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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웨딩 워즈 : 5월의 신부 대결전 · 챕터 6

광란의 거리

나:

카르멘…

밀리고 있어…

기량이나 실력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싸움에 임하는 자세가 완전히 달랐다.

페이는 후회 없이 전력을 다해 쏟아내려 하는 반면, 카르멘은...

페이

…

내가 괜한 말을 한 건가?

진심을 다하길 바랐는데, 오히려 아까보다 더 소극적이군.

진지하게 할 마음이 없는 거냐?

카르멘

흐음… 당신 상대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면요?

페이

하핫,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카르멘

…의외로군요. 자존심이 강한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페이

학무지경이라 했으니, 검의 길 또한 배움에 끝이 없는 법.

대충 싸우면서도 나를 농락할 만한 강자와 만났다면 당연히 기쁘지 않겠나!

하지만 이번엔 그런 게 아니군.

정반대야. 진지해지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

어째서지?

카르멘

…

글쎄요. 어떠려나.

페이

어떤지는 다음 수로 알 수 있겠지.

성명절기, 청풍랑월이다. 아까처럼 막기만 하려다간 압도당할 거다.

결정해라.

진심을 다해 싸울 생각이 있는지.

아니면 단장을 취하지도 않을 거면서, 혼삿길만 막으려 드는 비겁한 녀석인지!

나:

둘 다 이제 그만해!

나 때문에 싸우지 마!!

페이

훗. 단장. 눈 감아라.

제법 험한 꼴을 볼 테니까.

카르멘

…단장님, 물러서세요.

그리고 제가 신호하면 뒤로 뛰세요.

나:

하, 하지만…!

카르멘

쉿, 괜찮아요.

먼저 가서 기다리시면, 반드시 따라갈게요.

나:

어디서…?!

카르멘

…

…교회.

반론을 말하려는 순간, 카르멘의 왼손이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세상이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오른뺨, 그녀의 입술이 잠깐 머물다 간 자리를 멍하니 더듬었다.

나:

카르멘…?

카르멘

어른의 스킨십이에요.

돌아오면 다음을 계속할까요?

페이

간다! 청풍랑월!!

카르멘

뛰세요!!

카르멘을 남겨두고 등을 돌렸다.

폭발하는 살기에 목의 솜털이 곤두섰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까지.

신부들

야, 저기야!

신랑이 저기 있어, 쫓아가!

먼저 챙기는 녀석이 내 쪽이야!

나:

다들 진정해!

그런 소문이 사실이겠냐고!

신부들

일단 기정사실로 만들면 사실이 되는 거야!

순순히 체액이나 내놓을 준비하라고!

나:

으아아아악!

신부들

대장, 도망치는데?

흥, 그럼 지친 채로 결혼하겠군. 쫓아!!

마치 굶주린 포식자들에게서 도망치는 것 같았다.

미라가 될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공포감에 코너로 급하게 몸을 틀었다.

나:

젠장, 막다른 골목…!

나:

아, 버려진 캐비닛이…

발걸음 소리가 지척이었다.

캐비닛 안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었다.

신부들

이쪽 코너를 돌았어! 확실해!

…뭐야, 골목이 막혀 있는데?

분명히 근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재닛이랑 알스는 골목 봉쇄해! 그리고 너랑 너는 골목을 뒤져봐.

일단 저 캐비닛부터!

나:

큭…

들키는 건가…!

???

저, 저기. 모두들.

신부들

응?

나:

(이 목소리는…)

???

미안해, 엿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여기에 단장이 있다고 해서...

신부들

뭐야, 너도 신부를 노리고 온 녀석이냐?

하지만 웨딩드레스도 안 입고 있는데?

???

바, 방해했으면 미안.

그래도… 대답해 주면 안 될까?

신부들

…당돌하네?

있다면 어쩔 건데. 네가 데려가기라도 하게?

나:

(안돼, 다들 도망쳐…!)

