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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

타오르는 촛불과 토끼의 환영회 · 챕터 2

비상 코드

???

…이봐.

이봐, 배달부!

베라

어, 어라? 저를 부르신 건가요?

벨 리스

쉬잇-! 이쪽 보며 대답하지 말고!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이걸 캔들 스퀘어에 전해줘.

가장 빠른 특급 배달로…!

경비대장

이봐, 뭘 하는 거지?

허튼짓하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그렇지 않으면… 아주 험한 꼴을 당하게 될 테니까.

벨 리스

허튼짓이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나도 마침 네 녀석들의 보스가 누군지 궁금해졌어.

빨리 안내나 하라고.

베라

…아.

…가버리셨네.

뭔가 위험한 일에 얽힌 것 같은 느낌인데…

으음…! 이, 일단 부탁받은 배달 업무에 충실하자!

[코드 35. 딥 필드. 벨 리스]

클레어에게 받은 쪽지에 적힌 내용은 3개의 단어가 전부였다.

나:

코드 35가 뭐야? 딥 필드는?

클레어

…후우.

원래는 단장님을 환영하는 자리이니 불필요한 걱정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이미 알게 되셨으니 설명해 드리지요.

먼저 [코드 35]는… 캔들 스퀘어에서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비상 코드입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현재 위험한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나:

그럼 벨이 지금 위험하다는 얘기야?

클레어

쪽지를 배달해 주신 베라님의 목격 증언까지 감안하면, 그럴 확률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납치되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하겠죠.

나:

납치라고…!

클레어

뭣보다 벨 리스님은 성실한…

…

…성실한 메이드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런 걸 장난으로 보내거나 할 분은 아니니까요.

스칼렛

…뭐, 뭐냐! 왜 그 말을 하면서 날 보는 거냐!

나도 장난으로 코드 35를 보낸 적은 없다!

클레어

코드 28과 16은 보냈었죠.

스칼렛

으… 으으… 그건…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코드28과 16이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나:

그럼… 딥 필드는 뭐야?

클레어

그건…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던 내용이긴 합니다만.

클럽 딥 필드.

NOA의 부유층과 고위층들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밀 사교 클럽.

클레어

클럽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만…

배달부에게 확인한 바로는 벨 님이 사라지신 곳은 카지노 구역이었다고 합니다.

루나

잠깐! 잠깐! 잠깐! 카지노라고?!

말도 안 돼, NOA의 카지노 중 내가 모르는 곳이 있을 리가 없어!

나:

쓸데없는 곳에 자부심 갖지 마…

클레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어서요.

그런 곳이 있다… 라는 소문만 있었지,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입장할 수 있는 자는 딥 필드의 정식 초대장을 가진 사람뿐이니까요.

나:

클레어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클레어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메이드 에밀리를 파견했습니다.

스칼렛

에밀리는 잠입 같은 걸 잘하니까 말이다, 으음!

클레어

1시간이 안 되어서 딥 필드 카지노의 위치와 내부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NOA 시내 골목 쪽에 있는 잡화 노점이 위장된 딥 필드 카지노의 입구라고 합니다.

실제 시설은 가게를 통해 지하로 이동하면 있는 것 같습니다.

나:

그건… 굉장하네.

클레어

치안국 타운가드에 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딥 필드의 악명을 생각하면 제대로 움직여준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코드 35를 받은 이상, 저희가 직접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스칼렛

그래서! 지금 벨 녀석을 구출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에밀리의 첩보에 따르면 의심받지 않고 잠입하려면 이런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들의 취향이 이해는 가지 않지만…

단장의 반응을 보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구나!

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을래.

여기서 한 마디라도 잘못된 대답을 했다간 내 사회적 지위가 끝도 없이 추락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

클레어

저도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죠. 비상 상황이니…

그래도 이 정도면 잠입에는 충분-

루나

아냐, 아냐, 틀렸어.

클레어

루나 님?

루나

클레어, 스칼렛 둘 모두…

아직 진짜 [바니걸]이 되어있지 않잖아!

나:

그게 무슨 소리야?

루나

보라고, 클레어의 이 뻣뻣한 기립 자세!

세상 어떤 바니걸이 이렇게 서 있어?

클레어

그, 그건…! 아, 아직 잠입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올바른 몸가짐과 단정한 자세는 캔들 스퀘어 메이드의 기본 소양이며…

루나

쯧, 쯧, 쯧.

들어가서도 이렇게 차렷 자세나 하고 서 있을 게 뻔해.

클레어

그… 그런…

꺅?!

루나

가슴은 앞으로 내밀고!

허리는 이렇게 옆으로 돌리고!

다리는 곡선을 그리면서 긴장을 풀고!

클레어

루, 루나님? 거길 그렇게 만지시면…

아앗!

루나

아직 모자라! 여기 단장 옆으로 와서 서 봐.

자, 이렇게 좀 더 기대듯이! 더 단장에게 붙어보라니까!

루나

다리로는 단장을 감싸듯이-

루나의 코칭이 진행될수록 클레어가 점점 내 몸에 휘감겨 온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바로 클레어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질 정도다.

클레어

이, 이런 자세로는 걸어 다닐 수가 없겠는데요…

루나

마음가짐의 문제를 말하는 거야, 마음가짐.

