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워즈 : 5월의 신부 대결전 · 챕터 1
5월의 축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패자의 신음을 춤곡 삼아, 찢어진 면사포와 드레스 자락이 하강의 왈츠를 춘다.
땅에는 갖은 자세로 쓰러진 신부들.
등 뒤에는 차가운 돌벽.
그리고 앞에는, 두 자루 검을 든 웨딩드레스 차림의 아가씨가…
…에, 에핀델?
에핀델
후훗.
안심하세요. 구출해 드리러 왔답니다.
…
저항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역광이 에핀델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다. 푸른 눈은 그림자 속에서 더욱 선명하다.
…생각해 보면 그날의 하늘도 꼭 저런 색이었다.
불과 사흘 전, 모든 게 시작되었던 그날-

메이플라워 페스티벌.
그건 모나스티르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이벤트.
도시 전체가 꽃과 장식으로 물들고, 거리마다 음식과 음악, 웃음과 활기가 흘러넘치는 축제.
그리고 축제의 정점은 5월의 신부다.
5월의 신부는 모나스티르의 꿈 많은 소녀들이 그리는 가장 큰 영예이자 축복.
선발된 소녀는 그해 축제의 얼굴이 되고, 노래와 시 속에서 영원한 젊음을 얻는다.

…라는 건 알겠는데.
그걸 왜 NOA에서 연다는 거야?
프레이
으으… 그야!
인정하긴 싫지만! 5월 축제의 관광객 유치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거든요.
NOA라는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에 프리뷰 페스티벌을 개최해서 단박에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후후, 이른바 위성 축제라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카르멘
다시 말해, NOA 사람들에게도 축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개최지를 옮겨봤다는 뜻이에요.
인지도가 높아지면, 모나스티르에서 열릴 본 축제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테니까요.
…라는 제 설명이 맞을까요, 공녀님?
프레이
역시 카르멘! 정확해!
…그런데 같은 말 아니야?
이유는 잘 알았어.
그런데 그걸 왜 내게?
카르멘
후후, 네.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
VIP로서 단장님을 초청하고 싶어요.
단장님은 NOA 화제의 인물이자 알리시아님과 단독으로 접견을 하시는 분.
그런 분이 참석하셔서 저희 축제를 빛내주신다면 큰 영광이겠죠.
과연. VIP 같은 거구나.
웃으면서 손만 흔들고 퇴장하면 돼?
프레이
전혀요, 그런 악덕 사장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 단장님께는 확실한 리턴을 드릴 생각입니다.
바로… 심사 위원이예요!
…심사 위원?
프레이
네! 5월의 신부를 선발할 권한을 드리겠다는 거예요!
카르멘
보통은 축제 일주일 전까지 선발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에는 개최지가 달라져서 여건이 맞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신부 선발 자체를 대회의 일부처럼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고 공녀님이 아이디어를 내신 거예요.
프레이
후후, 그렇습니다.
5월의 신부는 축제의 상징이자 얼굴이니까요!
이 축제의 대표가 될 영광! 봄의 신부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
…을 누구에게 줄지, 단장님이 뽑아주시면 되는 겁니다!
미인 대회 같은 느낌인가…?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하는데?
카르멘
공식적인 점수 체계 같은 건 없어요. 진짜 대회나 스포츠 같은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모나스티르에서는 몇 가지 기준을 두곤 했답니다.
첫째, 주변의 평판.
성실하다던가, 의지할 수 있다 등등. 축제의 얼굴이 될 만한 품격이 있어야 하죠.
프레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름다움!
과연 단장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란 어떤 걸까요?
활기차고 때 묻지 않은 싱그러움?!
아니면 고난과 어려움을 견디는 강인한 내면?!
그 기준을 단장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해드리겠다… 란 뜻입니다!
크다면 큰 권한… 같긴 한데…
내가 뽑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납득할지…
카르멘
후후, 글쎄요? 저는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세우는 지루하고 현학적인 기준보다…
내 이상형이다… 라는 단장님의 말에 납득할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데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신부라고 정말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지?
프레이
절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양식 있는 사업가라면 인신매매 같은 건 안 한다구요!
5월의 신부는 어디까지나 의례적인 표현! 정말로 결혼하는 게 아닙니다!
카르멘
후후, 오해할 수도 있죠. 단장님은 모나스티르 출신이 아니니까요.
5월의 신부는 본래 봄과 결혼한다는 의미로 쓰인 표현이에요.
물론 나중에 가서는 진짜 신부처럼 웨딩드레스를 입는 게 전통처럼 되었지만...
그건 모처럼이니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는 소녀들의 선망이 만들어낸 전통이랍니다.
그리고, 너무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신부 선발도 중요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미끼 이벤트니까요.
그 뒤에는 정말 많은 걸 준비했거든요.
기둥 더 높이 세우기 대결, 팀별 기둥 뺏기 대항전, 가장 맛있는 벌꿀주 뽑기 대회, 모나스티르 전통 음식 체험회까지.
전통 음식 체험회에는 특별히 제 전투 수프도…
프레이
그, 그거 아직 확정된 거 아니니까요! 허가도 안 내줬으니까요!
생각보다 하는 게 엄청 많네?
프레이
그럼요! 이제 모나스티르의 5월 축제가 얼마나 커다란 축제인지 느껴지십니까?
NOA의 신년 축제랑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구요!
카르멘
후후, 딱히 그렇지는 않지만요?
프레이
카르멘!
카르멘
매해 이어지는 전란과 복구 과정에서 잊히거나 사라진 전통도 많았어요.
하지만 공녀님께서, 밤새도록 모나스티르의 도서관을 뒤지며 복원하려고 노력하셨죠.
프레이
카르멘! 그런 뒷이야기를 말하면 어떡해! 신용도가 깎이면 어떻게 하려구!
카르멘
하지만 노력하셨잖아요?
이번 축제는 모나스티르 재부흥의 일환으로,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계신답니다.
프레이
그, 그야… 나도 진지하게 하니까…
많이 노력한 거구나.
…좋아. 그렇다면 안 도와줄 수 없지!
프레이
…!
고마워요, 단장님!
역시, 카르멘을 데려오는 게 정답이었어!
카르멘
그러면 단장님, 축제 리허설을 할 때 다시 부르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봐.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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