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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설원과 불협화음의 듀엣 · 챕터 9

불협화음의 듀엣

마부

어후… 뭘 하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이봐요. 혹시 뭐 들은 거 있어요?

보아하니 캔들 스퀘어 메이드랑 구원자들 같은데…

오늘 광장에서 무슨 행사라도 한답니까?

수상한 상인

글쎄요. 따로 들은 건 없는데요?

마부

그럼 이게 다 뭐람?

하여튼 재수가 없으려니까…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요 며칠 칼라이드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

사람들은 별일도 아닌 일에 신경질이나 내지, 눈은 하루를 안 그치고 쏟아지지.

어제는 잠깐 시내에 나갔는데, 웬 청년들이 저 검은 돌을 들고 멍하니 서 있더라니까?

어? 그래! 저 메이드들이 쌓고 있는 저 돌이었다고!

수상한 상인

후후. 그런가요?

마부

후후. 하고 말 때가 아니라니까?

아무래도 뭔가 기분이 나쁘단 말이요. 이 눈만 걷히면 당장에라도 돌아가던지 해야지…

수상한 상인

으음… 슬슬 시작하려나 보네요.

마부

엇? 뭐야, 무슨 먹구름이 이렇게…?

상인

이봐! 거 해도 너무하네.

아직 손님 받아야 할 시간에 이렇게 길을 떡 막고 서있으면 어떡하란 말이야?

저 돌덩이는 또 뭐고? 당장 안 치우면 민원 폭탄을 넣어버릴 테니까 그리 아쇼!

퉷! 안 그래도 장사가 안 풀려서 화딱지 나는구만.

뭐, 뭐야? 캔들 스퀘어 메이드가 시민한테 이래도 돼?

통통한 메이드

아… 으… 어…

선임 메이드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곧 버려진 껍데기들.

조금 일찍 시작한다 해도 문제는 없겠죠.

상인

시작해? 뭘?

선임 메이드

후후. 이미 당신도 느끼고 있지 않나요?

공허의 은총을 말이죠.

딱 좋은 정도로 무르익었네요. 당신.

상인

무슨 개소리-

…어. 으… 몸이 뭔가… 힘이…

선임 메이드

자, 껍데기를 벗고 새로 태어나는 겁니다.

마부

저, 저게 뭐야…!

눈치 빠른 구원자

치잇…! 뭔가 이상해. 얼른 여길 빠져나가야겠어!

선임 메이드

어머.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눈치 빠른 구원자

어, 어느새?

선임 메이드

공허의 은총을 받아들이세요. 모든 게 편안해진답니다.

사람들

도, 도망쳐!

선임 메이드

소용없어요.

사람들

크아악-!

선임 메이드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요.

자비로운 공허가 내려주는 은총…

구원받는 자들이 내지르는 환호성…

그야말로…

스토리 일러스트

트리쉬

끔찍한 광경이네!

에밀리

서두르길 잘한 것 같습니다. 트리쉬.

선임 메이드

당신들…

후후. 설마 공허의 큰 뜻을 받아들이고 집행자가 된 건가-

트리쉬

당연히 아니지!

선임 메이드

…그럼 어떻게 빠져나온 거죠?

분명히 공허의 은총이 스며든 걸 확인했는데…

에밀리

부적이 지켜줬습니다…!

선임 메이드

부적…? 공허의 힘을 부정하는 부적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트리쉬

아! 몰라 몰라! 그놈의 공허 타령은 그쯤하고!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거든? 네 말이 맞아.

확실히 인간은 서로 욕심을 부리느라 멍청한 짓을 저질러.

에밀리

손쉬운 일도 바보 같은 짓으로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서로 믿지 못해서 일을 엉망진창으로 꼬이게 만들기도 하죠.

같은 팀이면서도 서로 믿지 못해서 각자 제멋대로 굴려다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트리쉬

하지만 말이야-

그게 뭐 어때서?

그야 다투고 부딪히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모두 다른 사람이니까!

혼돈과 절망 끝에 찾아오는 공허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우주의 순리라고?

헛소리 집어치워!

에밀리

분명 우리는 어리석지만…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트리쉬

그러니까-

순리니 뭐니 떠들면서 다같이 망해버리자는 음흉한 계획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마!

선임 메이드

어리석은…

공허의 힘에 겨우 둘이서 대적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 겁니까?

에밀리

그거야… 붙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습니까?

트리쉬

음음! 맞지 맞지!

선임 메이드

…웃기지도 않군요.

좋습니다. 주어진 구원의 길을 마다한 자에게는 처절한 응징이 있을 뿐.

강제로라도 이 땅에 뿌리내릴 공허의 양분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자아-! 거짓된 것을 멸할 공허의 자손이여,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 본 모습을 드러내세요!

트리쉬

저, 저게 뭐야…! 저 돌덩이, 뭔가 엄청나게 떨리고 있는데?

에밀리

역시,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었나요…!

