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것들을 위한 소나티네 · 챕터 9
잔재

클레어
...모든 것이 위선이었을 뿐인 변절자...

카넬리아
삶을 원하고, 미래를 갈망하는-
별빛처럼 타오르는, 밝은 눈.
왠지 모르겠지만 그 눈이…
…조금은, 부러웠답니다.

클레어
정말 전부 거짓이었던 건가요, 카넬리아 님...
벨 리스
…
클레어
벨, 괜찮나요?
벨 리스
…응.
그렇게 걱정스럽게 쳐다보지 마. 감정이야 옛날 옛적에 정리되어 있었으니까.
단지 궁금했었을 뿐이야.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궁금증이 해결됐고.
클레어
...그런가요. 다행이군요.
카넬리아 님께서 어떻게 사라지게 되셨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돌아가서-
...벨. 지금 소리 들었나요?
벨 리스
응?
소리라면... 무언가 깨지는 소리 말이야?
윽!? 무, 뭐야!
클레어
벨! 이것도 리스 가문의 술법인가요?!
벨 리스
이딴 괴상한 술법은 없어!!
클레어
뭐, 뭔진 모르겠지만, 어서 여길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벨 리스
여기라니 어딜 말하는 거야!?
클레어
메이드장 집무실... 아니, 캔들 스퀘어에서요!!
벨 리스
캔들 스퀘어에서 나가면 뭐가 있는데?!
클레어
그건 나도 몰라요!

클레어
벨! 정문까지 뛰어요!
벨 리스
나도 안다고! 지금 최대한 뛰고 있잖아!
클레어
윽, 제발...!
일단 여기서 탈출해야-

클레어
...세상에...
벨 리스
왜! 또 무슨 일인데 그러-
...히익?! 뭐, 뭐야 이거...?
여긴 도대체 어디야?
클레어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군요. 마치 우주를 보는 것 같아요.
벨, 뭔가 느껴지는 게 있나요?
벨 리스
...으응, 느껴지는 게 있긴 한데... 이게 뭔지 잘 모르겠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리운데 낯선, 그런 기분…
???
여긴...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곳이랍니다.
현실도, 허상도 아니죠.
그래요, 이를테면...
카넬리아
누군가의 기록된 감정... 그 잔여물들이 뭉쳐져 만든, 일종의 심상 세계랍니다.
그러니 리스 가문의 술법도, 인위적으로 만든 곳도 아니죠.
벨 리스
…언니?
카넬리아
아가논 이후로는 처음 보는구나, 벨.
벨 리스
아까 기록 속의 존재가 아냐… 진짜 언니야…!
카넬리아
그리고...
...오랜만이군요, 클레어.
그래요, 이야기했던 대로 이곳은 기록된 감정.
전 메이드장 카넬리아 리스가 남긴 미련, 슬픔, 분노, 부채감... 그런 것들이-
일기장이라는 강력한 매개를 통해 구현된 곳이지요.
덕분에 일기에 쓰인 과거들이 두 사람에게 보이게 된 것이고요.
...그다지, 원하지는 않았지만.
클레어
그건 다 진실이었군요.
카넬리아 님께서 하셨던 말씀들, 그 마녀, 그리고... 의뢰까지도요.
카넬리아
...후후. 만약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클레어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클레어
당연히, 캔들 스퀘어의 메이드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겁니다.
많은 사람은 전임 메이드장의 묘연한 행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그것이 떳떳한 작별이든, 위선에 의한 변절이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진실을 알릴 겁니다. 원망도, 이해도, 그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도록.
카넬리아
...글쎄요. 일기장을 통해 과거에 다녀왔다는 말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믿어줄지.
하지만...
제가 바라는 클레어의 모습이 된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요.
저는 편애의 마녀와 떠난 후,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녀가 제게 제안한 두 번의 기회는 벨과... 모굴루스.
칙술루브 홀에 있는 별의 심장이 열쇠임을 알게 된 저는, 그것이 좋은 빌미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것이 리스 가문의 저주술이라는 것을 벨이 모를 리 없을 테고-
만약 벨이 아니더라도, 가문의 선조인 모굴루스에게 죽을 수 있었으니까요.
벨 리스
...처음부터... 처음부터 다 알고...!
카넬리아
거기에 더불어 단장이라는 사람이 어떤 분인지도 궁금했지요.
물론 단장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된 것은 예상외의 성과였지만...
...결국 제게 주어진 기회는 소모되고 말았답니다.
클레어
그럼...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 거죠?
저와 벨이 찾으러 가겠-

클레어
...로베르타 님?
벨 리스
아스트로 생텀이야. 대체... 저 두 사람은 왜...
카넬리아
벨, 그리고 클레어.
저는 지금 NOA에 있답니다.
벨 리스
...뭐라고?
카넬리아
그리고 곧... 알리시아 님을 만날 예정이기도 해요.
죄인의 신분으로.
클레어
...설마, 그때 로베르타 님이 얘기한 긴급한 일이라는 게...
카넬리아 님이셨던 건가요?
카넬리아
...일기를 쓸 때는, 단순히 만년필을 잡고 종이 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에요.
그날의 자신이 파편화 되어 그곳에 남는 것이죠.
두 사람이 일기장을 통해 이 세계에 들어올 수 있던 건, 바로 그것 때문이랍니다.
제가 NOA에 가까워진 것으로 일기장에 남은 것들이 반응을 일으켜-
...캔들 스퀘어와 두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죠.
벨 리스
...하.
웃기지 마. 멋대로 돌아온 것까진 알겠다고!
그런데… 그냥 잡혀버렸다고?
언니가 그럴 리 없어…!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카넬리아
여기까지가... 편애의 마녀와 약속했던 의뢰란다.
이제 남은 것은, 거짓을 걷어내는 것만 남았지.
내 임무는, 이것으로 끝인 거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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