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설원과 불협화음의 듀엣 · 챕터 3
칼라이드는 지금

에밀리
여기가… 칼라이드 시내군요.
트리쉬
여긴 생각보다 눈이 별로 안 내린 것 같은데?
행인 A
뭐? 눈이 별로 안 내린 것 같다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엇그저께 눈이 폭탄처럼 쏟아져서 그거 치운다고 허리가 빠지게 생겼구만.
칫,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기나 하고 말이야.
트리쉬
…? 왜 저래? 아니면 아닌거지.
캔들 스퀘어로 간다고 했었지?
분명 예전에 왔을 때는 이 쪽으로 가면 나왔던 것 같은데…
저기 아저씨.
행인 B
아앙? 뭐야 갑자기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트리쉬
그 혹시… 캔들 스퀘어로 가는 방향이 이쪽 맞아?
행인 B
고작 그딴 걸 물어보려고 바쁜 사람을 붙잡은거야?
저기 표지판 있잖아? 눈만 똑바로 뜨면 보이는데, 장난해?
칫!
이봐,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닐래?
신경질적인 구원자
뭐야? 당신이 길을 막고 있으니까 부딪힌 거 아니야?
행인 B
뭐라고? 이게 말 다했어?
트리쉬
…겨우 이런 걸로 싸운다고?
에밀리
…저기 타운가드가 옵니다. 금방 해결되겠죠.
타운가드
모두 그만! 떨어져!
신경질적인 구원자
넌 또 뭐야?
타운가드
감히… 공권력에 대들어?
야! 전부 체포해!
트리쉬
뭐, 뭐야…?
에밀리
…다들 굉장히 공격적이네요.
…칼라이드 사람들이 다른 지방에 비해 좀 거칠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 정도였나요?
트리쉬
흠. 예전에 왔을 땐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일단 캔들 스퀘어로 가보자고.
에밀리
트리쉬도 함께 가는 건가요?
트리쉬
아하하! 걱정마. 그 비밀 임무를 방해하려는 건 아니니까.
나도 웬디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해서 겸사겸사 들려볼 생각이거든.
캔들 스퀘어에는 구원자들이 많으니까, 뭐라도 정보가 나오지 않겠어?

트리쉬
휴우!
조금 헤매긴 했지만… 어찌저찌 도착은 했네.
그런데… 캔들 스퀘어 치곤 인적이 좀 드물지 않아?
에밀리
…확실히 그렇군요.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봅니다.
빗자루를 든 메이드
…
에밀리
일단 저기 메이드에게 안내를 부탁해보죠.
실례합니다. NOA 본부의 선임 메이드 에밀리라고 합니다.
칼라이드 지부의 선임 메이드를 만나고 싶은데,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빗자루를 든 메이드
…
에밀리
저기… 들리시나요?
빗자루를 든 메이드
…저쪽.
지금, 바빠. 귀찮게 하지 말 것.
에밀리
…?
트리쉬
뭐야 저 메이드…?
에밀리
…아무래도, 칼라이드 지부는 산하 메이드의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일단 들어가죠.

