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촛불과 토끼의 환영회 · 챕터 1
환영회

때로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보다, 우연과 사고가 겹쳐서 도달한 결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언제나 그런 행운과 요행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사람이겠지만…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일이 흘러가도 섣불리 포기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겠지.
그걸 느끼게 된 건 여정 단장이 되고 조금의 시간이 흘러서…
이곳 라비스타에서의 생활도 그럭저럭 익숙해졌다고 느꼈을 때쯤의 일이었다.

단원들의 훈련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사
여기 계셨군요, 단장님!
리사? 무슨 일이야?
리사
내일 오후 캔들 스퀘어에서 단장님의 취임을 축하하는 환영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캔들 스퀘어의 모두가 준비한 행사이니 꼭 참석해 주세요!
으음? 왜 그러세요?
환영 행사라...
왠지 부담스러운데.
리사
에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환영회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니까요.
모두 모여서 캔들 스퀘어에서 준비한 케이크와 만찬을 즐기는 정도예요.
물론… 주인공이신 단장님이 오지 않으시면 그냥 밥이나 먹고 헤어지겠죠.
[환영합니다, 단장님] 문구가 써진 케이크도 초에 불도 붙여 보지 못한 채 치워질 테고요.
참 쓸쓸하고 어색한 환영회가 될 것 같네요.
뭐어, 그래도 본인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알았어, 갈게! 간다니까!
리사
후후, 좋은 선택이에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환영회 당일 오후.
시간을 맞춰 캔들 스퀘어 앞에 도착하자, 보이저 구원단의 단원들이 나를 맞이했다.
아세라
아, 단장! 우리도 이제 막 들어가려던 참이야.
루나
어라~? 왜 이렇게 딱딱하게 표정이 굳었어?
으흠~ 설마 설마, 어떤 식으로 환영해 줄까 상상하다가 밤에 잠을 설친 건 아니지?
[이 몸의 환영식이라면 레드카펫과 오케스트라 정도는 준비해 뒀겠지!] 라던가?
내가 너인 줄 아냐...!
스마일
간소하지만 맛있는 식사와 케이크 증정 정도가 준비되었다고 들었음.
캔들 스퀘어의 식사에는 매운맛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
지옥 하바네로 가루 개인 지참 완료. 준비는 만전.
단장도 준비되었어?
그래, 들어가자.
누군가에게 [환영회]라는 걸 받는 건 처음이라서, 루나의 말 대로 조금 긴장된 것은 사실이다.
부담스럽다고 말은 했지만, 과연 어떤 느낌일지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예상보다 훨씬 평범하거나 소소한 분위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표정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자.
그렇게 다짐하고 심호흡을 한 후, 캔들 스퀘어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거창한 환영회는 아니라고 했으니까.

클레어
...
스칼렛
...
...어...
클레어
다...
스칼렛
단장...
엄청 거창하잖아-!!!
예상을 한참 빗나가는 눈 앞의 광경에 머릿 속의 사고회로가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한다.
바니걸...
바니걸을 입고 하는 환영회라고...!
어젯밤 상상한 63가지 시나리오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현실에 숨마저 가빠온다.
이것이...
이것이 라비스타의 방식인가...!
이것이 라비스타의 환영 방식인가...!!
이것이 라비스타의 환영 방식인가-!!
아세라 & 루나
에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아니, 지금 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의 뉴런이 빛의 속도로 수만 가지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주기 시작한다.
...바니걸 환영회라니, 그럼 ~한 느낌으로 시작해서 ~한 것까지 가는 건가?
그건 너무 나갔나? 그럼 ~까지는...

클레어
아닙니다-!!
...
엣.
클레어
후우… 단장님.
오늘 환영회는 캔들 스퀘어의 문제로 연기되었다고 전달 드렸을 텐데요?
아세라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환영회가 연기되었다고?
클레어
스칼렛, 어떻게 된 거죠?
분명 보이저 구원단에 연락해서 일정 변경 안내를 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스칼렛
그... 그건... ...했다! 분명히 그렇게 전달했다고!
클레어
직접 전달한 게 맞나요?
스칼렛
어… 그게… 에밀리에게... 전해달라고...
...히윽.
클레어
5분 전의 일도 까먹는 건망증 환자에게 일을 떠넘기면 어떡합니까!
스칼렛
나, 나도 여러모로 바빴단 말이다... 바니걸 옷을 수선하고 꾸미느라...
클레어
하아...
무슨 상황인거야?
클레어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어서 오늘 환영회는 내일로 변경한다고 전달 드리려 했는데...
연락을 전하는 와중에 저희 쪽의 미스가 있었군요.
그럼...
바니걸 옷은 왜...?
클레어
이, 이건... 설명하자면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스칼렛
앞으로 있을 잠입 미션을 위한 특별 의상이다-!
루나
잠입 미션-?
스마일
...어쨌든 환영회와는 무관한 의상이라는 결론.
아앗...
아세라
다, 단장. 눈동자가 엄청 흔들리고 있어...!
바니걸 환영회는...안 하는 거야...?
클레어
바니걸 환영회 같은 건…
원래 없었습니다!!
...라...
루나
...라?
라비스타아아아-!!
루나
푸하하하하하-!!
클레어
...단장님의 환영회를 준비하는 도중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벨 리스 님이 배고픈 강아지마냥 안절부절못하고 있더군요.
물어봐도 별일이 없다고만 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갑자기 부족한 케이크 재료를 사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재료는 이미 충분한데 말이죠.
스칼렛
그 무덤쟁이 녀석! 환영회 준비는 아무것도 돕지 않고 뒹굴거리기만 했다!
분명 일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도망간 거라고 생각했는데…
클레어
그리고 그날 저녁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한 그 순간-
베라
안녕하세요! 하아 하아...
진심을 담은 배송, 배달부 베라입니다!
[캔들 스퀘어 앞]으로 특급 배달이에요!
저… 우편을 맡기신 분이 아주, 아주, 급하게! 빠르게 전달해달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조금 위급한 상황인 것 같아요!
클레어
...벨 님의 글씨체로 급하게 휘갈겨 쓴 쪽지 하나가 배달되었습니다.
클레어로부터 넘겨받은 쪽지에는 다급한 필체로 써진 짤막한 글씨가 전부였다.
이게 뭐야...?
[코드 35. 딥 필드. 벨 리스]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