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PR

웨딩 워즈 : 5월의 신부 대결전 · 챕터 5

쟁탈전

옥상 위에서 내려다본 NOA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신부 A

단장님! 단장님은 제 운명의 상대예요! 당장 교회로…

…뭐야, 얼굴이 다르잖아? 헷갈리게 하지 말고 꺼져!

겁먹은 시민

악!

신부 B

단장님! 단장니임-! 어디 계세… 크악!

신부 C

안젤라가 당했어, 저격이다!

어딘가에 다른 신부가 있어!

나:

완전 전쟁터야!

무기상인

이런, 안젤라 양이 당했군요!

여기, 이 전개식 방탄판을 설치하면 안전하게 안젤라 양을 치료할 수 있어요.

지금이라면 20퍼센트 인상된 가격에! 일시불만 가능합니다~

신부 C

엄청 폭리잖아요?! 아, 아니…

사, 살게요!

무기상인

탁월한 선택입니다!

자아, 그럼 그쪽의 저격수 신부 분?

고속철갑탄도 팝니다! 방탄판 100% 관통 보장!

나:

무기상인까지 나왔어?!

카르멘

일단은 움직여야겠죠?

아마 문을 부수고 들어올 거예요.

대충 헤아려봤을 때… 숫자는 수백 명 정도.

돌파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네요.

나:

하지만 어디로 나가지?

카르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건 위험부담이 커요.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요.

나:

내려갈 필요가 없다니…?

나: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카르멘

아무래도 더 고민할 시간은 없겠네요.

단장님, 제 어깨에 손을 둘러주세요.

좀 더 가깝게, 단단히요.

카르멘의 양쪽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카르멘은 싱긋 웃더니… 나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나:

카르멘?!

카르멘

혹시 공주님처럼 안긴 채 신부들한테서 도망쳐본 적 있으세요?

나:

장담하는데 라비스타 전체에 그런 사람 없어!

카르멘

그럼 단장님이 라비스타의 첫 번째가 되겠네요.

신부들

단장님은?! 단장님은 어디야?!

행사 진행자 A

모, 모모모몰라요! 어디론가 사라지셨어요!

신부들

건물 안을 뒤져봐! 분명히 이 안에 있으니까!

나:

사람들이 올라오…

카르멘

쉿, 단장님. 제 얼굴만 보세요.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신부들

단장님이야! 공주님처럼 안겨 있어!

거기 너! 단장님을 내려놓고 물러서!

카르멘

단장님.

숨 멈추세요.

신부들

잠깐, 뛰어내린-?!

나:

흐으으읍…!

일 초가 천 년으로 늘어졌다.

반사적으로 카르멘을 꽉 끌어안자, 빈틈없이 맞물린 살결 너머로 느린 고동이 전해진다.

아찔한 중력이나 파멸적인 속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내 세상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반쯤 감은 채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푸른 눈 한 쌍.

신부 A

위에서 사람이 뛰어내렸어!

신부 B

어라? 저기 안겨 있는 저 남자…

카르멘

흠흠.

안녕하세요, 축제를 망친 여러분?

잠시 비켜주시겠어요?

여러분의 신랑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해서요.

나:

카르메에엔?!

여기서 도발을?!

신부 A

저, 저 녀석! 웨딩드레스도 안 입고 있으면서 새치기를?!

지금 신랑을 내려놓고 물러… 머, 멈춰! 도망치지 마!

다들 쫓아!!

신부 B

그물탄 장전 완료!

신부 A

쏴버려!

나:

카르멘, 앞에 야포가!

카르멘

이미 봤어요.

조금 어지러워도 참아주세요?

신부 B

등 뒤의 방패로 막아냈어…

카르멘

그물탄이라고 해도 엄연히 화약을 사용하는 병기.

단장님이 자칫 다쳤으면 어쩌려고 하신 거죠?

신붓감으로는 탈락입니다.

신부 B

크아악!

신부 A

이 틈에 단장님을…!

