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촛불과 토끼의 환영회 · 챕터 10
촛불과 토끼의 환영회
루나
얏호, 공짜로 먹는 캔들 스퀘어 만찬이다!

식당으로 향하자 은은한 수십 개의 촛불 사이로 잘 차린 만찬이 놓여 있었다.
아세라
역시! 캔들 스퀘어에서 준비되는 만찬 메뉴는 굉장하다니까!
스마일
시각적, 영양학적으로 완벽…!
클레어
이제 다들 자리에 앉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는 여정 단장님의 취임을 환영하는 자리였습니다만…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보니 조금 늦게 열리게 되었네요.
어쨌든, 조금 늦었지만 단장님의 취임을…
저희 캔들 스퀘어를 대표하여 저희 모든 선임 메이드들이 축하를…
…음?
벨 리스
저기, 아까 [모두 모였다]라고 할 때부터 신경 쓰였는데.
한 명이 없지 않아?
스칼렛
아, 그러고 보니.
클레어
에밀리…!!
에밀리는 대체 어디 가서 아직 안 오는 거죠?
에밀리
캔들 스퀘어의 선임 메이드 에밀리. 지금 도착했습니다.
클레어
에밀리! 대체 어디 갔었던 건가요!
스칼렛
걱정했지 않느냐!
벨 리스
방금 전까지 없어졌던 것도 몰랐잖…
읍읍!!
에밀리
마침 다들 모여 계셨군요.
클레어 님, 일주일 전 얘기하셨던 [단장님 취임 기념 케이크]를 제작해서 받아왔습니다.
후후, 최근 건망증이 심해져서 행여 또 잊어먹지 않을까 스스로 걱정이 되었는데…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날짜를 잊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 것 같아 기쁘군요.
스칼렛
…그 전에 가장 큰 걸 까먹고 있지 않느냐?
에밀리
가장 큰 것 말입니까? 어떤…
클레어
[잠입], [딥 필드 카지노], [분수대에서 접선].
뭔가 생각 나는 것 없나요?
에밀리
…
…아.
그러고 보니, 오전 중에 벨 님이 납치되어서…
딥 필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그리고…
…
죄송합니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습니다.
모두
역시-!!
아세라
그래도 다행이야.
마지막의 마지막에, 진짜로 모두 모인 데다가…
이제 기념 케이크까지 생겼으니까.
클레어
…그렇군요.
정말, 오늘 일은 하나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다 잘 되었네.
클레어
그렇네요.
그럼 여러분.
이제 정말로 다들 자리에 앉아서, 편히 식사를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세라
맛있어!
루나
헤헤, 기대한 만큼이네.
리사
아아, 이 이상 먹으면 체중 관리가 힘든데…!
스마일
매운맛, 추가.
클레어
단장님 오늘은 정말 여러모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쪼록 즐겨 주시면 저희도 기쁠 것 같네요.
필요하시면 이쪽 고기도 썰어서 드리겠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하십시오.
오늘은 단장님의 환영회니까요.
스칼렛
음료도 마시면서 먹어라 단장! 특별히 이 몸이 따라주마!
용족이 서빙하는 음료를 마시다니, 대대손손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다!
클레어와 스칼렛은 식사 도중에도 양쪽에서 시중을 들어주었다.
아직 바니걸 복장을 입은 그대로다.
클레어
단장님? 식사에 부탁하실 거라도 있으신가요?
계속 그렇게 빤히 보시고…
스칼렛
으음? 무슨 일이냐?
아, 아냐, 아무것도!
루나
단장이 생각 중인 거? 나 알 것 같은데!
라비스타아아!!
루나
하하하하하!!
아, 아니야아아!
클레어와 스칼렛 사이에 있는 내 표정이 지금 너무 바보 같지 않기를 바랐다.
모두와 함께한 즐거운 식사와 대화는 밤이 깊도록 길게 이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살짝 과식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숙소 문 앞에 서서, 열쇠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
식사는 맛있게 하신 모양이군요.
