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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타오르는 촛불과 토끼의 환영회 · 챕터 8

인기 없을 타입

벨 리스

…후우.

이게 얼마만의 조용한 휴식인지…

깊은 지하에 있어서 그런가?

공기 중의 습도도 높고… 짙은 흙냄새도 느껴지는군.

땅속 깊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평온할 줄이야…

음음, 찻잎도 아주 좋은 걸 쓰고 있잖아?

가성비용 대용량 찻잎 패키지만 구매하는 캔들 스퀘어의 싸구려 차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품질이군.

아아…

설마 벌써 구출하러 오진 않겠지?

응응, 분명 그럴 거야. 캔들 스퀘어는 의외로 느릿느릿한 조직이니까.

조금만 더 즐거운 시간을…

히익?!

클레어

벨 님!

스칼렛

무덤쟁이!

벨 리스

뭐, 뭐야?!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우아하고 아늑한 응접실이었다.

그리고 기다란 고급 소파에 눕다시피 몸을 파묻고 있는 벨 리스가 보였다.

벨 리스

뭐… 뭐야?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클레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코드 35까지 보내두고선!

벨 리스

그,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클레어

하아… 왠지 맥이 빠지는군요.

허블에게서 험한 대접을 받은 건… 아닌 거죠?

벨 리스

…으, 으응.

스칼렛

확실히, 아주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아 보이네.

클레어

대체 왜 이런 곳에 끌려오신 건가요?

허블의 말로는 상호 이익을 위한 거래를 제안했을 뿐이라던데요.

벨 리스

아, 그거! 응, 맞아.

간단한 거래였지.

승낙할지 말지 여기서 쉬면서 결정하라고 했어.

그 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어. 대접도 아주 잘해줬고.

클레어

…다행이군요. 걱정했는데.

허블은 돌아가도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자, 이제 가시죠.

벨 리스

…아, 벌써?

스칼렛

아, 벌써? 라고 했냐, 네놈?

벨 리스

아니… 봐 봐. 여기 휴게실, 꽤 시설이 좋다고.

다들 좀 더 쉬다가 돌아가면 어때?

여기 손님 대접용 차도 꽤 맛이 좋아.

스칼렛

무-덤-쟁-이-!!

우리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구나…

벨 리스

그러고 보니…

푸훕!

뭐야, 두 사람?

그 웃기고 천박한 옷은!

클레어

…

스칼렛

…

나:

가장 안 좋은 타이밍에…

나:

가장 안 좋은 대사를 고르는 재주가 있군.

벨 리스

…아.

왠지 나 방금 실수한 것 같은…

자, 잠깐! 그만둬! 같은 동료를 향해 무기를 드는 건...!

내, 내가 잘못 말했어! 아주 예쁘고 우아한 옷이야!

두, 두 사람 모두 아름답고 귀엽고!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잠깐! 우와…! 우와아아아!!!

…실은 그 날 아침에 허블에게서 편지를 받았어.

교환하고 싶은 정보가 있다고.

관심이 있으면 약속한 장소로 나오라고 했어.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약속 장소로 나갔더니…

경비대장인가 하는 녀석이 일단 클럽 안으로 와서 결정을 하라고 하는 거야.

일단 들어가면 쉽게 나오지 못할 건 확실했지.

그때 배달부가 지나가길래 빠르게 쪽지를 넘겨준 거야.

클레어

…그랬군요.

벨 리스

그럼… 이제 팔을 내려도 될까?

어깨가 아파…

클레어

계속 들고 있으세욧!

스칼렛

계속 들고 있어라!!

벨 리스

네…

스칼렛

그래서 대체 무슨 정보를 교환하려던 것이냐?

네 녀석에게 들을 정보라고 해봐야 무덤 흙의 차이나 비석용 대리석은 뭐가 좋은가 같은 시시한 내용뿐일 텐데.

벨 리스

그 말 취소해라 도마뱀! 무덤으로 쓸 흙의 차이는 중요하다고!

클레어

팔 내려갑니다.

벨 리스

미, 미안.

아무튼… 별 내용은 아니었다.

벨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얼버무리듯 말했다.

왠지 모르게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 리스

그, 그냥 캔들 스퀘어의 정보를 알고 싶었던 것 같아.

캔들 스퀘어에 대해서 그냥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스칼렛

뭣이라!

내가 위대한 벨라르미니 일족 출신이라든가! 팬케이크를 좋아한다든가!

그런 중요한 정보를 막 넘긴 건 아니겠지?!

벨 리스

전혀 중요하지 않잖아!

[딥 필드]의 주인이라면 우리 개인 정보 같은 건 이미 다 알고 있을걸.

클레어

흐음…

벨 리스

지, 진짜 별거 없었어!

그래서 나도 긴장을 풀었던 거라고.

벨의 애매한 태도가 납득은 안되지만…

나:

…무사했으니 다행이야.

나:

일단 돌아가자.

클레어

그래요, 나머지는 돌아가서 이야기해도 되겠죠.

벨 리스

…이제 손 내려도 돼?

클레어

이 휴게실에서 조금 더 있고 싶어 하셨죠?

이대로 10분만 더 있다가 출발하겠습니다.

벨 리스

악마다…

클럽을 나가던 중, 벨과 클레어가 뒤쪽에 멀리 떨어져서 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

뒤에 두 사람이 조금 늦게 오는데.

스칼렛

거기, 둘! 빨리 와라! 발걸음이 느리다!

벨 리스

아, 알았어! 지금 가고 있다고!

…클레어.

클레어

네?

벨 리스

허블이 제안한 거래라는 건…

자신이 [카넬리아 리스]의 최근 행적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어.

그걸 알려주는 대신,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어.

클레어

…!!

그… 렇군요.

확실히 벨 님 외에는 알 수 없는 정보로군요.

일단 돌아가서… 나중에 이야기 나누죠.

벨 리스

…알았어.

스칼렛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 거냐?! 빨리 오라니까!

벨 리스

아, 알았어! 지금 간다고, 가!

스칼렛

빨리, 빨리…

응?

밖으로 나가는 문 앞을, 거대한 형체가 가로막고 있었다.

스칼렛

뭐냐, 넌? 비켜라!

경비대장

…

나: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나?

경비대장

물론 보내주겠다. 허블 님의 명령이니까.

하지만 몸 성히 보내라 라는 말은 없었지.

나:

무사히 보내준다, 고 했던 것 같은데?

경비대장

흐흐… 그랬었나? 그래서 어쩌라고?

평생 일어나지 못하는 몸이 되면 다시 따지고 들 수도 없을 텐데.

네놈들이 딥 필드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바람에…

나는 허블 님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고통을… 나만 겪을 수는 없지.

안심해라. 시체로 보내주진 않을 테니까…!

앞으로 시체 같은 삶을 살게 되긴 하겠지만!

경비대장

크어억! 어어억…!!

클레어

후우… 정말이지.

캔들 스퀘어도 꽤나 얕보인 모양이군요.

일개 클럽의 경비대장으로는 제법이지만…

캔들 스퀘어의 선임 메이드를 상대하려면 한참이나 모자랍니다.

애초에 선임 메이드가 되기 위해선 다년간의 구원자 활동은 물론 어려운 시험을…

벨 리스

클레어, 이 녀석 기절했는데?

클레어

…실력도 모자란데 근성도 부족하네요.

스칼렛

어리석은 인간이구나. 주인의 말을 잘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클레어

뒤처리는 허블에게 맡기도록 하죠.

그럼 돌아갈까요?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