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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잊혀진 것들을 위한 소나티네 · 챕터 10

매뉴얼에 쓰여진 대로

클레어

카넬리아 님.

저는 아직도 어떤 모습이 진짜 카넬리아 님인지 알지 못합니다.

긴 시간, 카넬리아 님을 동경하며 카넬리아 님의 그림자를 쫓았습니다.

손이 닿을 때쯤에는 카넬리아 님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또다시 카넬리아 님은 제게서 멀어지셨습니다.

그렇게 제가 마주한 카넬리아 님은 모든 것이 위선이었던 변절자가 되어 있었고-

이제는 또다시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어졌습니다.

카넬리아

...

클레어

충분히 고민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란 건 이런 것이겠죠.

아뇨, 아마 평생 고민해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매뉴얼에는 방법만 쓰여 있을 뿐, 이해에 대해 쓰여 있지 않으니까요.

벨 리스

...클레어.

클레어

그래서 저는, 카넬리아 님을 동경했던... 아니.

...카넬리아 리스라는 분을 좋아했던, 한때 막내 메이드였던 사람으로서.

매뉴얼에 써진 내용을, 따르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동료를 믿어줄 것. 그들의 힘이 되어 줄 것.

만약 동료가 잘못된 길로 빠지더라도 결코 미워하지 말고,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도와줄 것.

...현실로 돌아가, 카넬리아 님을 돕겠습니다.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카넬리아

...

후후... 과거의 저는 꽤 나약해져 있던 모양이군요. 그런 내용까지 썼었다니...

벨 리스

...언니.

현실에서 만나. 만나서 다시 얘기하는 거야.

클레어와 내가 만나러 갈게. 아스트로 생텀이든 어디든.

카넬리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

그러길 나 또한 바라야겠구나.

할 이야기가... 무척 많을 테니까.

이 세계는, 말씀드렸듯이 여러 잔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잔재들 사이에는...

괴리의 힘도 존재한답니다.

클레어

...괴리?

카넬리아

메이드장의 아티팩트인 여명의 빛에는 본디 조율의 힘이 있었답니다.

대상이 가진 힘을 안정화하고, 불안정으로 인한 폭주를 막는 힘이지요.

...하지만, 편애의 마녀는... 그 조율을 반전시키고 말았어요.

편애의 마녀

메이드장의 상징인 여명의 빛은... 별의 심장을 조율하는 능력을 지녔지.

안정과 평온을 토대로, 폭주하지 않도록 만드는 아티팩트.

...하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어떨까.

조율이 아니라... 괴리가 된다면 말이야.

카넬리아

아가논에서 제가 별의 심장을 부수고 모굴루스를 깨운 힘이... 바로 괴리였죠.

벨 리스

...

카넬리아

두 사람의 손이 닿았던 일기장, 그리고 과거의 투영에도 그 괴리의 힘이 남아 있어요.

물론... 여태까지 반응하지 않았겠지만요.

클레어

그 말은, 저와 벨이 일기장을 통해 이 세계에 왔듯이-

일기장에 남았던 괴리의 힘 또한 다시 발현되었다는 건가요?

카넬리아

정확하게는, 이 공간에 남은 카넬리아 리스의 불안정한 기억과 사념이-

제가 NOA에 가까워질수록 괴리를 더 키워버리고 만 것이죠.

...그리고 지금은.

이 공간의 주인이 되려고 하고 있군요.

벨 리스

뭐? 아니, 잠깐...! 대체 몇 번째 지진이야, 이거!

클레어

카넬리아 님!!

카넬리아

주인을 자처하는 저 존재를 쓰러트리면, 두 사람 모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 역시 이 세계는 지우고 싶었답니다.

조금, 손을 보태드리죠.

클레어

벨! 피해요!

벨 리스

이익, 이 정도쯤은...!

허억... 허억...

카넬리아

두 사람 다 실력이 많이 늘었군요.

벨은 지난번에 만나서 알고 있었지만, 클레어는-

클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넬리아 님의 빈 자리를 채워야 했으니까요.

카넬리아

...

벨 리스

주인이라는 거, 완전히 사라졌어.

마지막 발악이었던 모양이야.

카넬리아

이걸로 이 세계는 곧 무너지게 될 겁니다.

돌아갈 현실 세계는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거예요.

캔들 스퀘어의 어딘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져도 될 정도겠죠.

클레어

그보다, 카넬리아 님은…

카넬리아

…글쎄요.

죄인의 몸인 상황이니, 여러분을 반갑게 만나긴 힘들지 않을까요.

벨 리스

끝까지 뭘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 거구나, 언니.

...됐어.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나 혼자서라도 알리시아 님께 말씀 드리러 갈 거야.

카넬리아

벨.

벨 리스

어떤 모양새가 되든 상관없어. 누구를 통하든, 반드시 언니를 만나서 모두 물어볼 거니까.

그땐 숨기는 거 없이 전부 얘기하는 게 좋을 거야.

카넬리아

...그래, 벨.

그때는... 전부 설명해 줄 수밖엔 없겠구나.

클레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기다려주세요.

벨 리스

...안녕.

언니.

카넬리아

...기다릴 수 있을까.

한때 나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귀족 A

세상에, 벌써 저주술 교본을 전부 숙달하시다니...

귀족 B

차기 가주님이 되실 분은 역시 카넬리아 아가씨뿐이야!

저주술의 천재.

메이드 A

카넬리아 님은 어쩜 저렇게 상냥하고 아름다우실까?

메이드 B

들었어? 이번에도 NOA 지부가 라비스타 최고의 캔들 스퀘어로 꼽혔대.

메이드 C

역시 이건 다 유능하신 카넬리아 님 덕분이지!

완벽한 메이드장.

내 이명이자, 내 삶에 드리운 유일한 온기.

그런 것에 의지하지 않으면 망가져 버릴 것 같은 때가 있었다.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며 보통의 삶을 갈망했다.

???

카넬리아 리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찾아왔다.

???

...당신처럼...

당신처럼 되고 싶어!!

푸른 장미를 닮은 사람.

언젠가 내가 구해주었던 사람.

밀어내야 했다. 밀어내야 했다.

나처럼 되지 말라고 얘기해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카넬리아

클레어, 이 책을 잘 간직하도록 하세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클레어가 충분히 고민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럴 때, 이 책을 보는 거예요.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저, 나처럼 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모두 버렸다.

어쩌면, 먼 미래에라도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