이 목소리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건물 옆쪽,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그림자 안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림자에 가려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블?
허블
안녕하세요, 단장님. 좋은 밤이네요.
괜찮으시다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괜찮아.
허블
…먼저 사과부터 드려야겠군요.
무사 귀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희 측의 실책을 말이죠.
제 입으로 말한 [약속]을 그리도 가볍게 여기다니…
변명의 여지가 없는 관리 실패입니다.
부끄럽군요.
괜찮아. 모두 무사하니까.
허블
…관대하시군요.
참고로 전 단장님처럼 수양이 깊지 못하여… 경비 대장에게 큰 책임을 물었답니다.
책임?
허블
구체적으로는… 아니, 아닙니다.
그저 앞으로는 영원히 볼 일이 없다고만 아시면 되겠군요.
…나도 그 이상 알고 싶지는 않다.
허블
하지만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은 물론 사과를 드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뭐가 궁금하지?
허블
저와의 마지막 게임 말입니다만…
대체 어떤 생각으로 승부를 거신 건가요?
그건…
허블
카드 게임에는 [카드 카운팅]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승부에 사용된 패들을 기억해 두고 다음에 나올 카드를 유추하는 기술.
기술이라고 하기도 뭐한 간단한 전략이죠.
그리고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 정도의 실력자가 되면…
그다지 의식하지 않아도 게임에 사용된 모든 카드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분명 단장님이 [히트]를 선언하시기 전에…
[에이스 카드]는 사용되어 사라진 상황이었어요.
내가 속임수를 썼다고?
허블
아니요, 아닙니다.
단장님은 초보자입니다. 속임수 따윈 없었다는 걸 잘 압니다
단장님이 떠나신 후에 딜러와 함께 몇 번이고 남은 카드를 점검해 봤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었죠.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극히 낮은 확률로, 덱에 중복된 카드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불량품이죠.
그리고 불량품이라고 해도 딜러가 드로우를 할 때 중복된 카드를 골라내게 됩니다.
물론 딜러도 사람이니만큼 실수를 할 수는 있죠.
하지만 그런 우연이 중첩되려면… 그 확률은 천분의 일일까요? 만분의 일일까요?
그리고 마침 그런 우연의 끝에서 단장님이 승부를 거신 건…
대체 어떤 운이 작용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 궁금증을 풀지 못하면… 앞으로 영원히 잠들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요.
그러니 제발 답을 부탁드립니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 순간에 승부를 거신 건가요?
허블은 아마도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녀석은 착각하고 있다.
내가 승부를 걸었던 이유는 운 따위가 아니다.
이미 말해줬을 텐데?
허블
네…?
승부는 기세라는 것을, 동료에게 배웠다고.
허블
정말입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고작이 아니야.
중요한 건 동료들을 믿었다는 거야.
클레어가 말한 기세라는 건… 글쎄, 물론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동료를 믿고 승부에 임하는 것.
그 결과 패배하더라도, 클레어와 스칼렛이 함께 해준다는 것.
그것을 믿고 있다면 승리와 패배는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반대로 그녀들이 없었다면… 승리는커녕 승부조차 할 수 없었겠지.
허블
…
그렇군요… 동료, 그리고 믿음이라…
하하하…!
역시 단장님은 관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분인 것 같네요.
질문에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가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단장님과 동료분들의 이름을 [딥 필드]의 종신 VIP로 등록해 두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허블
물론 단장님이 카지노에 오실 일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동료분들은 좋아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루나라면 확실히 그럴 것이다.
고맙다고 해 둘게.
허블
후후후,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러면… 아 참.
단장님의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제가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먼 과거에, 강한 믿음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존재했다고.
그 사람을… 우리는 [별의 구원자]라고 불렀다고 말이죠.
…
허블
언젠가 조만간… 어디서든 또 뵙게 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날까지, 부디 건강하시기를.
잠깐 눈을 깜박인 사이에, 그림자 속의 사람 기척은 사라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걸어가서 확인해 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라비스타에서도 빛나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을 보내준 토끼 덕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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