선임 메이드
이런, 의도치 않게 걱정을 끼쳐드렸네요.
하지만 저희 지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생겼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눈이 예상보다… 조금 많이 내리는 바람에 보고서를 보내는 게 늦어졌죠.
보시다시피, 캔들 스퀘어 주변이 눈으로 꽉 차버렸거든요.
덕분에 뒷정리를 해야 할 일이 잔뜩 생겼답니다.
아마, 그 메이드도 특별히 버릇이 없는 게 아니라 많이 지쳐서 그런 걸 거예요.
에밀리
…알겠습니다.
선임 메이드
눈폭풍이 불어오는 건 매년 이 시기쯤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눈폭풍은 조금 거세네요.
에밀리
그래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 검은 돌들은 뭔가요?
선임 메이드
아아, 복구 작업에 쓸 재료들입니다.
쌓인 눈에 이곳 저곳 고쳐야 할 곳이 생겨서요.
에밀리
흐음…? 방금 뭔가 저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선임 메이드
아마 별관에서 나는 소리일 겁니다. 지붕이 내려 앉아서 수리 중이랍니다.
에밀리
으음… 그런가요.
…잠시만요.
선임 메이드
…왜 그러시죠?
에밀리
여기 창 틈을 한번 보시죠.
창 틈에 먼지가 가득 쌓여있잖습니까.
이렇게 적들을 섬멸하지 않고 남겨 둬서야, 임무를 완수했다고 볼 수 없죠.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청결 유지는 메이드의 본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선임 메이드
…
에밀리
음?! 이럴수가!
이봐! 동작 그만…!
통통한 메이드
…쩝쩝.
…?
에밀리
취식은 식당에서!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먹으면 빵 부스러기가 카펫에 다 떨어지지 않나!
안되겠습니다.
당분간 칼라이드 지부에 머물면서 전투 청소 특별 교육을 시행해야-
선임 메이드
후후후. 에밀리님의 열정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곳 칼라이드 지부의 메이드 교육은 제 소관입니다.
급한 일들이 정리되면, 제가 알아서 잘 교육시켜두겠습니다.
만약 업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NOA 본부의 정식 감사권한을 이용해서 방문해주시죠.
에밀리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트리쉬
에밀리. 왜 그렇게 꼬투리를 잡는 거야?
에밀리
그건… 뭔가 위화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트리쉬
위화감? 뭔가 많이 이상해?
내가 보기에는 그냥 조금 어수선한 것뿐인 것 같은데…
어느 부분이 이상한데?
에밀리
…딱 짚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캔들 스퀘어의 메이드로서 느껴지는 감이랄까요.
트리쉬
으음… 그래? 혹시 선임 메이드가 다른 사람이라던가?
에밀리
네…?
트리쉬
왜, 가끔 있거든! 수배범이 다른 사람인척 위장을 하고 숨어있는 경우!
에밀리
으음…!
트리쉬
뭐야, 진짜야? 그럼 큰일인데!
에밀리
…분명 출발하기 전에 칼라이드 지부에 대한 문서를 읽어뒀습니다만.
트리쉬
그런데?
에밀리
…오는 동안, 잊어버렸습니다.
트리쉬
…?!!?
에밀리
말씀드리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요새 건망증을 조금 심하게 앓고 있거든요.
뭔가 기억이 저도 모르게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트리쉬
괘, 괜찮은거야 그거…?
에밀리
곤란해질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음… 트리쉬가 걱정한 것처럼 사람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얼굴만 보면 낯이 익은 느낌이 들거든요.
트리쉬
뭐얏… 김 빠지게…!
선임 메이드
에밀리 님.
에밀리
아, 네?
선임 메이드
그럼, 정기 보고서에 대한 의문은 모두 해소되셨을까요?
기찻길이 뚫리는 대로 정기 보고서는 정상적으로 본부에 배송될겁니다.
원하신다면, 사본을 직접 넘겨드리겠습니다.
에밀리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군요.
선임 메이드
후후.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트리쉬 님… 이라고 하셨나요?
트리쉬
으응? 나?
선임 메이드
웬디고에 대한 정보를 찾고 계신다고 하셨었죠?
아까는 경황이 없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만…
지난주쯤에 한 구원자가 거대한 털짐승에 대한 정보를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트리쉬
엇…! 진짜로?
선임 메이드
네. 여기 남아있던 메모를 옮겨왔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트리쉬
어디 보자… 거대한 뿔, 빛나는 눈… 설원에서 울려 퍼지는 포효…
이건… 웬디고의 특징과 일치해!
세상에! 정확한 목격 위치랑 시간, 동선까지 적혀 있잖아!
아하하! 이 정도로 자세한 정보가 있다면 웬디고를 잡는 건 시간 문제겠어!
고마워! 당장 사냥을 준비하러 가봐야겠어!
선임 메이드
후후. 찾으시던 정보라니 기쁘군요.
트리쉬
에밀리. 네 덕분이야.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어.
다음에 인연이 되면 또 보자고!
먼저 갈게!
에밀리
…행운을 빌겠습니다.
선임 메이드
에밀리님은… 달리 예정이 있으십니까?
에밀리
아뇨. 열차편이 재개되면 NOA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선임 메이드
그렇군요. 그럼…
칼라이드에서의 남은 짧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