몸도 마음도 완벽한 바니걸이 되지 않으면 금방 들킬 거라고.

아세라

으으음…!

스마일

아세라, 표정이 굳고 있음.

루나

그리고 스칼렛!

스칼렛

나, 나 말이냐…?

루나

그래, 클레어가 너무 굳어 있어서 문제라면 여기는 너무 씩씩해서 문제야!

무슨 장난꾸러기 사내아이한테 바니걸을 입혀 놓은 것도 아니고…

좀 더 이렇게! 스칼렛은 차라리 귀엽게 가는 게 낫겠다.

스칼렛

에, 에엣?! 으에!!

루나

자 이렇게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허리를 옆으로 빼고-

바니바니 바니바니~

스칼렛

바… 바니 바니?!

바니…

…이, 이런 건 왠지 부끄럽다!

용족인 이 몸이 왜 토끼 흉내를 내야 한단 말…

히익!

루나

꼬리는 이쪽으로 좀 더 돌려놓는 게 좋겠다…

응? 왜 그래, 스칼렛?

스칼렛

꼬, 꼬리… 꼬리는 그렇게 막 만지면 안 된다… 히잇-

루나

아앗, 좋아! 바로 그 표정이야, 스칼렛! 귀여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바로 그 표정!

그 표정 그대로 스칼렛도 여기 단장 옆으로…

루나

으음! 이제 좀 볼만하네.

아세라

으으으음…!!!

스마일

아세라, 표정이…

아세라

저기요! 혹시 바니걸 복장, 하나 더 없나요?

클레어

없습니다!!

휴우… 루나님.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그럼 이제 바니걸의 마음가짐도 완벽해진 것 같으니 저희는 출발하겠습니다.

연기된 환영회 일정은 사태가 수습된 후 다시 알려드리겠…

…네?

가, 같이 가시겠다고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것은 저희 캔들 스퀘어의 업무…

아세라

우리 생각도 단장과 같아.

캔들 스퀘어에는 언제나 큰 도움을 받고 있는걸.

루나

그래. 단장을 바니걸들 사이에 두고 오면 아세라의 잠자리가 얼마나 뒤숭숭하겠어.

아세라

그, 그런 거 아니야!

루나

그리고 방금처럼 내 코치가 필요할 수도 있고 말이지.

스마일

동감. 고양이 손, 빌려줄 수 있음.

캔들 스퀘어의 멤버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르는데 그럼 잘해봐 라고 말하며 돌아갈 수는 없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의지를 내비쳤다.

스칼렛

클레어, 아까 우리만으로 괜찮을까 라고 중얼거리지 않았느냐!

클레어

그, 그건…

…

하아. 그럼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대의 정체와 목적을 모르는 만큼 돌발 상황이 생긴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요.

나:

좋아, 정해진 거지?

나:

그럼… 가보자!

잡화 노점과 한 블럭 떨어진 골목길에서 잠시 몸을 숨기고 마지막 작전 회의를 열었다.

클레어

그럼 아까 이야기했던 데로…

아세라님, 루나님, 스마일님은 가능한 한 크게 소란을 일으켜 주세요.

경비나 내부 인원들이 상황을 보러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나는 클럽의 손님으로 위장해서 내부 잠입조와 함께하기로 했다.

바니걸 옷을 입은 클레어와 스칼렛이 손님인 나를 에스코트해 준다는 설정이다.

…자연스러울 거다. 분명.

클레어

클럽 경비원들이 모든 회원들의 얼굴을 알고 있지는 않겠죠.

그리고 만약… 혹시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알리시아님의 후원을 받는 여정 단장님께 손을 대지는 못할 테니까요.

말하자면 최후의 현장 보험 역할이다.

클레어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저희 캔들 스퀘어 모두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나:

괜찮아,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

스칼렛

우리는 여기 이 맨홀을 통해서 잠입할 거다!

스칼렛이 발밑에 있는 맨홀 뚜껑을 발로 쿵쿵 밟았다.

스칼렛

그리고 자, 이제 단장은 이 옷으로 갈아입어라!

스칼렛이 내민 옷은 검은색의 남성용 연미복이었다.

카라와 소매 부분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화려한 용 무늬 자수가 수놓아져 있었다.

스칼렛

파티 참여용 옷 치고는 너무 수수하길래 이 몸이 직접 꾸며주었다!

원래는 이 용 무늬 자수를 옷 전체에 깔아야 진정한 멋짐이 사는 법인데 말이다…

나:

…아니, 이걸로 충분해.

옆 골목으로 이동해서 옷을 입고 나왔다.

아세라

와아, 굉장히 잘 어울리는걸! 멋지다, 단장~

루나

아하하핫핫! 좀 더 옷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해 봐, 단장!

이렇게~ 양옆에 바니걸을 끼고…

나:

웃지 마!

스마일

클래식한 연미복에 과감하게 미스매치된 화려한 용 자수…

나:

유머 노트 사례집에 적지 마!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맨홀 뚜껑을 들어 올렸다.

어두운 하수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약한 조명들이 설치된 사다리가 지하로 쭉 뻗어 있는 것이 보였다.

위장되어 있는 클럽의 비밀 통로였다.

나:

자, 그럼 가자!

스토리 및 일러스트 © Studio B-Side. 비공식 열람용 아카이브입니다 — 문의나 요청은 사이트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