼 험한 꼴은 당하지 않을 거예요.

페이

거절한다.

천문은, 무공은, 무의 길은 나의 삶이나 마찬가지.

너희들의 제안은 삶을 포기하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티엔

교섭 결렬이군. 알겠다.

시엔

…풍월당 제자분들, 그리고 여정 단장님.

세르팡

뭐… 뭐야?! 지금 여기서 한판 붙게!?

토토

꾸룩!

린

…!

나:

……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데 티엔과 시엔이 고개를 숙여왔다.

티엔

미안하다.

시엔

죄송했어요.

동대륙의 연락책을 통해 알게 됐어요. 풍월당 제자분들은 정말 페이를 쫓고 계시더군요.

티엔

여정 단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고.

시엔

관계없는 사람을 휘말리게 만들어서…

티엔

진심으로 미안하다.

티엔과 시엔이 다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였다.

세르팡

뭐…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다행이지만…

토토

꾸, 꾸룩…

린

…여러분의 진심, 전해졌습니다. 이만 고개 드세요.

티엔

용서해 줘서 고맙다. 이 일에 대한 대가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치르겠어.

…하지만 페이는 용서할 수 없다.

시엔

페이는 저희의 철천지원수.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갈 수 없죠.

페이

흐음…

티엔

동쪽 대나무숲 중앙에 넓은 공터가 있다.

시엔

내일 이 시간에 거기서 만나죠. 결판을 냅시다.

티엔

우리가 이기면 페이, 너는 무공을 포기해라. 반대로…

시엔

우리가 지면 페이, 당신이 하라는 대로 뭐든 하겠습니다.

티엔

돌아가자. 시엔.

시엔

네, 티엔 언니.

나:

잠깐만.

티엔

응?

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페이

그래. 나도 묻고 싶군.

과거에 내가 무슨 짓을 했길래 이토록 깊은 원한을 산 거지?

티엔

……흥!

시엔

…티엔 언니. 말해주죠.

티엔

시엔!

시엔

페이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이번 일에 휘말린 여정 단장님을 위해서라도 안 될까요?

티엔

…흥.

옛날에 어느 한 문파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문을 두드렸지.

페이

…설마?

시엔

맞아요, 페이. 당신이었습니다.

티엔

우리 문파의 문주이자 친아버지는 너에게 도전을 받았지.

어리다고 봐주는 일 없이 자신의 모든 기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처참하게 패배했지…

충격받은 아버지는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그러다 결국…

세르팡

서, 설마…!

토토

꾸룩?!

시엔

힘들어서 수련을 그만두고 상인으로 전직했어요.

장사수완이 뛰어나서 금방 돈방석에 앉았죠.

세르팡

뭐야! 심각한 이야기인 줄 알았잖아!

토토

꾸룩! 꾸룩!

페이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믿고 따르던 스승이 무의 길을 포기했다는 것.

길을 밝혀주던 등불이 사라져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는 것.

그걸 말하고 싶은 거겠지?

티엔

…흥.

시엔

언니와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무공을 연마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단 하루를 기점으로…

티엔

나와 시엔만 수련장에 남겨졌지.

함께 할 거라고 믿었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시엔

저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죠.

린

……

시엔

풍월당 제자분들, 그리고 단장님.

여러분 모두를 적으로 돌린다고 해도 저희는 반드시 페이에게 복수할 겁니다.

티엔

내일 이 시간에 동쪽 대나무숲 공터다. 잊지 마라, 페이.

그럼.

시엔

내일까지 강녕하시기를.

페이

티엔과 시엔.

둘의 합격술을 어떻게 생각하나, 단장?

부채의 티엔, 철퇴의 시엔.

근거리와 원거리. 단순한 조합. 하지만 두 사람이 펼치는 합격술은…

나:

다른 의미로 공허체보다 까다로워.

세르팡

그렇지~ 실제로 상당히 고전했으니까.

토토

꾸룩.

페이

하지만 합격술을 펼치지 못하게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한 명은 내가 맡지! 아니, 건드리지 마라! 내 몫이니까!

나머지 한 명은…!

린

후우…

페이

…응?

린

뭔가 오해하고 계시군요.

저희가 당주님에게 받은 지령은 페이, 당신을 동대륙에 데려가는 것.

당신이 티엔과 시엔 자매에게 지든, 무공을 포기하든…

솔직히 저희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세르팡

린 사저, 그건… 그렇지만…

토토

꾸루욱…!

페이

…그렇지. 알고 있다.

하지만 린! 강자와의 대련이다!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하핫! 무의 길을 걷는 무인으로서 놓칠 수 없는 기회…!

린

애초에 페이.

이 모든 건 당신이 무의 길에 집착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페이

……

린

천문이 그리도 중요합니까? 최강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요?

무의 길이라는 것 때문에 당신은 당신을 거둔 당주님을 배신하고.

동문사제까지 버리고 떠났으면서 이제 와서는 뻔뻔하게 도와달라고요?

지금 당신의 행동이 무의 길을 따른 결과라면…

무의 길이란, 천문이란 정말 하찮기 짝이 없군요.

페이

…!

세르팡

린 사저…? 말이 조금 지나친…

페이

…그랬지.

임시 동맹은 어디까지나 사태가 안정되기까지.

티엔과 시엔만 남은 지금, 임시동맹은 깨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르팡

페이 사저? 잠시만…!

페이

결국 우리는 적이다.

그걸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

린

예. 그렇습니다.

세르팡

잠깐만…! 둘 다 잠시만!

페이

그렇다면 길게 끌 필요는 없지. 서로.

린

예, 페이. 당신 말이 맞습니다.

먼저 뽑으시지요.

페이

한 수 양보하겠다? 배려가 지나치군.

린

지난날에 보내는 예우입니다.

세르팡

린 사저… 페이 사저…!

토토

꾸루룩…!

나:

오늘 저녁은 스튜야.

세르팡

…단장!

나:

하룻밤 재워두면 더 맛있어.

나:

그러니 내일까지 임시 동맹, 어때?

세르팡

그, 그래. 맞아!

내일까지 임시동맹하자. 나랑 토토, 단장은 찬성!

토토

꾸, 꾸룩…!

세르팡

5명 중 3표야! 에헤헤…! 헤에에……

페이

…음.

린

…알겠습니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난 후.

린과 페이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와 세르팡, 토토 셋은 주변을 산책했다.

세르팡

도와줘서 고마워, 단장.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지 뭐야~ 놀라서 잠이 확 깼어.

토토

꾸룩.

세르팡

…날씨 좋다.

동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야. 대나무 향기가 실렸어.

저번에 얘기했나? 나 진짜 몸 약했다고.

내가 침상에 누워있으면 페이 사저, 린 사저, 토토가 찾아와서 같이 놀아줬어.

…셋은 내게 또 다른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그때 진짜 행복했는데…

그랬었는데… 에헤헤…

토토

……

세르팡

…흑.

우으… 흐윽! 어째서… 흑!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토토

꾸후룩…

세르팡

언젠가 반드시 린 사저랑 페이 사저는 싸우고 말 거야…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나:

나한테 맡겨.

세르팡

훌쩍… 응?

나:

세르팡에게 의뢰받았으니까.

나:

내가 두 사람을 막을게.

세르팡

단장…

에헤헤~ 그렇지, 내가 호박엿을 주고 의뢰했지?

…고마워, 단장.

토토

…꾸룩!

울음을 그친 세르팡, 토토와 함께 야영지로 돌아와서 잠든 모습을 본 후.

침소에서 빠져나와 달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