(그 애는…!)

???

으응, 그렇구나.

키라

키라 이해했어. 여기 있다는 거지?

신부들

슬슬 귀찮아지는데, 꼬마야.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키라

너. 구겨져.

신부들

끼야아악?!

심상찮은 진동이 캐비닛의 철문을 뒤흔들었다.

키라

끓어올라. 꺾여. 비틀려. 쥐어짜여.

신부들

도, 도망쳐! 괴물이…

키라

소리 내지 마. 보지 마. 듣지 마. 생각하지 마.

식물이 되어버려.

…

키라

겨우 조용해졌어어.

…

단장?

여기 있어?

나:

(숨을 참는다.)

키라

…

…뭐야. 역시 거짓말이었어.

…기다려, 단장. 키라가 금방 찾아줄게.

분명히 어떤 오해가 있는 거니까. 단장도 지금 분명히 괴로울 테니까.

단장이 다시는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게…

키라가… 확실하게 키라의 흔적을 묻혀 줄게.

…그러니까 단장.

당장 내 앞으로 와.

나:

(더욱 간절하게 숨을 참는다.)

키라

…하하. 키라, 바보 같아. 단장은 언령이 안 통하는걸.

괜찮아. 키라에게는 언령만 있는 게 아니니까.

기다려줘, 단장. 어디에 있든지…

키라, 반드시 닿을게.

… … …

… …

…

나:

(캐비닛에서 나간다.)

쓰러진 신부들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 이후에도…

신부들

앗, 단장님이야! 포위해!!

단장님! 단장님! 저 어때 보여요? 괜찮나요?!

나:

무서워!! 두려워!!

또, 계속해서…

안나

아- 아! 타운가드에서 안내 드립니다! 지금 미아가 된 단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나:

타, 타운가드다…!

안나, 나 여기 있…

안나

타운가드 본부 지하 5층의 최고 보안 등급 시설에서 철저하게 보호해 드릴 테니까!

듣고 있다면 친절, 봉사, 헌신의 타운가드를 믿고 자진출두해주세요!

나:

…

안나

…핫! 이건 절대 잊을 수 없는 단장님 냄새!

타운가드, 목표가 근처에 있습니다! 수색 개시해 주세요!

타운가드 A

네!

나:

(조용히 도망친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NOA를 헤매기를 몇십 분째였을까.

나:

힉?!

오랜 도주와 믿을 수 없는 사람들 틈에서 조금씩 지쳐갈 때쯤…

갑자기 발목이 밧줄에 휘감겼다.

나:

으갹?!

신부들

봐봐, 맞출 수 있다고 했잖아!

흐헤헤, 이제 도망 못 쳐요!

단장님은 내 거예요!

내 거? 우리 거겠지.

잘못 말한 거야! 단장님은 저희 네 명과 동시에 결혼해 주셔야겠어요.

나:

으읍!

신부들

1월부터 3월까진 파렌, 4월부터 6월까지는 모나스티르에서 사는 거야!

3분기에는 아가논, 4분기에는 다시 NOA로 돌아오게 해드릴게요.

키히히, 인당 둘씩 딱 여덟 명만 낳자고요!

나:

으으읍!

읍읍읍…!

???

헛된 꿈을 꾸시는군요.

신부들

응?

방금 목소리가… 핫?! 위에서 온다!

쏴!!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패자의 신음을 춤곡 삼아, 찢어진 면사포와 드레스 자락이 하강의 왈츠를 춘다.

땅에는 갖은 자세로 쓰러진 신부들.

등 뒤에는 차가운 돌벽.

그리고 앞에는, 두 자루 검을 든 웨딩드레스 차림의 아가씨가-

나:

…에, 에핀델?

에핀델

안심하세요. 구출해 드리러 왔답니다.

…

저항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작금의 사태에 대해 긴히 말씀을 나누고 싶거든요.

아주, 아주 긴하게요.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