…전투 준비 완료.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트리쉬

좋아. 이쪽도 준비 끝이라고…!

선임 메이드

크읏…! 이, 이럴수가!

트리쉬

후우… 제법인데?

꽤 위험한 자리였는데 거기서 앞으로 파고들 줄은 예상 못 했는걸!

에밀리

칫… 저라고 언제든 뒤로 빼진 않습니다.

과감히 치고 나가야 할 때와 신중해야 할 때를 구별하는 것뿐이죠.

게다가… 트리쉬가 앞에서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트리쉬

아하하! 나도 네가 안정적으로 받쳐준 덕분에 마음껏 날뛸 수 있었던 거야.

에밀리

…트리쉬. 이제 마지막입니다.

트리쉬

응. 알고 있어.

에밀리

중심부 코어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일격이면 충분할 것 같아 보이네요.

트리쉬

확인했어. 해보자고…!

선임 메이드

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공허의 힘이…!

공허의 은총이 이 땅에 내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에밀리

왜 이렇게까지 하냐니… 당연한 것 아닌가요?

트리쉬

아하하! 네가 그랬잖아?

다들 참고 살고 있을 뿐, 다들 자기 욕심껏 하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본질이라고.

그래서 욕심 좀 부리는 거야!

나는 너 같은 악당들을 깨부수고 영웅이 되고 싶거든!

에밀리

저는… 그냥 전투가 좋습니다!

선임 메이드

…?!

에밀리

그래서 저희 멋대로 세상을 좀 구해볼까 합니다.

트리쉬

그러니까 얌전히 저 빌어먹을 돌덩이를 부수는 거나 보고 있으라고!

에밀리, 준비됐지?

에밀리

매번 말씀드리지만, 준비 태세는 항상 만전입니다.

트리쉬

간다…!

선임 메이드

아, 안돼엣-!

사람들

으으… 머리가… 아파…

여기가… 어디…? 내가 왜…?

에밀리

트리쉬, 들리십니까?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트리쉬

아하하! 나도 다 듣고 있다고.

에밀리

…정말 해냈네요. 우리 둘이서.

트리쉬

응. 그런데…

몸이… 안 움직여…!

에밀리

후후.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한계까지 몰아붙였으니까요. 저나 트리쉬나.

조금 쉬다 보면 나아질 거예요.

트리쉬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야…!

에밀리

…네?

트리쉬

사건을 해결한 영웅이 이렇게 쓰러져 있는 건 하나도 멋있지 않다구…!!!

게다가 지붕까지 날아와서 걸린 자세로 발견되는 건 절대 사양이란 말이야…!

당장 내려가서 여유롭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해야-

크읏…! 허, 허리가! 아팟…!

에밀리

역시… 전 아직도 트리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트리쉬

에, 에밀리! 얼른 일으켜줘!

에밀리

그러니까, 저도 일어날 힘이 없다니까요…

루그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부터 광장 쪽의 불길한 기운까지…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군요.

로베르타

칫…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3팀! 모두 잘 들어.

관측과에서 보내준 계측치로 미루어 볼 때-

이건 최근에 본 적 없는 대규모 재난일 확률이 높아.

그러니 쓸데없는 모험은 하지 마. 특히 나루!

나루

네, 넵…!

로베르타

추가 증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사람들을 빼낸다.

알겠지?

루그

팀장님, 1팀 칼라이드 서쪽 방면 진입 시작한답니다.

로베르타

우리 3팀은 이제부터 칼라이드 중앙 광장으로 진입한다.

모두 마음 단단히 먹-

크읏…! 폭발이?!

서둘러!

나루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초천재 엘리트 나루가 여러분을 안전한 곳으로-

사람들

아이고… 머리야… 거기 누구 파스 없습니까?

이게 다 무슨 일이래…?

나루

어…?

티, 팀장님? 다들… 멀쩡한 것 같은데요?

루그

…아무래도 한발 늦은 것 같군요.

로베르타

…관측과에서 말하길, 계측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 같아.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 파악해도 늦지 않아.

일단,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기자고.

루그

알겠습니다.

로베르타

흐음…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트리쉬

저, 저기…! 관측사 언니…!

로베르타

엇…! 지붕에 사람이?!

루그! 여기 부상자를 발견했어. 괜찮으세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트리쉬

쉿! 쉬이잇…!

로베르타

으음? 쉬잇?

트리쉬

이런 추한 몰골로 발견되었다고 소문나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냥 조용히 내려주기만 해줘… 부탁이니까!

로베르타

…흐음. 이 상황에서 그런 게 중요한 건가요?

트리쉬

나한텐 중요해…!

로베르타

그나저나, 어쩌다가 거기에 올라가 계신 겁니까?

방금 그 폭발에 휘말렸다던가? 혹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가요?

에밀리

생명에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힘이 빠져서 움직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 긴 이야기가 되겠군요.

트리쉬

이, 일단 우리 좀 내려줄래…?

천천히 설명해 줄 테니까…!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