카르멘

은밀하지도 않은 주제에 효율적이지도 못하네요. 탈락.

신부 A

꺄아악!

카르멘은 나를 안아 든 채 5월의 눈보라 속을 거침없이 달렸다.

검을 뽑지도 않았다. 등에 멘 방패와 체술만으로 충분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그 얼굴은…

나:

뭔가… 즐거워 보이네, 카르멘.

카르멘

네? 제가요?

…후후. 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

이 상황이?

신부 C

수류탄이라도 던져! 아까 그 장사치한테 산 거 있잖아!

카르멘

글쎄요, 상황보다는…

누군가를 지키고 있다는 이 감각일까요?

신부 D

발로 쳐냈…

크악!

카르멘

저번에, 방패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말씀드렸죠?

방패는, 그 뒤에 사람이 없다면 거추장스러운 쇳덩이에 불과해요.

저 역시 방금 전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이제는 지켜야 할 누군가가 제 품 안에 있잖아요?

게다가 그 사람은 여정 단장님.

신부 C

저걸 대체 왜 못 잡는 거야!

상대는 혼자인 데다 남자까지 안고 있잖아!

카르멘

그러니까, 만약 제가 즐거워 보인다면…

안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나:

…

카르멘

그러니까 단장님.

부디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말아주세요.

…후후, 다른 뜻은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제가 지켜드려야 하니까.

카르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뭔가 말을 하려는 찰나-

페이

하하하하, 나의 반쪽! 나의 낭군이여!

이 소동 또한 최대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천문파의 굉장함을 보여주라는 뜻이겠지?

페이 비앙체가 부름에 응답해서 여기 왔다!!

나:

페이?!

왜 저렇게 신이 났어?!

페이

단장이 날 선택해 주었으니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

카르멘

…선택해 주었다뇨, 단장님?

제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

요새 얼굴도 본 적 없어!

페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진심은 전해졌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수행을 위해 노숙을 하던 중이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지. 단장이 신부를 찾고 있다고 하더군.

당연히 나를 말하는 것일 테니 급하게 달려온 거다!

카르멘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하지만 소문은 단장님이 새 신부를 뽑는다는 것뿐이지, 당신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요?

페이

하하, 만약 기준이 요리나 내조라면 나도 긴가민가했겠지.

하지만 단장이 찾는 건 최강의 신부라고 들었다!

최강이라면 천문! 천문은 최강!

그러니 이건 당연히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원하는 대로 그대의 여자가 되어주겠다, 단장! 그대 또한 나의 남자가 되어라!

나: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오해가 풀릴까…

카르멘

머릿속이 참 해맑은 발언이지만… 기세만은 대단하군요.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겠어요, 단장님.

페이

흠, 그대가 단장의 현 신부인가?

카르멘

모나스티르의 부기사단장 카르멘입니다.

현 신부 같은 게 아니라 경호 담당이고요.

단장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게 제 사명이니까요.

페이

과연, 이해했다.

그대를 꺾으면 신부 자리는 내 것이군!

카르멘

사람 말을 잘 안 듣는 타입이시군요?

페이

하하, 말로는 거짓말을 해도 기백은 솔직한 것이 사람이니까!

보면 알 수 있다. 그대 역시 욕심이 없는 게 아니야. 억누르고 있을 뿐이지.

카르멘

…!

페이

억누를 이유가 뭐가 있나!

욕망하고, 원하고, 뻗어라! 원하는 게 있으면 움켜잡아라!

점잔 빼는 녀석을 이겨봐야 찝찝할 뿐이니까 말이다.

카르멘

…그런 어린애 투정 같은 이야기에는 관심 없어요.

우선은 비켜주시겠어요?

지금 제 목표는 단장님을 안전한 곳으로 모시는 것이라.

페이

안전한 곳이라면 여기 있잖나.

바로 내 곁이지!

단장, 기다려라! 함께 천문의 간판 아래서 백년해로하자!

카르멘

말이 통하지 않네요.

단장님, 제 뒤에 계세요.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 보죠.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